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LG엔솔發 ‘머니무브’... 단 이틀간 '마통' 7조↑


입력 2022.01.20 13:32 수정 2022.01.20 13:39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공모주 흥행에 신규건수 3천건 돌파

LG엔솔 증거금만 114조 달해

IPO(기업공개) 사상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한금융투자 본사에서 고객들이 청약신청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IPO(기업공개) 사상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한금융투자 본사에서 고객들이 청약신청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 30대 주부 이숙희씨(가명)는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에 투자하면 ‘따상’에 성공할 시 1주당 48만원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역대급 IPO라는 지인들의 말을 듣고 은행 적금 5000만원을 깨고, 청약 이튿날 마이너스 통장을 신규 개설하고 3.98% 금리로 4000만원 대출을 신청해 총 600주를 신청했다.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공모주 청약으로 인한 대규모 ‘머니무브’가 발생했다. 청약 증거금이 114조원에 달하며 공모주 흥행 신기록을 쓴 가운데, 은행권 신용대출 잔액이 급증하며 청약이 진행된 단 이틀만에 마이너스 통장 잔액만 약 7조97억원이 늘어났다.


20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에 따르면 LG엔솔 청약이 끝난 19일 기준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56조3579억원으로 청약 직전인 17일(49조3482억원) 대비 7조 97억원이 늘어났다. 해당 기간 마통 신규 개설 건수는 316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청약 사상 가장 많은 증거금이 몰렸던 SK아이테크놀로지(SKIET)가 촉발했던 대출 증가액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SKIET의 경우 청약일 신용대출 잔액이 6조원 이상 증가한 바 있다.


같은 기간 요구불 예금(MMDA 포함)은 703조4094억원을 기록했다. 연말(711조8031억원)보다 8조3937억원 줄어들었다. 요구불예금은 일정 기간 돈을 예치해야 하는 정기 예·적금과 달리 고객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대기성 자금' 이다. 최근 주식, 코인 시장 변동성 확대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만큼 현 시점에서 요구불 예금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LG엔솔 청약때문이라는 설명이다.

5대 은행 마이너스 통장 잔액 추이 그래프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5대 은행 마이너스 통장 잔액 추이 그래프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LG엔솔 IPO가 역대급이라는 입소문이 나자 개인투자자의 ‘빚투’까지 불러일으킨 모양새다. 앞서 LG엔솔은 기업 수요예측에서 '1경(京)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몰리면서 흥행을 예고해왔다. LG엔솔 공모주 중 일반투자자에게 배정된 물량은 1062만주로 균등과 비례물량이 50%씩이다.


앞서 LG엔솔 청약 첫날도 마통 잔액은 하루만에 1조3751원이 급증했으나, 청약 마지막인 이틀째 6조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하루라도 대출 이자를 덜 받기 위해 막판 신용대출이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단기자금 변동에 은행권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공모주가 배정되지 않아 남은 금액은 오는 21일 반환돼 이같은 상황은 일시적이지만, 단기 금융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청약 첫날에는 이례적으로 머니마켓펀드(MMF) 당일 출금한도가 소진되는 은행도 나왔다. SKIET나 크래프톤 공모주 청약 당시에도 자금이 빠져나갔으나 MMF 한도가 마감될 정도는 아니었다. 올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 시행으로 대출 여력이 줄어들자 청약을 위해 예금까지 끌어모은것이다.


여기에 다음달에도 현대엔지니어링, 인카금융서비스 등 청약들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빚투•영끌 분위기가 가계부채 뇌관을 또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지난달 말 신용대출 잔액은 139조5572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5766억원 줄었는데 올해 초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치솟는 대출금리다. 현재 신용대출 금리는 연 5%대에 육박했으며, 올해 1~2차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며 더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과도한 레버리지에 따른 이자상환 부담은 오롯이 개인이 짊어져야 한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