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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작 리포트⑨] 와칸다가 이렇게 약했나?…채드윅 보스만 그립게 했다


입력 2022.11.30 15:22 수정 2022.12.01 13:39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류지윤 기자

영화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

콘텐츠 홍수 시대다. 특히 드라마와 영화는 그 어느 시대보다 많은 숫자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콘텐츠가 호평 받진 않는다. 제작진과 배우들의 땀과 별개로 대중의 평가는 냉정하다. 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하기도 하고, 낮은 평점을 받기도 한다. 그 가운데 아쉬운 작품들이 존재한다. 연출이, 연기가, 편집이, 음악이 칭찬할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뭔가 아쉬운 작품들. ‘아쉬운 작품 리포트’(아작 리포트)에서 그 아쉬움을 달래보려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기자들의 사심은 어쩔 수 없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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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 사실 마블 영화 치고는 현재 관객수가 너무 저조해요. 개봉주에 135만명이 봤는데, 보통 마블 정도 되면 개봉주에 그 이상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은. 평점도 낮고요. (11월 30일 기준 누적 관객수 201만명)


홍종선 : 고백해야겠어요. 아쉬운 작품으로 제가 추천했는데,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 물론 두 가지 정도 아쉬운 점은 있으나. 2시간 40분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게 아주 재미있게 봤죠. 개봉 첫 날 달려가 봤는데 20대 남자 두 분도 나가면서 “와 너무 재미있다”. 20대 아는 여자 동생도 채드윅 보스만의 부재는 느껴졌지만 시간 순삭 재미있게 봤다고 해요.


류지윤 : ^^ 저도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한 시간 반처럼. 그런데 아쉬운 건, 역시 액션과 타격감이. 슈리가 공격을 하고 때리고 이겨도 뭔가 통쾌하거나 짜릿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 파괴력이 좀 덜하다고 해야 하나요. 그리고 마지막 액션신이 국가 대 국가로 싸우는 건데 너무 오밀조밀한 느낌을. 마블답지 않은 스케일. 그거 제외하고는 만족스럽게 봤습니다.


유명준 : 전체적으로 느낌이 채드윅 보스만 추모 영화의 성격이 짙었고, 이 때문에 개연성은 아예 무시한 듯한 느낌이 들었죠. 전 세계 정보를 쥐고 있는 탈로칸이 과학자 한명 못 찾아서 와칸다에 부탁하는 것도 그렇고. 마지막 쿠키 때 티찰라 아들이 나오고, 탈로칸이 향후 와칸다의 미래가 어쩐다 말하면서 결국 동맹의 중요성 이야기하는 것이, 이 영화가 약간 브릿지 역할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격감이나 액션이 약해진 것도 한 몫 하긴 했지만, 전 그래서 굳이 점수 준다면 10점 만점에 6점정도.


홍종선 : 아 6점. 저는 8.5점. ^^ 그건(와칸다에 과학자 찾아달라 한 건) 와칸다와 동맹의 빌미를 만들려는 계책일 수도 있고, 절대 외부로 자신들의 존재를, 탈로칸 국민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왕 네이머의 마음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류지윤 : ^^ 전 8점! 아쉽다고 한 것치곤 그래도 후한 점수인데요, 6점.


유명준 : 앞서 이야기했지만 채드윅 보스만 추모 느낌이 강해서 점수가 높아진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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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 : 저의 두 가지 아쉬운 점은. 첫째, 채드윅 보스만의 부재를 스스로 너무 의식했다. 그래서 스토리와 볼거리를 풍성하게 채우려다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졌다. 차라리 부재가 의식됐다면 역으로 1시간 40분으로 갔어야 했다. 둘째, 슈리를 새로운 블랙 팬서로 세우는 과정이고, 오빠 티찰라와 같은 모습으로 가지 않고 새롭게 세팅하는 의도는 좋았다. 그러나 맡기 싫은 왕좌를 갑자기 맡게 된 공주처럼 슈리는 연약해 보였다. 꼭 물리적으로 강하지 않아도 끈질긴 강인함이든 인간미든 다른 설정이 가능했는데 좌절과 슬픔을 너무 강조했다. 그래서 네이머와 비행선에 나란히 서서 ‘와칸다 포에버~’ 외칠 때 윤형빈의 ‘정경미 포에버~’보다 약하게 느껴졌다. ㅠㅠ


유명준 : 슈리가 왕을 수락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블랙 팬서가 되고 이후에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는 과정 등이 모두 자연스럽지가 않았죠. 세계 최강국이라 칭해지는 와칸다의 모습이나 전력도 이번 영화에서는 ‘어 저게 최강국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 그런 면에서 탈로칸이 ‘미국에는 우리의 존재를 말하지 말라’를 강조한 것도 웃긴 장면.


홍종선 : 슬픔과 복수에 매몰돼 박력이 없는 슈리. ㅠㅠ. 그러다 보니, 슈리의 좌절을 개인적 복수로 갔다가(비브라늄 섭취 후 사촌오빠와 조우) 결국 와칸다의 대의명분으로 돌아섰는데. 돌아선 게 잘 어필되지 않으면서 지윤 말대로 마지막 네이머와의 싸움이 왕국 대 왕국의 싸움인데 개인 대 개인의 싸움으로 보이고. 그런 와중에 와칸다는 세계 최강국이다, 항복한다면 우리가 탈로칸을 보호한다, 라고 말하는 대목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어요. 되레 네이머에게서 채드윅의 카리스마와 국민을 사랑하는 인간미를 발견하는 아이러니. ^^


유명준 : 선배가 말한 그 부분. 중간에 네이머가 굉장히 국민을 사랑하고, 그를 위해 뭐든 하겠다는 진정한 왕의 느낌을 주다가, 갑자기 급발진을. ^^ 슈리와 ‘썸’ 타는 분위기까지 연출했는데, 급발진을. 그런 것들이 사실 뚝뚝 끊기는 느낌을 줬어요.


홍종선 : 갑자기 빌런으로 만들더니, 마지막 벽화 그릴 땐, 역사를 통시적으로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보여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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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 네이머 응원한 관객 많을걸요.


유명준 : 사실 네이머는 자기 국가를 지키려한 것이지.


류지윤 : 그러니까요! 정당방위.


홍종선 : 나도 응원함. 바닷속에 사는 그 절박함이 느껴져서. 그것은 곧 서양 제국주의들의 무분별한 침략과 팽창이 낳은 결과이니.


유명준 : 여기서 웃긴 것은. 미국은 절대 나쁜 놈이 되지 않았다는 것.


홍종선 : ^^ 절대 끼어들지도 않고. 프랑스를 ‘나쁜’으로 만든.


유명준 : 스페인은 탈로칸을 만들게 된 계기를 줬다고 나오고, 프랑스는 와칸다 비브리늄 빼앗으려는 존재로 나오는데, 미국은 그런 탈로칸이 두려워하는 존재로 묘사하더라고요. ^^ 오히려 CIA가 와칸다 도와주는 것처럼 묘사를 했으니.


류지윤 : 언제나 그랬듯 지구는 다 미국이 구하니까요. ^^


홍종선 : 로스 요원 하나로 미국은 자신들의 만행을 ‘퉁’침. 자기네는 중세와 근대의 제국주의 이후에 탄생한 나라다 이거지. 모든 원흉을 그 이전으로 돌림.


유명준 :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류지윤 : 전 그 장면에서 브릿지 역할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 ‘어차피 아들이 블랙 팬서의 미래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슈리는 잠시 거쳐 가는 건가.


유명준 : 나름 채드윅 닮은 아이를 내세웠던데.


류지윤 : 쿠키를 위한 빌드업인가. 디즈니니까 가능한 161분짜리 티저.


유명준 : 그렇지. 슈리는 어차피 과학자인 자기의 자리로 돌아갈 것 같고, 그 아들이 다시 블랙 팬서가 되겠지.


홍종선 : 그러게 좀 기분이 별로였음. 기껏 슈리를 차기 블랙 팬서로 세우고는, 다시 아들을 등장시키고 관객에게 안심하라고 말하는 듯한. 움바쿠도 와칸다 왕위에 도전하고.,마지막에. 슈리를 영화 내내 세우더니 마지막에 ‘어리둥절’. ^^


유명준 : 슈리의 액션이 약하긴 했죠. 그렇다고 와칸다 왕이 과학만 할 순 없으니. 와칸다 왕비의 사망도 어쩌면 나키아를 전면에 등장시키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죠. 아들이 왕이 되고 나키아가 이제 그 어머니가 되니. 슈리는 시리즈 연결을 위해 이용만 당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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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 : 그런데 맨투맨 액션은 약했지만 나는 덩어리 액션을 잘 짰다고 생각해요. 에르메스의 신발도 아닌 아예 아킬레스건 옆에 날개가 달린 네이머 캐릭터를 설계한 것도 그렇고. 탈로칸 국민들의 전투방식, 음파 최면 공격, 지상에서 숨 쉬는 방식 등 새로운 게 많았고. 그것들도 액션 구성의 일부라 생각해요. 와 그런데 라몬다 왕비, 정말 너무 멋지지 않아요? 어르신의 근육과 카리스마, 헤어와 의상과 연기력까지 완벽.


류지윤 : 오, 스타일링이 정말. 아우라가 멋있어요.


유명준 : 하지만 오코예를 장군 자리에서 자를 때는 뭔가 ‘쪼잔함’이 느껴지기도. 과거 일 들먹이며 “나 그 때도 참았는데, 내 딸을 보호 못하다니 너 아웃” 느낌.


홍종선 : 오코예를 잘라야 슈리의 파랑수트를 입을 수 있으니. ^^


유명준 : 아, 수트. 이 영화를 본 주변 사람들이 가장 싫어했던 장면이. 그 ‘아이언맨 수트’.


홍종선 : 그런데 비브라늄으로 만든, 천재적 과학자 슈리가 만든 파랑수트가 왜 스타크의 아이언맨 수트보다 못한 거야. 미미한 초능력, 이거 어떻게 이해해야 해? 리리 윌리엄스가 만들어 입은 아이언맨 흉내 빨강수트는 잊고 싶다, 정말.


유명준 : 그러니까요. 계속 최강국, 비브라늄은 어마어마한 존재 등등 이야기하면서 사실 뭔가 계속 허술한 느낌이. 아이언맨만 더 보고 싶게 만든 수트죠. ^^


홍종선 : 빨강수트, 파랑수트 2명(도라 밀라제의 오코예와 아네카가 입은)의 활약이 너무 약했어. 주인공 아니어도 수트의 파괴력을 부여했어야죠,


유명준 : 그러게요. 탈로칸 전사들에게 사실 밀린 느낌이.


홍종선 : 아니 겨우 대학교 과목 숙제로 비브라늄 탐지기를 만드는 리리가 만든 빨강수트, 아까 말했듯 천재 슈리가 비브라늄으로 만든 파랑수트인데 어쩜 이리 약해. 이럴 거면 조연한테는 입히지 말라고. 탈로칸은 너무 위협적. 함선도 막 줄 없이도 그냥 기어올, 손발에 끈끈이가 있는지. 와우, 공격 받고도 조금 있다가 다시 살아나. 와우, 비브라늄 많이 먹고 자랐나봐. ^^


류지윤 : ^^ 대학교 과학자 등장 설정이 여러모로 개연성을 (떨어뜨린).


홍종선 : 사실 탈로칸이 와칸다에 진 게 이해할 수 없고. 결국 ‘왕 대 왕’ 싸움에서 진 거고, 그 후 함선에 가서 ‘고마 하자’ 한 걸로 끝난 건데. 블랙 팬서를 제대로 ‘와칸다 포에버’로 시리즈 잇든가, 못할 거면 네이머를 주인공으로 한 외전을 만듭시다!!


유명준 : 뭐 중반에 이야기가 나오죠. 네이머는 왕이 아닌 신의 존재라는. 네이머 주연으로 영화 나올 것 같던데요.


홍종선 : 마블에도 삐딱이 주인공 캐릭터 많잖아. 15세기부터 아직 살아 있으니 뱀신 쿠쿨칸이라 불리울 만. 피부도 혼자 파랗지 않고. 배우 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 이름 어렵지만 외워 두고 싶은 오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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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 앞서도 말했지만 이번 영화는 채드윅 보스만을 추모하고, 그 다음 블랙 팬서를 위해 잠깐 다리 역할만 하고 빠지는 정도로 이해해야죠. 향후 마블이 어떻게 나아갈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엔드게임’ 이후에는 스토리나 액션이 약해진 것은 사실. 이번에 슈리 내세우면서 좀 더 그 부분이 드러나 보였고요.


홍종선 : 채드윅 너무 그리워. 안타까이 떠나서 그런가봐. 사람이 어찌하면 그렇게 4년 투병을 숨기며 차분하게 살다 가고, 그 부인은 또 어쩜 죽음을 앞둔 이와 결혼을 하고. 두 사람 너무 멋진 것 같아.


유명준 : ‘블랙 팬서2’에 채드윅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네이머와 싸웠다면. 아. 진짜 볼만했을 텐데, 아쉽더라고요.


홍종선 : 액션은 좀 새롭게 변형되는 과도기라 그렇다 치더라도 스토리 전개는 포기하면 안 되는데. 너무 ‘뒤집고 비틀고’에만 중점을 둔 느낌. 개연성은 역시나 중요한데요. 개연성이라는 게 일일이 설명하라는 게 아니고, 물음표 주는 비약과 엉뚱한 전개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죠. 액션이 약해진 걸 아니까 되레 스토리로 과대 포장으로 감추려 한 건데 포장 박스와 포장지에 신경 쓰기 전에 제품부터 잘 만들어야.


유명준 : 그래도 포장지는 잘 만들었죠. 특히 수중 국가 보여줄 때는 비주얼 적으로 ‘오호’ 느낌이 들었죠. 많이 아쉬운 이 영화에서 제가 그래도 잘 봤던 것이 수중세계의 구현이죠. 비주얼도 그렇고, 만들어진 과정, 그리고 국민들의 모습.


홍종선 : 수중국 탈로칸의 광경, 탈로칸인들의 외형 및 생존-전투 방식 설계. 이게 참 볼거리였어요. 포장지는 아주 잘 만든. 그래서 재미있게 본^^. 얘기를 하다 보니 아쉬웠던 점들이 떠오른 것뿐. 와칸다 포에버의 의지보다 탈로칸 히든 포에버의 의지가 더 강해 보였던 것 때문에요.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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