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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 마동석, 1000만 관객을 사막여우로 만드는 어린왕자 [홍종선의 배우발견㉔]


입력 2022.06.12 09:01 수정 2022.06.12 09:17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마블리 마동석이 장미 꽃다발을 안고 있다. 어린왕자도 장미를 아꼈다^^ ⓒ이하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마블리 마동석이 장미 꽃다발을 안고 있다. 어린왕자도 장미를 아꼈다^^ ⓒ이하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기자를 관객으로 만드는 영화가 있다. ‘범죄도시2’를 나흘 만에 두 번 봤다. 두 번째가 더 재미있다.


진입장벽이 높은 영화의 경우 첫 번째로 이해도를 높이고 나면 두 번째 관람에서 재미가 배가 된다.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 제작 빅펀치픽쳐스·㈜홍필름·비에이엔터테인먼트, 배급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는 그런 경우가 아니다. 이미 첫 번째에서 한껏 웃고 신나게 즐길 수 있다,


두 번째 볼 때는 이제 곧 마동석의 주먹이 시원한 쾌감을 주고, 이제 또 마동석표 유머가 배꼽 잡게 할 것이고, 이제 막 손석구가 불량한 멋짐을 폭발시킬 것임을 알기에 미리 들뜨고, 미리 웃을 준비를 하고, 미리 설레며 맘껏 즐기고 한바탕 웃는다.


마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말했던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와 같은, 예정된 기쁨이 미리부터 가져다주는 행복을 ‘범죄도시2’는 내포하고 있다.


'범죄도시' 1편에서도 2편에서도 볼 수 있는 마석도(마동석 분, 왼쪽)와 장이수(박지환 분) ⓒ '범죄도시' 1편에서도 2편에서도 볼 수 있는 마석도(마동석 분, 왼쪽)와 장이수(박지환 분) ⓒ

‘범죄도시2’를 두 번, 세 번 보는 관객에게만 허락되는 행복이 아니다. ‘범죄도시’ 1편을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범죄도시2’를 보면서 1편의 대사나 상황이 2편에서 새롭게 활용된 장면들에서 크게 웃을 것이다.


1편의 장첸(윤계상 분)이 했던 “니, 내가 누군지 아니?”를 2편에서는 장첸처럼 머리가 길어진 장이수(박지환 분)가 하고, 장이수는 또 마석도(마동석 분)에게 아랫도리를 잡혀 꼼짝을 못한다. 1편에서 “니, 혼자 왔니?”라고 묻는 장첸에게 “어, 나 싱글이야”라고 답했던 마석도는 2편에서도 ‘5대5로 나누자’는 제안에 “누가 5야?”라고 받아치는 센스를 발휘한다.


1편을 기억하지 못해도 좋다. 아니, 1편을 관람하지 않았어도 된다. 마동석의 주먹 한 방이면 흉악한 칼도, 강해상(손석구 분)이 휘두르는 무시무시한 도끼칼 같은 마체테도, 심지어 총도 힘을 쓸 수 없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된다.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몬스터 체격을 하고 있지만, 귀여운 미소와 말릴 수 없는 유머 감각이 있는 ‘마블리’라는 것만 알면 된다. 그러면 마동석이 저 멀리서 걸어오기만 해도, 주먹을 허공으로 들기만 해도, 입을 벌려 말만 하려고 해도 기대치가 상승하며 ‘마동석표’ 쾌감 액션과 코미디를 만끽할 수 있다.


요술램프 속에서 세상으로 튀어나온, 무엇이든 가능한 요정 지니가 연상되는 배우 마동석의 모습. "형은 뭐든지 알 수 있어", 마석도는 여유로워도 양아치 유종훈(전병욱 분)은 벌벌 떤다. ⓒ 요술램프 속에서 세상으로 튀어나온, 무엇이든 가능한 요정 지니가 연상되는 배우 마동석의 모습. "형은 뭐든지 알 수 있어", 마석도는 여유로워도 양아치 유종훈(전병욱 분)은 벌벌 떤다. ⓒ

말하자면, 영화와 드라마를 막론하고 ‘마블리 콘텐츠 세상’, ‘마블리 세계관’이 존재한다. 그 존재를 알기만 해도 우리는 사막의 여우가 되어 마동석 어린 왕자를 만날 채비를 미리 하고, 웃고 즐길 준비를 이미 하고 새 콘텐츠를 감상한다. 우리를 ‘준비된 관객’으로 만드는 힘이 마동석에게는 있다. 그 예비된 만족이 영화 ‘범죄도시2’를 영화 ‘기생충’ 이후 3년 만에, 팬데믹 이후 첫 ‘천만 영화’(6월 11일 오후 1시50분 현재 1000만 관객 돌파)로 만들었다.


배우 마동석의 작품이 바뀌고 배역이 바뀌어도 관객은 ‘마동석’으로 인식한다. 영화 ‘부산행’에서 한 주먹에 좀비를 때려눕히던 주먹이기에 살벌하디 살벌한 강해상이 덤벼도 우리는 눈 꿈쩍이지 않고 승리를 예감하며 그 힘을 즐긴다. 주먹 하나로 고막 찢기는 파동을 만들어낸다 해도 믿긴다. 아이언맨의 아크원자로가 없어도,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가 없어도, 토르의 망치가 없어도 우리는 안심한다. 마동석은 천하무적, 살아있는 슈퍼맨, 영웅이다.


마동석의 작품들을 우리가 통으로 인식하고 거기에서 재미를 찾는 사소한 예를 들어볼까. 드라마 ‘나쁜 녀석들’(2014)에서 “봉고차(승합차) 타고 왔다”고 말했던 마동석(박웅철 역)은 5년 뒤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2019)에서 “네비 찍고 왔다”는 깨알 같은 애드리브로 큰 웃음을 줬고(박웅철 역), 다시 3년 뒤 영화 ‘범죄도시2’(2022)에서는 마석도의 단짝 전일만 반장(최귀화 분)의 입을 통해 “버스 타고 왔다”고 말해 또 한 번 웃음을 준다. 교통편 유머가 먼저 등장했던 게 ‘범죄도시’ 1편이 아니어도 상관없이 ‘마동석표’ 유머로 즐기는 것이다.


포스터의 '나쁜 놈들'이라는 글씨만 봐도 '나쁜 녀석들'이 생각나는 이유. 마블리 세계관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 포스터의 '나쁜 놈들'이라는 글씨만 봐도 '나쁜 녀석들'이 생각나는 이유. 마블리 세계관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

한 번 더 볼 용의가 있냐고 묻는다면, 물론이다. 그것도 내 손 안의 작은 TV가 아니라 극장에서 한 번 더 보고 싶다. 웃다가 목이 쉴 정도로 웃을 일, 살면서 그리 흔치 않으니까.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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