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BL드라마③] “BL물에 대한 편견? 무서우면 시작도 안했죠”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3.17 17:01  수정 2022.03.17 11:24

더블유스토리 박인애 대표 인터뷰

한국 첫 BL드라마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등 다수 제작

‘아는 사람은 안다’는 장르, 차마 대놓고 안다고 말하기 껄끄럽고, 즐긴다고 표현하기 불편한 콘텐츠. 반쯤은 음지에 걸친 하위문화로 인식되던, 남성 캐릭터들 사이의 사랑을 그리는 BL(Boy's Love) 장르의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국내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데 일조하고, BL물을 양지로 끌어내는 작품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가 대표적이다. 첫 한국산 BL드라마다.


ⓒ더블유스토리

이를 제작한 더블유스토리 박인애 대표는 재일교포 2세로, 일본에서 20년간 한류이벤트 사업을 하다 2018년 이후 한일 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일을 구상하던 중 ‘콘텐츠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중에서도 그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는 있지만, 한국에선 공급이 없던 BL 드라마 제작에 나섰다. 2020년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를 시작으로 ‘미스터 하트’ ‘유 메이크 미 댄스’ ‘겨울 지나 벚꽃’ 등 BL드라마를 줄줄이 내놨다.


“제 자신이 자라온 환경 덕에 마이너리티에 대한 이해가 기본적으로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BL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고, 이 세계관에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거죠. 주로 ‘마이너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고들 하는데, 마이너가 아니라 오히려 팬층이 확실한 장르라고 볼 수 있죠. 팬층을 타깃으로 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BL물이 가진 타깃에 대한 정확성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이미 해외에서는 BL 장르가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요.”


BL 장르는 초기 순정만화의 문법을 따랐다. 예쁘게 생긴 남자와 여자의 연애에서 여자의 자리에 남자를 갖다 놓는 식이다. 때문에 일부 남성들 사이에선 대개 BL이 순정만화 캐릭터 같은 늘씬하고 예쁜 남성들의 동성애적 사랑을 다룬다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순정만화 장르 자체가 ‘순정’만을 다루지 않는 것처럼, BL 장르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많은 취향과 변주를 낳았다.


“BL은 특별한 장르가 아니에요. 성을 떠나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죠. 흔히 ‘여성스럽다’ ‘남자다워야 한다’ 등 ‘~여야 한다’ ‘~스러워야 한다’는 한계를 벗어나는 자유로운 사랑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순수하고 용기가 필요한 사랑을 담는 장르가 아닐까요? 시청자들도 그 부분에서 공감하고, 힐링하거든요. BL은 판타지이자 정체성을 따지지 않는, 아름다움이 꼭 필요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BL의 역사는 생각보다 깊다. 1970년대부터 이미 장르의 형태가 존재했고, 지금까지 꾸준히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서야 양지로 올라오고 있는 국내 BL 콘텐츠와 달리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해당 장르의 콘텐츠가 자리를 잡고 있다.


“해외 BL 작품은 표현도 수위도 자유로워요. 국내는 아직 BL 작품을 많이 접하지 않은 상태라, 차츰 무르익어 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국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정말 높기 때문에 그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아직은 많은 작품이 저예산으로 어렵게 제작되다 보니 그 요구성을 현실적이 받쳐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것이 국내 시장의 현실이기도 하고요. 다만 이미 한국 콘텐츠의 제작 노하우는 세계가 인정하고 있고, 배우들의 수준도 남다릅니다. 잘 생겼고, 연기도 잘하고, 피지컬까지 좋죠. 뭐 하나 빠지지 않는 배우들이 많다는 점도 국내 BL물의 강점이 되지 않을까요?”


'겨울 지나 벚꽃' 촬영현장 ⓒ더블유스토리

믈론 고충도 있다. 박 대표는 “사실 제작은 힘들다. 아직 BL장르에 대한 경험이 없고 이 세계관을 확실히 이해를 하는 제작자들이 많지 않다”면서 “제작 전에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만, 세세한 감정이나 포인트들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표는 “제일 큰 건 예산”이라며 “한정된 예산 안에서 제작을 해야 하다 보니 항상 최선을 다해주는 피디님, 감독님, 스태프 분들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의 고민 중에 BL 콘텐츠에 갖는 일부 시청자들의 편견, 부정적인 인식에 대한 우려는 없었다.


“편견이 무서우면 아예 시작도 안 했죠. 한국에서도 사회적인 인식이 더 바뀔 거고 그 속도가 느리다 한들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보는 콘텐츠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편견을 가진 사람이 있는 반면, 이 장르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에겐 ‘행복’이니까요.”


“실제로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를 비롯해 다양한 BL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좋고, 수많은 작품들이 제작되고 있어요. 2월말 방영을 시작한 ‘겨울 지나 벚꽃’이 3월10일부터는 네이버, 카카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여러 OTT에서 시청할 수 있게 될 거고요. 국내 OTT들이 오리지널로 제작을 시작했으니 급격히 시장이 커지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분명 올해 한국 시장도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해외시장 비율이 국내보다 높긴 하죠. 그래서 한국에서 인정받는 작품을 만드는 게 제 목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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