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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계 ‘VIP=15만원’ 불문율 깨졌다…고가 티켓 논란 해결 가능할까


입력 2022.09.09 17:01 수정 2022.09.09 17:0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업계 최초 VIP석 16만원 책정

공연업계 "물가 상승으로 티켓값 인상 불가피"

다른 제작사들도 티켓 가격 인상 논의 중

한국에서 연말 공연 예정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라이선스 뮤지컬 제작사 쇼노트가 지난 8월 중순 전체 배우 캐스트와 공연 일정, 티켓 가격 등을 공개하면서 뮤지컬 팬들이 불만을 드러냈다. 최고가인 VIP석 티켓 가격이 16만원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만든 뮤지컬 입장료가 15만원 이상으로 책정된 건, 이 작품이 처음이다.


ⓒ쇼노트 ⓒ쇼노트

국내 뮤지컬 티켓은 한국 뮤지컬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을 가져온 ‘오페라의 유령’(2001)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기존 R석 5만원 수준이던 뮤지컬 티켓은 ‘오페라의 유령’ 공연 당시 R석 10만원, VIP석 15만원으로 책정했다. 약 두 배 이상의 가격 상승이 일어난 이후 2010년까지 R석 10만원, VIP석 12만원 수준의 가격은 대부분의 대극장 작품에서 유지됐다.


2010년까지 약 10년여간 이어져오던 이 가격은 2011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형 뮤지컬을 중심으로 R석 11만원, VIP석 13만원 시대가 열렸고, 이후 2014년엔 14만원(이하 VIP석 기준), 2018년부턴 15만원에 정착됐다. 지난 4년간 뮤지컬 업계에선 ‘국내 제작 작품의 VIP석 티켓 가격은 15만원 이내로 한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티켓 두 장 가격이 30만원을 넘으면 뮤지컬 데이트를 하려는 커플들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가격 인상이 아주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인플레이션 현상을 고려하면 4년만에 1만원(약 6.7%) 상승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물가 상승으로 제작비 부담은 꾸준히 늘고 있고, 대부분 길어야 6개월 정도만 공연을 하기 때문에 무대 장치를 설치하고 철거하는 비용도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시작으로 시장의 VIP석 통상 가격이 16만원으로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한 작품이 스타트를 끊으면 다른 작품들도 곧바로 그 가격을 뒤따랐던 터다. 실제로 한 관계자는 “많은 제작사들이 연말 공연 티켓 오픈을 앞두고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면서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뮤지컬 수요가 폭발하면서 가격을 올려도 티켓이 팔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그런데 관객들의 불만이 단순히 티켓값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에 R석이었던 구역이 현재는 VIP 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VIP 구역을 광범위하게 설정하면서다. 실제로 현재 R석과 VIP석의 비중은 2000년대에 비해 약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R석을 VIP로 재지정하면서 실질적으로 티켓 가격 상승의 효과를 보면서도 관객들의 거부감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관객들의 티켓 가격에 대한 불만은 사실 질 좋은 작품을 제공해주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다. 관객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건 작품의 질뿐이고, 제작사는 더 훌륭한 공연을 만들어 낼 의무가 있다. 더해 VIP 구역을 광범위하게 설정했더라도 같은 구역 안에서도 유동적으로 할인 정책을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 뮤지컬 팬은 “관객들은 잘 만들어진 작품에 얼마든지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제작비 증가’라는 말만으로 관객들을 납득시키진 못한다. 만약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뮤지컬 시장의 성장세까지도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제작사는 같은 구역 안에서도 관람이 불편한 사이드나 뒷좌석에 대한 할인 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공연 사고 발생 시 (일부)환불 정책을 마련하는 등 16만원이라는 고가의 기회비용을 투자하는 관객들에게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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