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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사직썰㊱] 병해충 잡는 천적의 세계…친환경 농업의 출발점


입력 2022.06.09 06:30 수정 2022.06.10 09:55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친환경 방제수단에 주목

선진국형 해충방제 국내 도입

천적 시장규모 200억원 달성


무당벌레는 유충과 성충기간 모두 진딧물을 포식한다. 진딧물을 주로 포식하지만 온실가루이 약충, 응애류, 나방류의 알 등도 포식한다. 대표적인 천적곤충 중 하나다. ⓒ배군득 기자 무당벌레는 유충과 성충기간 모두 진딧물을 포식한다. 진딧물을 주로 포식하지만 온실가루이 약충, 응애류, 나방류의 알 등도 포식한다. 대표적인 천적곤충 중 하나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유달리 등이 고운 무당벌레.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먹고 자라는 곤충이야. 80~90년대 농촌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곤충이었지. 하지만 농약으로 진딧물을 제거하면서 무당벌레도 설 자리를 잃었어. 그런데 최근에 친환경 농업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다시 무당벌레를 육성하는 천적 사업이 활발해진거야. 천적은 농약 없이도 친환경 농산물을 수확 할 수 있는 출발점과 같아.”


친환경 안전 농산물에 대한 국민 요구가 높아지면서 농약을 줄이고 곤충을 활용한 생산기술 도입이 증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8년부터 꾸준하게 천적 연구사업을 추진해 농가에 보급 중이다.


정부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천적활용 해충 방제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이 사업이 종료된 후 천적사용 면적과 시장규모가 급속도로 줄었다. 천적 사용면적은 ha당 2010년 2500ha에서 2012년 630ha, 2014년 398ha, 2016년 425ha로 뚝 떨어졌다.


국내 천적시장 규모 역시 2010년 182억2000만원에서 2012년 52억3000만원, 2014년 58억9000만원, 2016년 48억8000만원으로 하향세다.


이렇다보니 대부분 천적은 수입에 의존하고 가격이 비싸 농업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천적에 대한 신뢰부족과 상대적으로 사용이 쉬운 유기농업자재를 선호하는 것도 천적 사업이 부진한 이유다.


김정환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작물보호과 천적연구실 기술위원은 “그동안 천적 이용 메뉴얼과 관리기술 제공이 부족했다”며 “정책 측면에서도 천적 지원사업 부실 및 천적 이용 생산 농산물 가격 차별화를 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천적사용 면적을 2010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올해 천적 사용면적은 2000ha로 전망하고 있다. 또 천적 시장규모도 20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김 위원은 “농진청은 노지작물 천적은 천적자원 보존과 생태계 안정으로, 시설재배작물 천적은 농약절감형 해충방제제로 활용하는 연구에 착수했다”며 “이를 토대로 5대 수출 작물 50개 이상 영농법인에서 천적 중심 작물재배 기술 실용화가 본 궤도에 안착하는 성과를 거둘 것”이락고 설명했다.


갈고리뱀잠자리붙이 성충이 진딧물을 먹고 있다. ⓒ배군득 기자 갈고리뱀잠자리붙이 성충이 진딧물을 먹고 있다. ⓒ배군득 기자
◆농작물의 무법자 ‘해충’ vs 이들을 응징하는 ‘천적’


르와르 영화에서 보면 절대강자와 같은 무법자를 해치우는 정의의 사도가 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절대 포식자더라도 천적은 분명히 존재한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실력이 평범한데도 유독 특정 팀이나 선수에게 강한 사람이 있다.


농작물에서도 천적관계는 확실하다. 해충은 인간이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방해가 되는 등 생활에 불편을 끼치는 작은 동물이다. 대체로 곤충류가 해당된다.


농작물에 해를 주는 멸구 등 농업해충, 모기, 이 등 위생해충을 비롯해 솔잎혹파리 등 산림해충, 토양에 있는 선충 등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나라에는 모두 1만4188종 곤충이 기록돼 있다. 이 중 해충은 2478종이 확인됐다.


유럽 시장에서는 일치감치 채소 포장지에 곤충과 농약을 사용한 비율이 표시되고 제품 가격이 차별화되는 등 천적 이용기반이 형성돼 있다.


생태계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복잡한 먹이그물에서 잡아먹는 자를 먹히는 자의 ‘천적’이라 하며 생물적 방제에서 중요한 억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천적곤충은 해충을 먹이나 알을 낳는데 이용해 결과적으로 해충 발생을 감소시키는 곤충이다. 특히 약제를 살포해 해충을 방제할 경우 생태계 평형을 깨뜨려 이차해충 출현 등 부작용이 유발되므로 천적 가치가 부각되는 것이다.


실제로 진딧물 등을 방제하기 위해 농약을 살포한 결과 천적들도 감소해 예전에 문제되지 않던 ‘점박이응애’ 등 응애류가 주요 해충으로 등장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천적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꽃매미는 매미목 꽃매미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1979년 기록된 이후에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6년 천안시에서 피해가 확인된 후 전국으로 피해가 확산됐다. 꽃매미는 원래 가죽나무에 주로 피해를 줬는데 포도, 매실, 복숭아, 사과 등에도 피해를 발생시켰다.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꽃매미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토착천적을 발견하지 못해 중국산 벼룩좀벌을 도입, 대량증식해 야외 농경지 방사를 위한 꽃매미 발생밀도를 억제시키고 있다.


농업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이용하는 천적곤충은 크게 포식자와 기생자 두 가지로 구분한다. 무당벌레, 풀잠자리, 사마귀처럼 해충을 씹어 먹거나, 꽃노린재처럼 해충의 체액을 빨아먹는 유형이 포식자(Predator)다. 포식자는 일반적으로 해충보다 몸이 크다. 일생동안 여러 마리 해충을 잡아먹으므로 해충 방제효과가 빠르다.


기생자(Parasite)는 해충 몸에서 애벌레가 자라면서 대상 해충을 죽게 만든다. 주로 기생벌, 기생파리가 해당된다. 성충이 기주 몸 안이나 밖에 알을 낳으면 깨어난 애벌레가 기주에서 영양분을 섭취하면서 자라나 기주가 죽게 되는 것이다.


기생성 천적은 포식성 천적에 비해 몸집이 작고 잡아먹는 해충 종류가 정해져 있다. 일생동안 수 십, 수 백마리의 기주에 기생하는 경향이 있다.


천적인 진디벌에 기생당한 진딧물 머미들. 죽은 진딧물 안에 진디벌 유충이 살고 있다. ⓒ배군득 기자 천적인 진디벌에 기생당한 진딧물 머미들. 죽은 진딧물 안에 진디벌 유충이 살고 있다. ⓒ배군득 기자
◆천적산업으로 발전시킨 유럽의 농업환경

해외에서는 농업에서 천적의 활용가치가 높다고 판단, 일찌감치 천적을 이용하는 생물적 방제 산업을 육성해왔다. 유기합성 살충제를 이용하는 기존 농법의 대안 또는 보조자로서 천적을 활용하게 된 셈이다.


전 세계 시설재배 면적의 5%에 해당하는 약 40만ha에서 천적을 이용해 방제를 하는 추세다. 세계에서 천적 곤충을 생산하는 회사는 네덜란드 코퍼트(Koppert)와 벨기에 바이오베스트(Biobest)사를 대표로 모두 86개곳이 있다.


코퍼트는 천적을 처음 상업적으로 이용했다. 34종의 천적 곤충을 생산해 매출 1500억원을 달성했다. 천적곤충 시장의 1위 업체(50%)로 전체 매출의 80%가 수출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 등에 있는 18개 해외지사를 5년 내에 25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는 아직 천적산업이 걸음마 수준이다. 유럽 등 선진농업국에서는 천적을 이용한 해충방제 비율이 높은데 반해 국내 비중은 현저히 낮다. 2018년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천적산업 비중이 벨기에・덴마크는 90%, 캐나다・스웨덴은 80%까지 천적을 장려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4%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친환경 농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천적을 이용하는 방제기술에 관한 연구와 실용화 사례가 증가하는 흐름이다. 1934년 일제 강점기에 사과에 발생하는 사과면충을 방제하고자 사과면충좀벌을 일본에서 도입해 정착시킨 것이 우리나라 최초 성공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이후 2000년부터 현재까지 도입 및 토착천적 32종을 상품화해 판매 중이다. 1995년부터 농촌진흥청에서 천적 곤충을 농업에 이용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1997년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또 애꽃노린재류 먹이사육방법 및 장치 등을 개발했고 1999년 최초의 천적회사가 설립되는 등 국내 천적 산업이 활성화되는 발판이 마련됐다. 한편 국내에는 8개의 천적 생산회사가 있다. 동부 세레스는 생산품목이 31종으로 세계 3위권의 높은 수준이다.


천적산업은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이 신뢰성을 얻을 수 있는 생물적 방제의 대표적 사례다. 무당벌레를 비롯한 천적산업이 활성화 돼 친환경 농업의 순기능이 강화되길 바란다. ⓒ배군득 기자 천적산업은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이 신뢰성을 얻을 수 있는 생물적 방제의 대표적 사례다. 무당벌레를 비롯한 천적산업이 활성화 돼 친환경 농업의 순기능이 강화되길 바란다. ⓒ배군득 기자
◆농진청, 꾸준한 천적연구 결실을 맺다

국내 천적산업은 2005년부터 진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이 본격적인 천적산업 육성연구에 착수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꾸준한 연구 끝에 관련 시장도 본 궤도에 올랐다.


특히 수출 파프리카와 딸기에서 해충의 친환경적 방제를 위한 천적 고도화 연구사업은 진정한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신뢰감을 주며 수출 증가에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와 함께 천적생산 회사에 대한 정부지원으로 천적 생산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정부 재정지원 사업도 제안했다. 무엇보다 학교급식, 군납 등 대규모 급식시설에 천적활용 농산물을 소비하도록 적극적인 홍보를 펼쳤다.


김 위원은 “집약적 농업을 수행해 온 우리나라 농업환경을 개선하려면 천적을 이용한 농업을 활성화하려는 적극적인 정책 수립과 시행이 요구됐다”며 “천적의 생산과 제품화에 기술력을 가진 국내 천적회사들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천적 이용 농가에 대한 전문 컨설팅 확대나 천적으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의 유통 등 수익모델 다각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며 “농업기술센터와 천적을 이용한 해충방제 공동사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작목별 성공사례 발굴과 기술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6월 16일 [新농사직썰㊲]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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