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0년 유예 가능
새 제도 연착륙 '깜깜'
ⓒ픽사베이
국내 보험사 세 곳 중 한 곳이 올해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시행되는 새 지급여력제도(K-ICS) 적용을 잠시 미뤄 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중소형 보험사 위주로 유예 신청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교보생명 등 상당수 대형 보험사들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회계 변경의 실질적인 도입 시기가 미뤄지면서 보험업계의 체질 개선도 함께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전체 보험사 53곳 중 19곳(35.8%)이 K-ICS의 선택적 경과조치 적용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험사 중 3분의 1 이상이 K-ICS 적용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청했다는 의미다. 올해부터 보험부채를 현재가치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이 시행됨에 따라 지급여력제도도 자산·부채 공정가치 기반으로 전면 개편이 이뤄진 바 있다. 금융당국은 제도 변경이 보험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경과조치를 마련했다.
특히 생명보험업계의 K-ICS 유예 요구가 많았다. 지난달 말까지 ▲교보생명 ▲NH농협생명 ▲흥국생명 ▲DB생명 ▲KDB생명 ▲IBK연금 ▲DGB생명 ▲하나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ABL생명 ▲푸본현대생명 ▲처브라이프생명 등 전체 생보사의 54.5%인 12개사가 경과조치 적용을 신청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NH농협손해보험 ▲MG손해보험 ▲AXA손해보험 등 6개사(30%)가, 재보험사·보증보험사 중에는 SCOR재보험이 유일하게 적용 시기를 미뤘다.
경과조치를 신고한 보험사들은 제도 시행초기 K-ICS 비율의 급격한 하락을 방지할 수 있다. 자산·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가용자본의 감소와 신규 보험위험 측정, 금리·주식위험 측정기준 강화에 의한 요구자본 증가를 점진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실제로 경과조치 적용을 신고한 19개 보험사 모두 신규 보험위험 측정을 유예했다. 12개사는 주식위험에 대한 경과조치를 요청했다.
처음 금감원이 회계 변경에 따른 유예 신청 절차를 마련했을 때까지만 해도 장기보험부채 비중이 커 자본감소 영향을 받는 중·소형 보험사들이 주로 반응을 보일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비교적 K-ICS 비율이 150%를 초과하는 우수한 건전성을 자랑하는 보험사들도 다수 신청하면서 시장의 염려도 커지고 있다. 보험사 건전성이 악화돼 유예 조치를 신청한 것처럼 보일 수 있어서다. 또 보험사가 해당 제도를 남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금감원 등은 자본비용 절감, 금융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응 등의 전략적 목적으로 경과조치를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경과조치 기회가 주어진만큼 이 시간을 십분 활용해 상품·영업·투자전략 등을 꼼꼼하게 준비하겠다는 의지다. 아울러 경과조치 적용 종류와 적용 전·후의 K-ICS 비율 등을 비교공시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에 부작용은 적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K-ICS의 완전한 연착륙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더 필요하게 됐다. 선택적 경과조치가 최대 10년 간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기 상품이 많은 손보사과 달리 생보사들은 장기상품이 많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것 같다"며 "각 사 별로 입장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보험사들의 상황이 어려웠다기 보다는 유예 조치 시 패널티도 없고, 안정성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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