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모바일로 웹툰, 웹소설을 읽는 독자층도 이제 익숙하고, 이에 출판계도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으로 오래 전부터 적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의 필요성' 역시 꾸준히 거론됐다. 하지만, 업계가 이 필요성을 뒷받침하기엔 힘든 모양이다. 책값 상승에 이어, 온라인 서점들이 배송료까지 인상했기 때문이다.
최근 예스24 이어 교보문고, 알라딘 등 국내 대표 온라인 서점들이 ‘책 한 권 무료 배송’ 서비스를 사실상 폐지하고 있다. 예스24가 무료 배송 기준을 1만원에서 1만 5000원으로 인상한 데 이어 교보문고와 알라딘 등 국내 3대 온라인 서점이 모두 2월 중 무료 배송 기준을 1만 5000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배송비 또한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올랐다.
2021년 기준 신간의 평균 책값은 1만 7116원이지만, 소설, 시집 등 문학 도서의 경우 여전히 1만5000원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1만 5000원 이하인 도서들은 2권을 구매해야만 무료로 배송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근 원자재값 상승, 고물가 여파 등으로 책의 가격 역시 상승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신간 발행 종수는 6만4657종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한 반면, 신간 평균 책값은 전년 대비 4.2% 상승한 1만 7116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온라인 서점들이 무료 배송 기준을 1만 5000원으로 설정한 가운데, 1만 5000원 이하의 책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릴 가능성 또한 점쳐지고 있다. 결국 책값 상승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021년 국민 독서실태’에 따르면 2020년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7.5%, 연간 종합 독서량은 4.5권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보다 각각 8.2%p, 3권 줄어든 수치로, 성인들의 독서율을 낮아지는 추세다. 특히 종이책의 독서율은 성인 40.7%, 학생 87.4%로 2019년보다 각각 11.4%p, 3.3%p 감소했다. 이에 종이책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책값의 상승이 이 위기를 더욱 심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책값 상승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종이값 상승은 물론, 인쇄, 제본비, 물류비, 인건비 등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책의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그럼에도 출판계에서 ‘선 전자책 후 출판’ 문화가 생겨나는 등 전자책까지도 그 영향력을 키워가는 상황. 종이책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 쏟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전자책 플랫폼이 젊은 층의 반응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가 되면서 선 전자책 후 출판 방식이 리스크를 줄이는 한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종이책 시장의 어려움 속, 도전은 줄어들고 안전한 선택만 이어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시선 또한 없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책값 상승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독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이 확고한 분야라 그 여파는 없지 않을 것이다. 시장이 활발해야 여러 시도들도 이어지는 것인데, 결국에는 독자들에게도, 출판업계에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닌지 염려되는 부분은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출판 시장은 늘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책은 있다. 책의 제작비를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으나, 그보단 좋은 책을 통해 만족감을 주는 것이 더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선 전자책처럼, 지금의 트렌드에 맞는 방식도 활용이 되고 있다. 독자들에게 어떻게 더 가깝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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