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SK하이닉스 정기 주총…박정호 부회장 올해 경영계획 및 주주질의 답변
"다운턴 국면에서 3사 경쟁은 '죄수의 딜레마'…업턴에서는 반대 상황 벌어져"
투자 축소로 첨단 기술 개발 멈추는 것 아냐…기술적 변곡점에서 경쟁사 보다 우위
SK하이닉스 박정호 부회장이 지난해 3월 ‘SK그룹 편입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모습.(자료사진)ⓒSK하이닉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반도체 적자 상황에 대해 "우리 HBM 가격은 200달러(26만원) 미만인 반면 엔비디아 제품가는 1만 달러(1300만원)"이라고 29일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이클이 생기는 것을 막아내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경영진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 이천시 소재 수펙스 센터에서 열린 제7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한 주주의 질의에 이 같이 답했다.
개인주주라고 밝힌 A씨는 "고객사들은 돈을 잘 버는 데 반해 우리는 훌륭한 기술로 잘해주는데도 마이너스 영업이익을 봐야하는지 주주로서, 국민 한사람으로서 참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만 반도체업체 TSMC가 엔비디아, AMD 등 고객사들에게 장비 등의 가격을 전가해 마진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부회장은 "저도 사실 주주님과 같은 질문을 영업이나 각 팀에게 하고 있고 제 자신도 그에 대한 해결책을 얻기를 바라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D램 공급(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규모, 반도체 업황에 따라 가격 주도권이 뒤바뀔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고객사 입장에서는 3곳에서 엄청난 공급을 한다고 생각하면 가격을 계속 내린다. 고객사들은 3곳과 게임을 하는 것이고 다운사이클로 반도체 공급이 초과하는 측면에서는 가격 내려가는 속도가 빠르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죄수의 딜레마란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으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나쁜 결과를 야기하는 현상을 말한다. 가격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에서 공급사들이 가격을 더 떨어뜨리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다만 다운턴(하강국면)에서는 공급사가 불리하지만 업턴(상승국면)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전개된다고 박 부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업턴으로 고객사들이 살 수 있는 양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되면 태도가 바뀐다. 그런 측면에서 단가 협의로 하지 말고 장기적인 것을 만들어 달라, 심하게 이야기하면 메모리를 인프라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시도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완전경쟁시장에서 한 기업이 D램 (구조를) 바꾼다고 해도 2곳의 다른 공급사가 있는 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은 현재 완제품 대비 현저히 낮은 반도체 가격 구조에 대한 한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1년에 20조원이 넘는 투자를 해 600개 넘는 공정을 거쳐 만든 제품이 센트(미국 동전)로 팔린다. 엔비디아 에이백(그래픽 칩)만 하더라도 우리가 공급한 HBM 가격은 200달러 미만인 반면 그들의 제품가는 1만 달러"라고 토로했다. 반도체 가격이 워낙 약세여서 수익이 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저희는 가격 형성에 기초한 여러가지 고객과의 인증 과정에서는 2년 넘는 기간에 걸쳐 원가, 가격에 대한 밴드위스를 정하면서 가고 있다. D램 70%를 공급하는 메모리 회사가 있는 나라 경제 상황에서 봤을 때 이런 어떤 사이클이 생기는 것을 막아내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경영진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박정호 부회장이 29일 SK하이닉스 주총에서 CEO 스피치를 하고 있는 모습.SK하이닉스 온라인 정기주총 캡처
이어진 온라인 주주 질의에서는 투자 축소에 따른 반도체 기술 경쟁 약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대해 박 부회장은 "미세화 공정 제품으로 가장 첨단 분야는 모바일이다. 모바일 제품이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저전력과 스피드가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휴대폰을 비싸게 팔 수 있다"면서 "떠오르고 있는 서버 시장은 그 정도의 미세화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 투자 축소 노력과는 별개로 서버는 어느 정도의 기술 진화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서버는 또는 만들어진 낸드에서 훨씬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훨씬 더 강하다"면서 "그런 부분에서 30년 가까이 하고 있는 이 업의 본질 전환을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부회장은 미세화공정 기술 개발 노력을 멈추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투자해 양산하는 데까지 라이프 타임(주기)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서버는 전력을 줄여주는 것들에 대해 훨씬 더 크리티컬하게 보고 있다"면서 "HBM에서는 메모리들이 한꺼번에 전부 작동해 로스(손실)없이 연결되는 하이 밴드위스 메모리를 요구하는 변화도 있다. 기술적 진화는 끝없이 노력할 것이며, 실제 경쟁사들 보다 기술적인 변곡점에서 앞서고 있다"고 자신했다.
AI(인공지능) 기술 고도화에 따른 SK하이닉스의 영향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박 부회장은 "챗GPT에 들어가는 AI 기술을 범용적으로 쓰는 회사는 엔비디아, AMD"라며 "자신의 데이터센터에 쓰기 위해 사는 양은 지금은 적다"고 언급했다.
박 부회장은 그러면서 "2021년까지 학습된 챗GPT 메모리 용량은 한도가 늘어가고 영향력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어디에서 메모리 수요가 더 커질 것인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챗GPT가 실시간화된다고 하면 지난 한 해 생성된 데이터가 10년 전 생성된 데이터 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학습 모델에 더 많은 메모리가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박정호 부회장이 29일 SK하이닉스 주총에서 CEO 스피치를 하고 있는 모습.SK하이닉스 온라인 정기주총 캡처
그러면서 AI 기술은 PC,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적용될 것으로 봤다.
박 부회장은 "아무리 모빌리티가 증가하더라도 PC를 통해 사람이 작업하는 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PC 산업이 20% 존재한다"면서 "데이터센터의 경우 메모리 수요에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AI가 요구되는 IT 환경은 우리 메모리가 이제까지 제공한 것 보다 훨씬 더 알고리즘을 유연하게 작동하는 연산 등 기능을 요구하고 있다"며 "메모리도 미세화 뿐 아니라 패키징에 관련된 여러 프로세스, 소프트웨어를 잘 제공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그러면서 "여러 사례가 발달하고 있고 경쟁사들도 그런 부분에 대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파운드리 역량, 후공정 역량 등에 대한 노력을 많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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