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추신수의 고언’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김윤일의 역주행]


입력 2023.01.27 15:13 수정 2023.01.27 15:14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한인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 야구 현실에 대해 논해

WBC는 야구 월드컵으로 경험 아닌 증명하는 자리

추신수. ⓒ 뉴시스 추신수. ⓒ 뉴시스

추신수(SSG 랜더스)가 한국 야구를 향해 날린 고언(苦言)이 의도와 다르게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추신수는 최근 미국의 한인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서 오는 3월 개막하는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대표팀 구성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추신수가 진단한 대표팀의 문제점은 바로 세대교체였다. 추신수는 “일본 대표팀의 경우 국제 대회를 치르면 새로운 얼굴이 많이 등장한다. 나였다면 미래를 봤을 것”이라며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봤더라면 많은 선수들이 안 가는 게 맞다. 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인가”라고 일침을 놨다.


이어 “내가 경험을 해보니 문동주나 안우진 등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 선수들은 왜 안 되는가”라며 “어릴 때 국제 대회에 참가하면 느끼는 감정이나 마인드가 달라진다. 이런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얼굴을 비쳐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한국야구가 할 일이다. 그게 아쉽더라”라고 지적했다.


추신수의 이 말은 ‘안우진의 학교폭력건 용서’와 함께 야구팬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무엇보다 추신수는 WBC라는 대회의 성격과 한국 야구가 처한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WBC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관하는 국가대표 대항전으로 최고의 선수들이 한데 모여 야구 최강국을 가리는 대회다. 즉, 축구로 비유하면 FIFA 월드컵이며 경험을 쌓는 자리가 아닌, 결과를 증명하는 무대다.


이강철 감독(왼쪽)과 조범현 기술위원장. ⓒ 뉴시스 이강철 감독(왼쪽)과 조범현 기술위원장. ⓒ 뉴시스

여기에 추신수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이강철 감독 및 기술위원회의 결정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한국 야구는 추신수가 참가하지 않은 지난 3~4회 WBC서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여기에 수년째 야구의 인기가 하락세를 겪고 있어 KBO는 이번 대회를 발판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삼겠다는 각오다. 아직까지 국내 투수들 최고의 기량을 지닌 김광현, 양현종을 다시 대표팀으로 불러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추신수의 고언(苦言)은 분명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내뱉은 말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표현 방식이 조금 더 세련되었다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 야구는 김광현, 양현종이 10년 넘게 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으며 논란의 중심인 안우진을 제외하면 대를 이을 투수가 등장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어째서 김광현, 양현종을 또 뽑았는가를 탓하기 보다는 이들의 헌신에 박수를 보내고 발탁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논했다면 논란이 들불처럼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