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뮤지컬 박제영상①] “잘 만든 영상 하나, 10개 홍보자료 안 부럽다”


입력 2022.09.09 12:15 수정 2022.09.09 12:1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공연계 "상업적으로 기록된 영상 없어 아쉬워"

굿즈 넘어 판촉 역할도 충분, 영상콘텐츠의 선순환 효과

“저에겐 정말 소중한 초연의 기억이었는데, 남아 있는 영상이 없어서 굉장히 아쉬워요.”


뮤지컬 배우 차지연은 ‘서편제’의 얼굴이다. 지난 2010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무대에 올랐던 초연 작품이 올해 다섯 번째 시즌으로 이어지는 동안 매번 주인공 ‘송화’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서편제’는 그에게 소중한 추억이지만 자신이 출연한 작품마저도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현 뮤지컬계의 현실이다.


ⓒ페이지원 ⓒ페이지원

영상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뮤지컬계도 대중화를 위한 ‘영상’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영상 콘텐츠를 공개하는 것에 있어서 소극적이다. 물론 ‘서편제’ 초연의 경우 10여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영상 콘텐츠 공개에 대한 뮤지컬계의 시각은 제자리다.


뮤지컬 ‘마마돈크라이’로 업계에서 최초로 DVD를 발매했던 뮤지컬 제작사 알앤디웍스 오훈식 대표는 ‘송용진의 미드나잇 라디오’ 출연 당시 “제작 과정이 굉장히 어렵다. 제작 전에는 배우들과의 협의 과정이 너무 많이 필요하고, 영상을 찍고 나서도 후반 작업 등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써야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면서 “그런데 이 제작물이 제작비에 비해 큰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오 대표는 ‘기록’의 역할을 해주는 영상을 남겨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그는 “그 당시 정서만 해도 ‘공연예술은 현장에서 봐야한다. 영상으로는 감동이 없어’ ‘수익도 안 나고 힘만 들 거다’라는 말들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내 생각은 달랐다. DVD는 굿즈의 역할은 물론 기록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뮤지컬들이 나왔지만 상업적으로 기록이 된 영상이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 사람으로서 너무 아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오는 박제영상은 대부분 팬들을 위한 서비스 개념으로 해석된다. 뮤지컬 팬들은 꾸준히 박제 영상을 제작사 측에 요청하지만 실상 관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제작사는 많지 않다. 현재 영상박제를 활발히 하는 곳은 신시컴퍼니와 씨뮤(CJ ENM) 정도다. 이들 채널에서는 프레스콜 영상과 캐릭터 소개 영상을 비롯해 각 캐릭터별 넘버 영상, 출연 배우의 인터뷰 영상 등 다루는 콘텐츠가 참신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신시컴퍼니 ⓒ신시컴퍼니

신시컴퍼니 최승희 실장은 “기존에 올렸던 공연을 다시 올림에 있어서 배우가 바뀌게 되면 그 배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 방법으로 SNS나 유튜브를 통한 영상 콘텐츠, 흔히 관객들이 말하는 ‘박제 영상’을 만들게 됐다. 과거엔 홍보 방법이 언론으로 한정이 됐다면 지금은 언론은 물론 SNS와 OTT를 통해 많은 것들이 이뤄지기 때문에 영상을 만들어 공개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연의 홍보가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로 넘어간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작품마다 방향성이나 기준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국내 컴퍼니에서 레퍼런스를 찾아서 제안을 하면 해외 프로덕션에서도 빠르게 ‘오케이’를 해주고 있다”면서 “다만 완곡으로 나갈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해외 프로덕션과 소통하면서 저작권에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의 길이로 편집해서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제영상의 역할은 하는 것은 단순히 팬서비스 개념에만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데스노트’의 경우 초연 당시 공연 영상 클립은 적었지만 넘버별 스튜디오 녹음본, 즉 A급 콘텐츠가 공개됐다. 이 영상은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소비되면서 최근까지 ‘데스노트’ 매진 신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브로드웨이의 경우 대부분의 뮤지컬이 OST로 발매되고, 한 넘버에도 여러 개의 박제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공연 이전에 OST가 먼저 히트를 치면서 공연의 흥행에 영향을 미쳤고, ‘하데스타운’ 역시 OST가 ‘2020 그래미어워즈’에서 ‘최고 뮤지컬 앨범상’에 이름을 올리면서 흥행을 견인했다.


최승희 실장은 “과거엔 박제영상이 단순히 팬들에게 서비스를 하는 측면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잘 만든 영상 콘텐츠 하나가 10개의 그 어느 것보다 나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티파니라는 아주 강력한 화제성을 가진 배우 덕분이긴 하지만 지난해 뮤지컬 ‘시카고’를 통해 배우들의 화제성과 개성, 탄탄한 작품성이 잘 어우러지면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자극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어 “‘시카고’를 기점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방향이 달라졌다고도 볼 수 있다. 박제영상이 단순히 팬서비스를 넘어 공연을 판촉을 시킬 수 있는 하나의 큰 에너지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본 것”이라며 “물론 ‘시카고’ 때와 같은 상황이 쉽게 일어나진 않지만 공연 알고리즘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펼쳐져 나가면 언젠가는 힘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퀄리티 있는 영상을 만들어가자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