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박범계 장관님, '억울'하십니까? [이배운의 열공]


입력 2022.04.06 06:29 수정 2022.04.06 05:04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대장동 상설특검, 尹사건 수사지휘권 갑자기 꺼내든 박범계…여론은 '싸늘'

"취지 왜곡됐다"며 억울하단 입장이지만…'정치적 편향' 평판, 스스로 쌓았다

정치적 중립과 법질서 수호하는 법무장관은 어디에?…'의원 박범계'만 보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해 12월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자인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유한기 전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해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윗선' 수사는 더디고 '아랫선'만 잡는 검찰 수사를 보며 그들이 느꼈을 절망감은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당시 김 전 처장은 언론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회사에서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지금은 아무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가슴이 미어진다"며 마치 유언장 같은 심경을 털어놨다. 자신은 권력으로부터 버림받은 '희생양'이 됐다는 불안감은 결국 있어서는 안 될 비극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처럼 대장동 실무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각계는 대선 전 조속한 진상규명을 위한 대장동 특검을 촉구했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 수사팀을 믿고 기다려보자"며 반년 가까이 특검 요구를 일축했다.


그랬던 박 장관이 여권의 대선 패배 직후 돌연 특검의 필요성을 피력하며 '상설특검' 발동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갑자기 입장을 선회한 까닭과 시점을 놓고 차가운 시선을 거두기 어려운 이유다.


최근 박 장관이 띄운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복원'도 한동훈 검사장의 발목을 잡기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각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박 장관은 논의를 중단하고 "정말 놀랐다" "원래 취지가 왜곡됐다"며 억울하단 입장을 내놨지만, 이들 논란은 결국 박 장관이 자초한 측면이 커 보인다.


특정 인물에 대한 평판은 없던 것에서 갑자기 생겨나는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박 장관은 장관 임명 과정부터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라는 비판이 높았고 일각에선 '추미애 시즌2' '추미애보다 더 센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결국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27번째 장관급 인사인 박 장관은 임기 내내 '내로남불'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았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원칙을 뒤집고 예전에 했던 말도 스스로 부정하는 행태들이 반복된 데 대한 비판이다. 지금 박 장관의 언행마다 미심쩍은 의혹과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인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말과 원칙을 바꾸는 행위도 때때로 허용된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은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고 한결같은 법질서·원칙을 수호해야만 한다는 게 국민의 눈높이다. 당의 이익에 결사적으로 뛰어든 '의원 박범계'는 특출난 능력을 증명했을진 몰라도 '장관 박범계'는 평판에 비해 지나치게 오래 자리를 지켰다.


이런 와중에도 박 장관은 '사법의 정치화' 심화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긴커녕 자신을 비판하는 여론에 '왜 나만 못살게 구느냐'는 듯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대장동 의혹 수사를 받다 숨진 이들과 비교해보면 과연 어느쪽이 더 억울한 처지인지, 지난 대선에서 정권에 충성하지 않았던 '정치초보' 후보자에게 국민이 열광한 까닭이 무엇일지 장관 박범계는 깊이 고민해보길 바란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배운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