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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이 김의겸했다'는 건 [고수정의 참견]


입력 2022.11.29 07:00 수정 2022.11.29 07:00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9월 대변인 임명 이후 가짜뉴스 벌써 세 차례

'한동훈 이재정 악수 연출' 'EU 대사 발언 왜곡'

'청담동 술자리 의혹'까지 신뢰도 추락 자처

당내서도 비판 속출…대변인직 사퇴 이유 충분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10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일어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 관계자들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10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일어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 관계자들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영국의 시장조사기업인 입소스(Ipsos)가 올해 8월 전세계 28개국 성인 2만1515명을 대상으로 주요 직업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가장 신뢰하는 직업은 과학자, 의사 순이었다. 가장 불신하는 직업은 정치인, 정부 관료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치인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믿지 못할 직업 1위로 조사됐다.


직업이 그 사람을 100% 대변한다고 볼 순 없지만, 그 직업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환자들이 의사의 말을, 신도들이 성직자의 말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을 대변하기 위해 선출된 정치인들의 바닥 수준 신뢰도는 씁쓸한 대목이다.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 추락은 그들이 자처한 측면이 없지 않아서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대표적이다. 김 대변인은 공당의 입장을 국민에 전달하는 대변인이지만, 지난 9월 2일 임명된 이후 그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난 건 벌써 세 차례나 된다. 9월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행사장에서 만난 이재정 민주당 의원을 따라가 의도적으로 악수 장면을 연출했다고 주장했지만, 현장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일에는 페르난데스 주한 유럽연합(EU) 대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비공개 접견에서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에는 대화 채널이 없어 대응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발표했는데,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페르난데스 대사는 "발언이 왜곡된 데 대해 유감스럽다"라고 항의했다.


김 대변인의 가짜뉴스 정점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서 찍혔다. 그는 지난달 24일 한 장관이 출석한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이 김앤장 변호사들과 청담동 모처의 술집에서 술자리를 가졌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진보 성향 매체 '더탐사'의 취재 내용을 근거로 한 것으로, 더탐사는 첼리스트 A씨가 당시 남자친구 B씨에게 "새벽 3시 청담동 바 전체를 다 빌렸다" "윤석열, 한동훈이 있다" 등의 언급을 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의 주장 이후 민주당 지도부는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을 주장하는 등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그러나 약 한 달 후 A씨가 경찰에 출석해 '당시 남자친구를 속이기 위해 한 말'이라며 거짓말임을 시인하면서 김 대변인이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국감장에서 대통령까지 언급된 다소 원색적인 의혹을 제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김 대변인은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 의혹을 공개적으로 처음 제기한 사람으로서 윤 대통령 등 관련된 분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문을 냈지만, "다시 그날로 되돌아간다 해도 저는 다시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국민을 대신해 묻고 따지는 '의무와 책임'을 다하겠다"며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내용이 골자인 '언론중재법' 처리에 앞장서 온 김 대변인이 정작 자신의 가짜뉴스 행태에 대해서는 '내로남불'한 것이다. 그는 지난 대선 기간에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해 공개 사과한 적도 있다.


'김의겸이 또 김의겸했다'라는 비판도 이제 식상할 지경이다. 돈벌이를 위해 마구잡이식 폭로를 하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지 않는 모습은 일부 유튜버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신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물며 정치인, 그것도 공당의 입장을 국민에 전달하는 대변인이 신뢰를 잃었다는 건 치명적이다. 그가 대변인직을 내려놓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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