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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증언하고 싶은 성폭력 피해 아동은 없다"


입력 2022.04.07 04:19 수정 2022.04.07 00:42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16세 미만 11일부터 해바라기센터서 영상 증언…여가부·법원행정처 시범사업

전문가 "어른조차 법정 위압감 견디기 어려워…유도신문에 넘어가 무죄 만드는 경우도"

"센터 서울에 5개뿐…센터 운영 병원에게 일방적 희생과 공익적 활동 강요해선 안 돼"

영상증인신문 사례 ⓒ여성가족부·법원행정처 제공 영상증인신문 사례 ⓒ여성가족부·법원행정처 제공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가 공판 과정에서 겪을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영상증인신문 시범사업'이 해바라기센터에서 추진된다. 전문가들은 눈 앞에 가해자가 없고,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미성년 피해자가 증언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심적 안정을 줄 수 있다며 시범사업을 환영했다.


여성가족부와 법원행정처는 6일 공판 과정에서의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해 오는 11일부터 8개 해바라기센터에서 '영상증인신문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바라기센터는 여가부, 지자체, 의료기관, 경찰청이 협력해 성폭력·가정폭력 등 피해자에게 상담, 의료, 법률, 수사 지원을 하는 기관이다. 시범사업은 서울, 경기, 경기남부, 인천, 대구, 광주, 충북, 전북 등 총 8곳에서 진행된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미성년 피해자의 영상녹화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두 기관은 법정이 아닌 아동·청소년 피해자에게 친화적인 해바라기센터에서 증인신문을 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시범사업이 시행되면 16세 미만 아동·청소년 피해자 중 영상증인신문 희망자는 법정에 나가지 않고 해바라기센터에서 비디오 등 중계 장치를 활용해 증언할 수 있게 된다.


영상증인신문 방식 ⓒ여성가족부·법원행정처 제공 영상증인신문 방식 ⓒ여성가족부·법원행정처 제공

전문가들은 법정의 위압감 속 미성년 피해자는 질문을 이해 못하거나 유도신문에 넘어가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아동인권위원회의 신수경 변호사는 "어른조차도 법정의 위압감은 견디기 어렵고 신문 도중 질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미성년 피해자가 유도신문에 넘어가거나 질문을 잘못 이해하고 사실과 다르게 진술해 가해자의 무죄 상황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딱딱한 법정에서 비교적 친화적 분위기인 해바라기센터로의 공간적 분리와 피고인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미성년 피해자에게 심적 안정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 변호사는 "해바라기센터가 그간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갖고 미성년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기대한다"며 "피해자의 심리 상담을 담당하는 전문가와 일정 연령 이하 미성년자의 눈높이에 맞춰 질문을 설명하는 진술 조력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인 서혜진 변호사는 "위헌 결정 이후 별도의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의 보호절차가 사실상 없었다"며 "법정에서 증언하고 싶어 하는 미성년 피해자는 없을 정도로 부담감을 많이 느낀다. 해바라기센터에서 영상중계를 통해 증인신문을 하는 것은 진작 이뤄졌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서 변호사는 "해바라기센터는 현재 서울에조차 5개밖에 없다. 센터를 운영하는 병원에게 일방적 희생과 공익적 활동을 강요할 것만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메리트 제공도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여가부와 법원행정처는 영상증인신문 시범사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영상재판 시범사업 안내서'를 마련해 법원과 시범사업기관에 배포할 방침이다. 안내서에는 증인지원·영상재판지원 업무처리 절차, 증인신문 전후 단계에서의 피해자 상담 및 심리치료 지원, 신뢰관계인·진술조력인 활용 등의 내용이 담기게 된다.


또 두 기관은 한 달간 시범사업을 운영한 후 지역별 영상증인신문 신청 현황, 신문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을 분석하고 안내서 등을 최종 보완해 5월 중 전국 해바라기센터에서 영상증인신문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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