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 감독 장수동의 연출로 재탄생한 오페라 ‘팔리아치 도시의 삐에로’가 대전광역시 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13일과 14일 광대들의 화려하고 독특한 몸짓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오페라화한 사실주의 대표작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는 광대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모든 노래와 대사를 우리말로 번안하고 전자 악기와 마임이 등장해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동춘 서커스에 가까운 곡마단의 가난과 고통, 처용설화를 차용한 막간 인형 광대놀이와 객석 앞에서 직접 펼치는 충격적 살인 장면을 통해 관객에게 다가가는 서양오페라의 한국적 변용의 의미도 보여준다.
연출가 장수동은 “팔리아치 도시의 삐에로는 레온카발로 오페라 팔리아치를 한국적 상황에 맞게 번안해 광대들의 극적인 삶을 보여주고 현대판 인생유전을 다룬 오페라다”라며 “서양오페라의 변용을 통해 한국오페라의 가능성을 찾는 작업의 하나다”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오페라 속에 오페라를 넣은 극중극의 독특한 오페라를 잠깐 만나보았다. 1970년대 말 재개발이 한창이던 도시 한 구석 공터에 가설무대를 세운 유랑극단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가 시작된다.
1막, 어둠속에 유랑극단의 모습을 드러낸다. 유랑극단이 도시 공터에 임시 가설무대를 설치하고 있다. 그사이 곡예사 애란이 짓궂은 농을 거는 꼽추광대 용만을 내쫓고 자신의 신세를 비유한 ‘새처럼 자유롭게’를 부른다. 이때 서커스단을 떠난 재준이 나타나 그녀와의 사랑을 노래한다.
사랑의 노래 뒤에 용만의 고자질로 애란의 남편이자 서커스 단장인 태석이 달려와 “저놈이 누구냐?”고 윽박지른다. 개막시간이 다가 왔으니 참으라며 그를 달래는 단원들의 말을 듣고 태석은 분노와 수치로 뒤범벅인 채 광대 분장한다.
태석의 심장은 외친다. “난 광대! 의상을 걸치고 흐르는 눈물은 몰래 닦고 죽도록 웃기자. 웃어라! 이 쓰리고 쓰린 내 영혼아!”
단원들의 서커스공연
막간극, 광대들의 놀이판이 시작됐다. 실제 서커스단원들의 다양한 곡예가 음악과 함께 재미있게 펼쳐진다.
2막, 가면들 속에 흘러나오는 처용의 노래가 애처롭구나. 한 광대가 들고 있는 달 아래서 애인 ‘역신’을 기다리고 있는 처용의 처 ‘가실’이 보인다. 애인을 기다리는 ‘가실’역 애란에게 ‘시종’ 역할을 맡은 용만이 갖은 구애를 하다 쫓겨나자 깔깔대는 관객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때 술에 취한 ‘역신’이 등장하고 그녀와 사랑을 나누려한다. 이때 ‘처용’역으로 등장한 태석이 흥분해 제 역할도 잊은 채 ‘가실’의 목을 조이자 무대는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영문도 모르고 공연을 보며 깔깔대는 관객들.
사태를 수습하려 애쓰며 역할을 다하는 애란 뒤에 보복하듯 방관하는 용만이 보인다. 극인가 현실인가 죽은 애란을 품에 안고 태석은 “이제 광대극은 다 끝났소!”라며 울부짖는 소리와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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