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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시대 속 CD③] 상업 꼼수·친환경 음반, 이제는 고민해야 할 때


입력 2022.06.29 13:13 수정 2022.06.29 13:1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팬들도 앨범 폐기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 인식

SM, 친환경 소재로 NCT 드림 '비트박스' 제작

"포토카드만 수령하게 해주세요. CD를 사는 것도 버리는 것도 죄책감이 들어요."


케이팝 음반 판매량은 사실 음악이 아닌 음반 판매량 기록, 부수적인 구성품 때문에 판매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토카드, 포스터, 사인 추첨권 등 구성품을 뺀 음반은 처치 곤란 상태다. 음반 판매량을 책임지고 있는 케이팝 그룹들의 팬들은 앨범 한 장 사자니, 옵션이 랜덤으로 구성된 탓에, 또는 멤버들의 포토카드를 모두 모으고 싶은 마음에, 같은 음반이지만 여러 버전으로 출시된 앨범을 하나씩은 사둬야 하기 때문에 오늘도 지갑을 연다.


최근 친환경 앨범 제작에 나선 NCT 드림, 빅톤ⓒSM엔터테인먼트, IST엔터테인먼트 최근 친환경 앨범 제작에 나선 NCT 드림, 빅톤ⓒSM엔터테인먼트, IST엔터테인먼트

한 음반 관계자는 “아이돌은 음원 수입보다 음반 수입이 더 절대적이다. 예를 들어 CD 한 장·출고가를 12000원으로 잡았을 때, 300만장이 팔리면 360억원의 수익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소속사에서 앨범 판매에 공을 들여 여러 가지 구성품을 넣는다는지 이벤트 프로모션 등을 지속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앨범은 점점 두꺼워지고 있지만, 퀄리티나 신선함이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모두가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고만고만한 시장에서 시도할 수 있는 콘셉트는 사실 한정적이다.


한 아이돌의 팬 A 씨는 "데뷔할 때 교복, 아니면 청량, 이후 첫사랑에 빠진 소년, 이별 후 콘셉트가 코스인 것 같다. 여기에 사회 문제를 지적하거나, 자신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라는 듯한 메시지를 가진 콘셉트 정도가 추가되는 것 같다. 신박하다고 느껴지는 건 SM엔터테인먼트 정도다. SM엔터테이먼트가 가지고 나온 콘셉트가 흥하면 이걸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른 소속사에서 따라가는 느낌이다. 중소 기획사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나는 멤버들의 비주얼에는 만족하지만 콘셉트에서 완벽하게 만족한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음반 판매를 유도하는 건 포토카드 외 팬 사인회 추첨권도 한몫한다. 무작위로 추첨하거나 많이 산 순서대로 당첨자를 추첨하는 시스템으로 팬 사인회를 가기 위해서는 많이 사야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트위터 ⓒ트위터

이에 트위터에는 '당첨 컷'을 알려주는 은밀한 정보 계정이 등장하기도 했다. 1~2만 원을 건네면 가고 싶은 아이돌 그룹의 팬사인회 당첨될 수 있는 앨범 숫자 커트라인을 알려준다. 이를 이용해 영상통화 팬 사인회에 당첨된 적 이 있는 B 씨는 "그룹의 인지도가 있는 팀의 멤버였는데 컷 수가 90장이라 150만 원 정도 썼다. 거의 끝 순서였다. 이는 나보다 더 많이 산 사람들이 앞에 줄서 있는 것"라며 "이건 개인 영통이었다. 멤버별로 다 컷 수가 상이하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 계정에 문의한 커트라인 숫자로 당첨이 됐다. 신인 그룹도 문의해 봤는데 25~30장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시스템 구조상, 엉뚱한 사람이 정보를 유출하고 돈을 버는 경우도 존재했다.


기존에 발표했던 곡에 신곡 2~3곡을 추가해 리패키지 앨범을 내고 구성품을 전부 갈아치워 파는 행동 역시 광고 효과만을 누린 상업적인 수단으로 지적받고 있다. 팬들도 음반 패키징 마케팅 방식이 자신들의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작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앨범을 볼 때마다 돈도, 환경오염에 일조하는 것 같아 마음도 쓰리다.


그러자 환경을 생각하는 음반들도 나오기 하나, 둘씩 대안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에는 빅톤이 '크로노그래피'(chronograph) 앨범을 실물 포토카드와 디지털 콘텐츠로 구성된 플랫폼을 앨범을 시도했다. 이 시도는 앨범 판매량이 매년 높아지는 가운데, 앨범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됐다.


SM엔터테인먼트는 NCT 드림의 정규 2집 리패키지 '비트박스(Beatbox)'를 친환경 소재로 제작했다. 이 앨범은 국제산림관리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의 인증을 받은 용지가 사용됐다. 쉽게 자연분해되는 콩기름 잉크, 휘발성 유기 화합물의 배출이 없는 환경친화적인 UV 코팅 등을 활용돼 앞으로 방향 중 하나를 제시했다.


케이팝이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엔터테인먼트에서 노래, 퍼포먼스, 음반, 등 보이는 모든 것들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성장과 발전 없는 수준의 퀄리티가 반복되거나, 상업적인 목적이 계속 눈에 보인다면, 음악이라는 본질이 닿을 새도 없이 팬들의 반감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오랜 시간 많은 케이팝 그룹을 접해오면서 팬들이 보는 눈은 높아지고 '입덕' 기준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적어도 상업성에 가려져 가수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게 만드는 음반 마케팅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팬들마저 죄책감을 느끼며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현재, 시대의 흐름과 함께 케이팝 음반 시장이 가치있게 성장할 수 있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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