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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OTT 신작 대결…'종이의 집'·'안나'·'최종병기 앨리스' 어땠나


입력 2022.06.28 13:22 수정 2022.06.28 13:2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넷플릭스와 왓챠, 쿠팡 플레이가 같은 날 일제히 신작 오리지널 시리즈를 공개했다.


최근 다양한 OTT의 등장으로 경쟁이 가열되고, 엔데믹 상황을 맞으면서 침체기를 겪었던 극장가가 다시 살아나면서 'OTT 위기론'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에 이어 구독자들의 시선을 끌 오리지널 작품이 부재한 것도 이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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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표적으로 넷플릭스의 경우 2022년 1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무려 6% 하락했으며, 구독자는 20만 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OTT 위기론' 속에 야심 차게 준비한 새 오리지널 작품들은 효자가 될 수 있을까.


가장 기대를 모았던 넷플릭스의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전망이 밝지 않다. '종이의 집'은 스페인의 인기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한국 오리지널로, 유지태, 박해수, 김윤진, 전종서 등 연기력과 스타성을 고루 갖춘 배우들을 캐스팅해 한국적인 정서를 가미했지만 공개 이후 호불호가 크게 나뉘고 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오직 한국에서만 가능한 설정과 재미를 입혀 통일을 앞둔 남북한 공동경제구역(JEA)이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벌이는 이야기다.


여기에 살바도르 달리 가면을 썼던 원작과 달리 하회탈이 등장하고 강도들이 등장할 때 민속 음악이 등장한다. 우리나라만이 할 수 있는 설정에 차별화는 성공했지만, 그 뿐이었다.


이점을 제외하면 공개된 시즌 1은 스페인 원작의 전개를 그대로 따라간다. 원작을 본 구독자라면 긴장감과 반전의 감흥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배우들의 불협화음도 지적을 받았다. 강도단들끼리의 연기톤이 제각각으로 어우러지지 못하고 파열음만 냈다. 캐릭터를 북한, 경상도 사투리 등으로 개성을 주려 했지만, 과장돼 어색해 보일 뿐이었다. 이들이 왜 조폐국을 털려 하는지란 주제의식보다는 보이는 곳곳에 '한국적인 것'만 강조하려다 많은 것을 놓친 인상이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대규모 프로모션으로 기대 속에 출발한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적게 받았던 쿠팡 플레이 '안나'와 왓챠 '최종병기 앨리스'는 '작지만 강하다'라는 말처럼 알차게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았다.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정한아 작가의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했다. 2017년 영화 '싱글라이더'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이주영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수지가 첫 단독 주연을 맡았다.


2회까지 공개된 '안나'는 수지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연기 변신 만으로 흥미를 돋구기 충분했다. 생기 없는 얼굴, 욕망 앞에서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만드는 안나의 모습은 수지의 숨결로 스크린에 구현됐다.


극이 흐를 수록 안나의 거짓말을 자꾸만 응원하게 되는 것 역시 수지의 연기력이 큰 몫을 했다. 그 동안 밝고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로 사랑 받았던 수지의 완전한 연기 변신이다.


전반적으로 지루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여기에 고삐를 조이는 긴장감은 이주영 감독의 연출력이 빛났다. 전작 '싱글라이더'에서 보여줬던 디테일한 감정선과 휴머니즘이 이번에도 담백하게 담겼다.


안나의 곁에서 타고난 재력과 미모를 과시하며 의도치 않게 상대적 발탈감을 느끼게하는 현주 역의 정은채의 캐릭터 소화력도 극을 보는 재미다. 다른 플랫폼에 비해 입지가 약했던 쿠팡 플레이의 인식 개선이 기대된다.


이병헌 감독이 총감독을 맡은 왓챠의 '최종병기 앨리스'는 타깃층과 취향을 타는 장르임은 확실하나, 독특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최종병기 앨리스는 '킬러'라는 정체를 숨겨야 하는 전학생 한겨울(박세완 분)과 비폭력으로 학교를 평정한 잘생긴 또라이 서여름(송건희 분)이 범죄 조직에 쫓기며, 핏빛으로 물든 학교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학원물과 액션, 로맨스 등 여러 가지 장르들이 담겼다.


3회까지 공개된 '최종병기 앨리스'는 킬러 여학생, 죽고 싶은 고통을 더 큰 고통으로 잊기 위해 구타를 요구하는 남학생의 전사와 현재가 교차로 편집됐다. 서여름은 한여름만 생각하면 고통도 잊고 숙면을 취하게 된다. 한겨울도 서여름의 집요함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향후 한겨울을 쫓는 킬러 조직으로부터 위협을 당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되는 서사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학원물에 하드코어 액션, 로맨스까지 곁들여진 이 작품은 1020세대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요소들이 고루 배치돼 있다. 무엇보다 '최종병기 앨리스'의 가장 강점은 회차당 30~40분으로 짧은 러닝타임이다.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며 1시간 이상이 넘어가는 영상은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최종병기 앨리스'는 이런 부분을 고려해 그야말로 '짧고 굵게' 편집해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걷어냈다.


앞서 BL 물 '시맨틱 에러'로 흥행에 성공한 왓챠는 서브컬처에 머물렀던 장르들의 수요를 인식했다. '최종병기 앨리스'도 '시맨틱 에러'에 이어 콘텐츠의 다양성을 대표할 수 있는 왓챠의 새 흥행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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