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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박제영상②] 잘 찍은 공식 영상, 밀녹·밀캠 소비 줄일 수 있을까


입력 2022.09.10 10:01 수정 2022.09.10 01:3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영상 콘텐츠와 달리 촬영 행위 자체에 법적 규제 없어

뮤지컬업계, 밀녹 밀캠 근절 대책 마련...집중 신고기간 운영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신 확산해야"

“팬들이 오죽하면 밀캠을 보겠냐는 거예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제작사에서 제공하는 공식 박제영상이 워낙 적다 보니 밀녹·밀캠의 소비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실제로 밀녹·밀캠 자료는 인터넷상에서 예상외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단으로 촬영된 영상을 판매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 행위임에도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사태의 심각성이 커진 건, 관련 규정이 허술해서다. 영화와 같은 영상저작물의 경우 무단 녹화에 대한 처벌 규정이 명확하다. 영상물을 무단으로 찍는 행위만으로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심지어 개인소장 목적의 예외조항도 없고, 녹화를 하려고 한 미수행위 또한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연의 경우 촬영하는 행위 자체를 제재하는 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밀캠과 밀녹의 처벌은 유통 과정에서 가능하지만 이조차도 가벼운 벌금에 그친다. 지난해에 뮤지컬 제작사 알앤디웍스가 불법 판매자 13명을 고소했지만 2명은 증거불충분, 5명은 저작권교육 조건부 기소유예, 6명은 50만원~300만원의 벌금형을 받는데 그쳤다.


사실상 밀녹·밀캠을 유통하면서 벌어들이는 금액에 비해 처벌 수위가 너무 가볍다 보니 근절이 어려운 셈이다. 지난 2020년 밀캠 근절을 위해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저작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를 계류 중이다.


이에 한국뮤지컬협회와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는 직접 뮤지컬 밀녹·밀캠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이들은 올해 3월 중인 ‘공연 무단 촬영·녹음·배포 근절 캠페인’의 일환으로 ‘뮤지컬 밀녹·밀캠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한다고 지난 5일 밝혔다. 한국저작권보호원과 손잡고 집중 신고 기간을 통해 뮤지컬 저작권 침해 현황을 단속·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신고가 접수되면 보호원에서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행정조치를 취하게 된다.


협회 관계자는 “공연 중에 무단 촬영을 목격한 관객이 제작사 측으로 제보하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촬영행위를 제지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고 온라인상의 불법거래행위를 신고하기 위해서는 제작사가 직접 영상을 구매해서 실물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번 캠페인을 통해 뮤지컬산업 진흥을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뮤지컬협회 ⓒ한국뮤지컬협회

그런데 해당 캠페인 관련 영상에서 다수의 팬들은 ‘오죽하면 밀캠을 보겠냐’ ‘공식 박제영상, DVD를 제공해주면 해결될 문제’라는 답글을 남기고 있다. 제작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질 좋은 영상을 제공하면, 비교적 음질이나 화질이 낮은 밀녹·믹캠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한 뮤지컬 배우는 “밀녹·밀캠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적은 관객들이 좋아하는 공연, 작품을 개인 소장 하고 싶은 마음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 니즈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온라인 박제영상이고, 나아가 DVD 등의 소장 가능한 콘텐츠다. 작품마다 주요 넘버 박제 영상을 올려주고 캐스팅별 DVD를 낸다면 밀녹·밀캠의 소비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공급도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연 관계자들은 박제영상은 밀녹·밀캠 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신시컴퍼니 최승희 실장은 “밀녹·밀캠은 엄연한 불법이다. 제작사에서는 절대 전막 영상을 공개하지 않는 반면 밀녹·밀캠은 공연 전체를 촬영하기 때문에 소비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영상박제보단 코로나19 이후 생겨난 유료 온라인 공연이 밀녹·밀캠의 숫자를 조금을 떨어뜨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 공연조차도 불법으로 복제해 판매하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연 관계자는 “밀녹·밀캠은 일부 극성팬들이 본인이 좋아하는 작품이나 배우들을 소장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영상 박제를 통해 일부 해소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면서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공연장을 더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티켓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공연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 확산이다. 협회 관계자는 “뮤지컬 저작권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와 뮤지컬 종사자 대상 저작권 교육 등 뮤지컬산업을 보호하고 진흥시키기 위한 다각도의 접근이 논의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뮤지컬 저작권 보호 인식의 확산”이라며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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