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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29년을 같이한 노부부의 행복 찾기


입력 2022.10.06 14:12 수정 2022.10.06 10:13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사랑이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일까. 젊은 날에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으로 결혼을 선택했던 것이 나이가 들어서도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생각될까. 영화 ‘글래디에이터’와 ‘레 미제라블’로 유명한 시나라오 작가 윌리암 니컬슨은 우리에게 이런 심각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영국에서 아름다운 절벽으로 잘 알려진 해안가 홉갭( Hop Gap)을 배경으로 29년을 같이한 노부부의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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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엮어 책으로 만드는 그레이스(아네트 베닝 분)와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에드워드(빌 나이 분) 부부에게는 감정 표현이 서툰 아들 제이미(조쉬 오코너 분)가 있다. 29주년 결혼 기념일을 1주 남겨두고 신중하고 조용한 남편 에드워드는 유쾌하고 솔직한 아내 그레이스에게 이혼과 함께 집을 떠나겠다고 말한다. 아들 제이미는 아빠의 마음을 돌리려고 하지만 에드워드는 그동안 자신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았으며 지금이라도 남은 생을 새로 만난 여인 안젤라와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사랑했다고 믿었던 남편에게 배신감을 느낀 그레이스는 깊은 슬픔에 빠지고, 멀어져 가는 부모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제이미는 각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가장 친밀하고도 먼 부부의 관계를 조명한다. 살면서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이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그렇다. 에드워드는 항상 자기 말이 옳다고 큰소리치는 그레이스에게 무시를 당하면서도 사랑한다고 믿었기에 희생하며 참고 살았다. 하지만 그레이스에게 에드워드는 부부니까 남편이니까 당연히 편하게 때론 거칠게 대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처는 더 큰 법이다. 부부는 무촌이라는 말도 있듯 누구보다도 더 가까운 사이지만 헤어지면 바로 남이 되는 참으로 가까우면서도 먼 사이다. 영화는 부부의 헤어짐에 대해 가장 현실적이고 성숙한 고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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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각자 자신이 찾아가는 것임을 전한다. 29년의 결혼생활에서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했던 에드워드는 안젤라를 만나 평온하고 안정감을 얻은 후 사랑과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에드워드를 찾아간 그레이스는 안젤라를 통해 남편과 제이미가 자기 밑에서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두 사람을 놓아주기로 한다. 이로써 부부는 황혼이혼을 아들은 부모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이룬다. 그레이스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며 행복을 찾아간다. 영화는 윌리엄 니콜슨 감독의 말처럼 각자의 행복은 본인 스스로 찾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명품 배우들이 만들어낸 웰메이드 영화다. 영화는 멀어져 가는 부부의 관계는 물론 그런 부부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아들의 모습까지 가족에 대한 섬세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레이스의 역을 맡은 아네트 베넹은 영화 초반 자기 잘난 맛으로 남편을 가르치려 들고 작가로서 자존심만 내세우는 여성에서 점점 성숙하고 내적으로 단단한 여성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 여기에 빌 나이와 조쉬 오코너의 뛰어난 연기도 관객들을 단숨에 빠져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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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도 이혼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나이 들어 헤어지는 황혼이혼이 늘고 있다. 부부가 헤어지는 이유는 경제, 불륜, 성격차이 등 다양하지만 황혼이혼의 경우는 그동안 결혼생활에서 느꼈던 개인의 자유와 행복에 대한 불만이 주된 원인이다.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그동안 사랑이라 믿었던 것이 혹시 사랑이 아니었던 것은 아닌지 그리고 진짜 자유롭고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결혼생활과 부부관계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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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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