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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도어스테핑, 기네스북 등재까지 계속하라


입력 2022.06.12 03:03 수정 2022.06.10 08:36        데스크 (desk@dailian.co.kr)

홍보수석, 대변인 과거처럼 할 일 없어서 잘릴 판

전임자들이 엄두도 낼 수 없던 출근길 약식 회견

취임 한 달 가장 잘한 일... 청와대 개방보다 더 커

‘반윤’ 언론 질문 우회 답변, 유머 섞으면 금상첨화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문답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문답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이유로 구중궁궐(九重宮闕)을 말했을 때 사람들은 그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청와대 구조가(궁궐 같은 집 여러 채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경우가 99% 이상이었고, 구중궁궐을 빠져나오면 자동으로 국민과 소통을 잘하게 되는 것이냐는 의문이 들어서 였을 것이다. 맞다. 사람, 즉 대통령이 문제이지 구중궁궐이 문제는 아니었다.


새 대통령 윤석열은 그 사람이 바뀌었음을 취임 한 달 동안 보여주고 있다. 약속한 소통 확대를 도어스테핑(Door-stepping, 문지방을 밟는 출근길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약식 기자회견) 형식으로 이틀에 한 번 정도씩 실천 중이다.


취임 후 9일까지 한 달 동안 13회 했다. 이 횟수만으로 문재인의 5년 재임 기간 총 기자회견 기록 6회를 제쳤다. 이 기세라면 가장 많이 한 김대중과 노무현(각 150회)의 횟수도 1년 정도면 공동 2위로 쳐지게 될 것이다.


주말과 해외 순방, 외부 일정 등으로 못할 때를 제외하면 재임 일수의 절반 횟수가 될 듯하다. 한 달 15회, 1년 180회, 5년 재임 중 총 900회가 현재를 기준으로 예상해볼 수 있는 수치다. 간간이 하게 될 정식 기자회견들까지 더하면 1000회는 쉽게 넘어갈 것이다. 내친 김에 기네스북 등재(登載)도 도전해보라.


물론, 윤석열의 약식 기자회견은 짧다. 발걸음을 곧 옮길 듯 말 듯 한 불안한 분위기 속에 단 몇 초, 길어야 1분 안팎의 시간 동안 보통 질문 2~3개, 많으면 7개 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전임 대통령들 기자회견보다 가치가 덜한 건 아니다. 그들의 기자회견은 참모들이 준비해준,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홍보하고 싶은 내용을 읽고, 너무 오랜만에 하니까 이것저것 말해야 해서 길어진 것뿐이다.


윤석열의 도어스테핑에는 A4가 없다. 질문할 기자도 내용도 미리 알려지지 않는다. 대통령 자신이 출근 차 안에서 생각한 마음의 준비만 있을 뿐이다. 오직 실력과 자신감만 안고, 어떻게 보면 매일 다이너마이트를 품고서 기자들 앞에 서고 있다.


앞으로도 전임 대통령들이 전혀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이 즉석 문답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론과 야당이 답변 꼬투리를 잡고, 그것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지는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만두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이미 그것은 윤석열의 브랜드가 되어버렸고, 그는 하다가 마는 스타일도 아니다.


미국의 경우 노변정담(爐邊情談) 라디오 담화(총 30회)로 유명했던 루즈벨트 대통령이 재임 12년 동안 881회(연평균 73회로 쿨리지와 공동 1위) 기자회견을 했다. 말 잘하는 레이건은 의외로 연평균 5.75회, 오바마는 20.38회에 그쳤다. 바이든은 취임 첫 해인 작년 9회, 올해 현재 6회를 기록 중이다.


윤석열이 5년 동안 1000회 이상 약식 및 정식 회견을 하게 될 경우 미국의 쟁쟁한 대통령들을, 적어도 기자들과의 대면 문답 회수에 관한 한, 압도하게 된다. 회견 시간과 질문 개수는 사실 의미가 크지 않다. 얼마나 무방비 상태에서 대통령의 의중, 솔직한 마음이 국민들에게 전해지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의 도어스테핑은 기자회견 횟수로 카운트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그의 평소 소신과 국정 장악 능력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회견 시간으로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전쟁 전인 지난해 10월 수도 키이브의 한 푸드 코트에서 300명의 기자들 질문에 아침 식사부터 저녁 식사까지 장장 8시간이 넘도록 답변을 해 2017년 벨라루스 대통령이 세운 7시간 30분 기록을 깼다.


윤석열도 장광설(長廣舌)로는 유명한 사람이다. 말이 짧아서 오래 못하는 게 아니라 짧지만 정곡(正鵠)을 찌르는 답변, 곧 업무를 봐야 하는 출근길에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문제에 대해 요점만 답하느라 1분 안팎 회견을 하는 것이다.


또 오래 끌면 사고가 나게 돼 있다. 한마디만 던지고 말거나 아주 곤란한 질문일 때는 어물쩍 넘어가 버리는 것도 그래서 구사하는 전략이다. 또 투박하고 논란을 일으키는 대답일지언정 안하는 것보다는 백 번 낫다는 데도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도어스테핑 횟수가 누적되고 점점 민감한 이슈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지면서 윤석열의 답변에 부정적인 코멘트를 하는 훈수꾼들이 등장하고 있다.


민주당에서 쫓겨난 진보 이론가 금태섭은 ‘이렇게 답했으면 어땠을까’라고 윤석열의 문재인 양산 사저 시위 관련, ‘대통령 집무실 앞 시위도 허용되는 판이니까 법대로 되지 않겠느냐’라고 한 말을 대신할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소속 보수 이론가 김근식은 윤석열의 ‘과거엔 민변이 아주 뭐 도배하지 않았느냐’는 검사 편중 인사 반박 답변에 “말꼬리를 잡혀서 문재인 정권과 똑같은 인사편향을 수긍하는 셈이 된다”고 낙제점을 주기도 했다.


윤석열이 매일 즉문즉답을 하는 바람에 할 일이 없어진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 홍보수석 최영범과 대변인 강인선이 대표적인데, 다른 밥값을 못 찾으면 잘리게 생겼다. 전임 대통령들은 이들에게 입을 맡기거나 뒤에 숨음으로써 외교적 수사(修辭), 선문답(禪問答)으로 꾸며진 논평이 언론에 대통령 입장으로 전해졌다.


금태섭이나 김근식 같은 사람들의 훈수(訓手)를 의식해 말을 돌리거나 진심과는 거리가 먼, 멋있는 말만 늘어놓는다면 윤석열 도어스테핑의 기사 가치는 그날로 뚝 떨어질 것이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方策)이고 솔직-담백-진정이 윤석열다움이다.


다만, 반윤(反尹) 진보좌파 언론들의 올가미 질문은 잘 가려서 우회 답변하고, 그 자신 소질이 없지 않은 유머도 가끔 섞는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될 것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나라의 행정 최고 책임자의 생각을 육성으로 거의 날마다 듣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소통에 국민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윤석열의 도어스테핑은 청와대 개방이라는 실외(室外) 개혁에 이은 실내(室內) 개혁 조치로서, ‘취임 후 가장 잘한 일’이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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