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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 된 산지태양광①] 생명 앗아간 산사태 현장…근처 태양광 사업장 있었다


입력 2022.08.17 05:30 수정 2022.08.16 17:21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강원 횡성 야산 무너지며 70대 주민 숨져

200여 개 패널 설치된 태양광 사업장 근처

유실된 토사에 태양광 패널 잔해물 발견

인명피해가 발생한 강원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 산사태 현장에 태양광 패널이 널부러져 있다. ⓒ횡성군청 인명피해가 발생한 강원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 산사태 현장에 태양광 패널이 널부러져 있다. ⓒ횡성군청

매 여름철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입히는 산사태 원인으로 산지태양광이 지목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산사태를 자연재해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태양광 등 인위적 시설 설치를 위해 행한 벌목 작업이 토사유실을 유발하는 직·간접적 원인이라는 인식이 강해진 것이다. 올여름도 예외가 아니었다. 8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촉발된 산사태로 안타까운 사망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유실된 토사에 태양광 패널 잔해물이 발견되면서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산지태양광은 전력수급 기여도마저 미미해 '계륵'이 됐다는 평가가 크다.

대규모 토사유실된 횡성 산사태, 알고보니 태양광 사업장 근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달 역대급 폭우가 전국을 휩쓸면서 총 361건 산사태(16일 오전 6시 기준)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가 17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충남 97건, 강원 72건, 서울 14건, 충북 2건 등이 뒤를 이었다.


공교롭게도 산사태가 발생한 곳은 인근에 대규모 태양광 시설이 설치됐거나, 간벌 작업을 벌이는 등 인위적 행위가 이뤄졌다는 공통점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횡성 산사태 사건이 대표적이다. 최대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지난 9일 강원 횡성 둔내면 현천1리 야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70대 주민 1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200m에 달하는 산 경사면의 속살을 훤히 드러내며 유실된 토사가 농가와 주택을 집어삼켰다.


그런데 토사물 속 부서진 태양광 패널 잔해물이 발견된 것이 화근이 됐다. 당국 조사 결과, 산사태 발생 지점 약 2만㎡ 부지에는 패널 200여 개 대규모 태양광 시설(발전용량 999.18㎾)가 설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려면 일대 수목을 모두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지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곳 지자체와 주민들의 일관된 인식이다.


횡성군청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토사가 유실된 산지는 경사 자체가 완만한 곳이었기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이번 산사태가 태양광 시설과 관련이 있다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나무를 뽑아내고 인위적으로 낸 물길로는 역대급 폭우를 견디지 못했을 것이란 이야기"라고 전했다.


5가구가 고립됐던 횡성지역 또 다른 산사태 현장도 마찬가지다. 폭우가 쏟아진 탓도 있지만, 산사태는 나무를 솎아 베는 간벌 작업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른 나무를 나르기 위해 산 곳곳에 길을 낸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칼로 자른 듯 산이 떨어져 나간 홍천 산사태 현장도 천재가 아닌 인재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산사태 발생 지점에는 고압 송전탑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태양광 등 인위적 시설 설치를 위해 행한 벌목 작업이 산사태의 직·간접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이다.


정부도 인정한 '산지태양광=산사태 촉발'
전북 장수군 천천면 산지에 건설된 태양광 발전소. ⓒ전북도청 전북 장수군 천천면 산지에 건설된 태양광 발전소. ⓒ전북도청

사실 정부와 지자체도 산지태양광을 산사태 원인으로 수차례 지목해왔다. 산지태양광은 지난 정부가 2017년부터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개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2020년 집중호우 땐 산지 태양광시설에서 12건의 산사태가 일어났다. 당시 담당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작성한 현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시설 부근에서 산사태가 난 12곳 가운데 경북 봉화 2곳을 비롯한 전북 남원, 전남 함평, 충북 제천, 경북 성주 등 6곳은 산사태 등 호우 피해가 태양광 설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산사태 주관부처인 산림청과 태양광 사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무분별한 산지 개발이 산사태 원인이라고 강조해왔다. 산림청와 산업부가 지난해 국정감사에 제출한 '산지태양광 안전점검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가 산지태양광 설비 중 산사태 위험도가 높은 530개소에 대해 안전점검을 시행한 결과 90개소(17%)가 '미흡' 판정을 받았다.


무분별한 난개발 양상을 보이는 태양광 사업이 산사태를 촉발했다는 주장을 강화해주는 대목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산은 경사가 급하고 여름철 집중호우 영향에 노출돼 있어 무분별한 산지 개발이 산사태를 촉발하는 원인이 된다"며 "어린나무와 큰나무가 골고루 섞여 적당한 간격으로 자라도록 해야 산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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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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