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식·이용녀 등 '호프'를 빛낸 연기 프로들…그리고 박영규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7.11 15:09  수정 2026.07.11 15:09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가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과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등 전례 없는 캐스팅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이 영화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은 따로 있다. '추격자', '황해', '곡성'을 거치며 국민배우가 아닌 얼굴들로 극의 현실감을 세워온 나홍진 감독 특유의 연출 방식이 '호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베테랑 배우들의 활약이 이를 뒷받침한다.



'호프'는 후반 작업 단계에서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아 약 160분 분량의 월드 프리미어 버전을 선보였다. 이후 나홍진 감독은 영화의 스릴과 리듬감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약 4분을 덜어낸 156분 최종 편집본을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주연 배우들뿐 아니라 곳곳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조연 배우들의 존재감 역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이미 임현식, 음문석, 이상희 등이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극의 중심을 받치는 가운데, 짧은 등장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연기 프로들이 눈에 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인물은 '호프'의 첫 번째 룩을 책임졌던 티저 포스터 속 말을 탄 남자, 어촌계 리더 현호 역의 서범식이다. 무술감독 출신인 그는 오랜 시간 드라마와 영화에서 액션 중심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베테랑 배우다. 극 중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성기(조인성 분)를 결정적인 순간 구해내며 '호프'의 백미로 꼽히는 액션 시퀀스의 중심축 역할을 해낸다.


보건소 의사 역을 맡은 김규백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 '반도'에서 김 이병 역으로 단역임에도 비열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강렬하게 각인시켰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보건의를 연기한다. 특히 성애(정호연 분)와 마주하는 찰나의 장면만으로도 극의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리며 존재감을 발휘한다.


이용녀는 호포항 상황실의 소식통이자 동네 터줏대감으로 등장한다. 오랜 연륜에서 비롯된 카리스마와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에 현실감을 더한다. 출장소장 범석에게 M16 소총 사용법을 다시 확인시키는 장면에서는 마치 아이를 다루듯 능숙하면서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박영규의 특별출연도 반가움을 더한다. 그는 호포의 면장으로 분해 지역사회의 책임자이면서도 맡은 바 임무를 은근히 생색내는 능청스러운 캐릭터를 특유의 생활 연기로 완성했다. 다만 칸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당시 상영된 버전에서는 약 1분 내외의 분량으로 등장했지만, 이후 나홍진 감독이 작품의 긴장감과 호흡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후반 편집을 진행하면서 최종 편집본에서는 해당 장면이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짧지만 강렬한 얼굴들이 스크린 곳곳에 자리한 덕분에, '호프'는 할리우드급 스케일 안에서도 한국 영화 특유의 현실감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한편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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