코로나 엔데믹에 급변하는 해운산업
친환경·디지털화 선택 아닌 필수
대형화 추세에 중소선사 위기 가중
포트폴리오 다변화·정부 지원 중요
대형 화물선이 컨테이너를 실어나르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의도치 않은 호황을 누렸던 해운업은 엔데믹과 함께 격변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벌크 화물과 탱커선(유저선)의 성장 곡선이 달라지고 세계 경기 회복과 침체에 따라 컨테이너 무역량이 등락을 반복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2021년까지 세계 해운 무역량은 컨테이너와 가스, 철광석, 곡물 등 벌크 화물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반면 탱커선 원유 물동량은 석유 생산량 감소와 코로나19에 따른 운송연료 수요 감소, 중국 수요 둔화 등으로 2019년 이후 감소세를 보여왔다.
컨테이너 기준 해운업 상황을 살펴보면 세계 상위 10개 해운사가 전체 물동량의 85%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해운업의 규모화 거대화가 앞으로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이 내놓은 ‘신해양강국 한국 해운업의 미래를 말하다-해운업의 이해와 전략적 제언’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MSC와 Maersk, CMA, CGM, COSCO 4개 해운이 전체 선복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해운업은 2010년 기준 상선대 보유 순위 기준 세계 5위에서 2017년 한진해운 파산으로 7위까지 떨어졌다. 2021년까지 7위를 유지하다 지난해 경기 반등으로 인한 국내 물동량 회복을 바탕으로 다시 6위로 상승했다.
운송지수로는 국내 기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9년 연속 흑자를 보였다. 2016년을 기점으로 세계 해운산업 부진, 한진해운 구조조정 여파 등으로 국제 운송수지 적자가 크게 늘었다.
2017년 50억 달러 적자를 달성했다가 2020년 코로나19 발발 이후 증가세로 전환해 2021년에는 약 11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선박 공급 부족으로 인한 운임 상승과 반도체 등 수출 호조 덕분이다.
올해 한국 해운업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이에 따른 물동량 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여기에 공급 경색 상황이 풀리면서 해운업 경기에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 예상된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은 현재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운임이 하락한 상황이지만, 당분간 수급 상황을 고려했을 때 상승 전환 유인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은 “2023년은 바닥 다지기 기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업황은 부진하나 해운사들은 지난 2년의 호황기 동안 확충한 재무 여력으로 감내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도별 해상운송수지 추이. ⓒ삼일PwC 경영연구원
MSC·Maersk 전략적 제휴 끝…업체 간 경쟁 심화
삼일PwC 경영연구원은 해운업 중장기 이슈로 ▲환경 규제 ▲대형 선사 영향력 증대 ▲디지털화를 손꼽았다. 이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분석과 거의 일치한다.
KMI는 지난달 ‘2023년 컨테이너 해운시장 이슈와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탄소배출 규제와 운하 요율 인상, HMM 지분 매각, 2M 얼라이언스 종료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2M 얼라이언스 종료와 탈(脫)탄소 환경 규제, 선사 디지털화, 컨테이너 운임 하락에 관한 현황과 전망, 선사 공동행위 규제변화를 시장의 대표 이슈로 선정,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MI에 따르면 MSC와 Maersk는 2015년부터 유지한 세계 최대 해운 동맹(2M)을 2025년 1월 종료하기로 했다. KMI는 미래 비전 차이와 독과점 문제 등을 2M 체제 해산 이유로 분석했다.
2025년 2M 체제 종료가 현실화할 경우 시장집중도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집중도가 낮아지면 협력업체(얼라이언스) 간 경쟁을 심화할 수밖에 없다.
KMI는 “기존에도 영업활동은 선사별 독립적으로 이뤄진 만큼 2M 체제 해체가 반드시 운임 경쟁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시장집중도가 완화하면 코로나19 이후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하는 임시결항(Blank Sailing) 등 공급조절 행위가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부터 시행한 에너지효율등급지수 규제도 변수다. 2019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5% 감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KMI는 현존선에 대한 탄소배출 규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으나, 장기적으로는 다를 것으로 분석했다.
KMI는 “2024년 운항 등급 발표에 따라 폐선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오는 6월 개최 예정인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0차 회의에서 탄소배출 범위, 낮은 운항 등급에 따른 조치 등이 결정되면 신조 발주도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해운시장 변화에 전문가들은 인수·합병(M&A)를 통한 대형화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주문한다. 세계 최대 해운 기업인 Maersk가 해운, 항공, 물류까지 수직계열화에 나서는 만큼 선박 규모 확대를 통한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미다.
연도별 컨테이너 수요 공급 전망.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직·수평적 확대, 운영 효율화로 경쟁력 키워야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 좋은 만큼 해상 운송뿐만 아니라 항공과 육상 등 물류 사업다각화가 필요하다. 에너지 사업이나 농업, 식품 등 해운업과 상관관계가 높은 부문으로 수평적 확대도 경쟁력 강화 대안이 될 수 있다.
환경 규제는 선제 대응이 중요하다. 현재까지는 탈탄소 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선사들도 적극 대응하지 않고 있는데, 친환경 전환을 미룰 경우 향후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선박 도입을 적극 고려하는 것은 물론, 친환경 관련 원천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기존 선박은 배기가스 정화 장치를 설치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엔진으로 교체, 오염원 배출이 적은 저유황유로 연료 변환 등을 권장했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은 “ESG(환경·사회·투명경영)를 통한 성장 노력은 물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이 (환경규제 대응의)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
디지털화는 빅데이터나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무인 선박을 통한 운영 효율화와 운임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일례로 Maersk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위한 수출입 신고를 적시에, 효과적으로 처리해 절차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을 줄이고, 통관 중개업체 수도 3~4개에서 1개로 줄였다.
정부는 환경 규제 대응이나 선박 디지털화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선사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은 이미 친환경 선박, 항만 터미널, 디지털 전환 등 미래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여력이 부족한 중소 선사들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KMI는 “중소형 국적선사들은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등 글로벌 시대 변화에 상대적으로 대응이 미흡하다”며 “소외된 중소형 국적 선사들이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친환경 선박 건조나 친환경 연료 전환 등을 위한 다양한 맞춤형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국적 선사 간 상생 협력을 지원하기 위한 콘트롤타워(지휘부) 구축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인 경쟁력 제고와 위기 대응을 위해 선사, 해양수산부, 한국해양진흥공사(KOBC), KMI 등이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 해운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연구·금융지원이 한 번(One-Stop)에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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