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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경기 중 생리현상? 조코비치 보다 얍삽한 치치파스(ft.부폰똥폰)


입력 2021.12.07 20:23 수정 2022.01.21 08:21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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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절체절명 위기에서도 인간의 생리현상은 발생하게 마련입니다. 코트나 그라운드도 예외가 아닙니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세계적인 스타들도 생리현상 앞에서는 순응 내지 굴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두 솔직했고, 현재에 충실했습니다. 그것을 지켜보는 팬들도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을 나타냅니다. 경기 중 지린, 덩(똥)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대표적인 스타가 있습니다. 야신상 수상 등 세계 최강 골키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안루이지 부폰(43)입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안정환에게 골든볼을 허용한 골키퍼로도 잘 알려져 있고, 호날두 노쇼 사건이 일어났던 유벤투스 방한 경기 때 한국 관중들에게 폴더 인사했던 그 골키퍼입니다.


5288만 유로(약 715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로 유벤투스에 입단한 부폰은 통산 685경기 중 절반에 가까운 클린시트(322개)를 기록했습니다. 완벽한 수문장 부폰을 등에 업은 유벤투스는 10번의 스쿠테토를 가져갔습니다. 부폰에게 골문을 맡긴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도 2006년 FIFA 독일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은퇴를 앞두고 무려 20년 만에 데뷔팀 파르마로 돌아온 부폰은 리빙 레전드입니다.


화려한 그의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덩’입니다. 2007년 레지나전에서 ‘똥폰’이라는 별명이 붙었죠. 여느 때와 같이 든든하게 골대를 지키던 부폰은 3-0 앞선 후반 종반, 갑자기 불안하고 불편한 모습으로 허리를 굽혔다 폈다 반복했습니다. 표정도 급격히 일그러져 갔고요. 결국 복통을 호소한 부폰은 벤치에 긴급 교체 사인을 보냈습니다. 벤치에서는 의료진을 긴급 투입하려 했지만 부폰은 교체만 외쳤죠.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으려 각고의 노력을 하며 걸었습니다. 그라운드에서 벗어날수록 가속도를 붙여 라커룸 쪽 화장실을 향했습니다. 눈치 챈 관중석 곳곳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지안루이지 부폰. ⓒ AP=뉴시스 지안루이지 부폰. ⓒ AP=뉴시스

경기 도중 생리 현상과 관련된 명확한 규정은 없습니다. 그런 경우가 발생한다면, 심판에게 말한 뒤 나가면 됩니다. 들어올 때도 물론 말해야겠죠. 그러나 부폰의 포지션이 골키퍼라는 게 문제였습니다. 3-0 앞서 있다고 해도 골키퍼 없는 골문은 상상할 수 없으니까요.


아스날의 EPL 무패 우승을 지킨 옌스 레만 골키퍼는 경기 중 A보드 뒤에서 소변을 보셨고, 프랑스 대표팀 골키퍼를 지냈던 파비엥 바르테즈는 ‘신성한 대머리’ ‘아트 사커’의 자존심을 뒤로 하고 그라운드에서 드러내놓고 쉬~. 골키퍼는 아니지만 이탈리아 인자기는 벤치에서 대기 중에도 화장실 가기 귀찮은지 페트병에 종종 싸곤 해 빈축 아닌 빈축을 샀죠.


레알 마드리드의 라모스는 심판에게 말하고 나갔죠. 돌아와서는 날아갈 듯한 가벼운 몸놀림으로 움직였습니다. 지네딘 지단 레알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라모스는 화장실에서 대변을 본 뒤 돌아왔다”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습니다. 경기 후 라모스는 SNS를 통해 “자연이 보낸 시그널에 난 순응했다”는 재치 있는 멘트를 남겨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주심에게 말할 겨를도 없을 만큼 급했을까. 무단으로 경기장을 이탈한 선수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동화’를 썼던 제이미 바디가 그런 케이스입니다. 2018년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전 후반 종반에 갑자기 그라운드를 떠났습니다. 레스터 시티는 퇴장 명령을 받은 선수도 없는데 아스널전 막판 5분 동안을 수적 열세로 치렀고, 결국 1-3으로 졌습니다. 경기 후 감독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바디가 조금 아팠다”고 말했습니다. 팬들은 “졌지만 잘쌌다”고.


손흥민 동료 에릭 다이어도 경기 중 생리 현상 때문에 그라운드를 이탈했죠. 2020-21시즌 카라바오컵(리그컵) 16강에서 0-1 뒤진 후반 32분, 다이어는 갑작스레 경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무리뉴 감독이 그를 찾기 위해 라커룸으로 뛰어 들어가는 촌극이 벌어졌죠.


다시 투입된 다이어는 끝까지 피치에 남아 첼시의 공격을 막아냈고,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된 다이어는 자신의 SNS에 변기 위에 올려놓은 트로피 사진을 게시하며 "진짜 MOM"이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무리뉴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다이어의 생리 현상은 소변이 아니었다"고 폭로(?) 했습니다.


덩 투혼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레전드가 있죠. 잉글랜드 레전드 개리 리네커입니다. 30년 전 '대변 투혼'의 주인공입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아일랜드와 경기 중 생리적 현상을 참지 못하고 바지에 쌌습니다. 다행히 바지가 어두운 푸른색이라 티가 나지 않았구요. 신속히 잔디와 흙으로 수습을 한 뒤 경기를 이어갔습니다.


리네커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후반 15분경부터 다시 배가 아파왔다. 태클 후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는데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경기를 이어간 리네커는 후반 38분 교체 아웃. 그래도 잉글랜드의 월드컵 4강을 이끈 주역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대변 투혼과 함께.


UFC 옥타곤에서도 있었습니다. 김지연에게 졌던 파이터죠. 2017년 6월 UFC 저스틴 키시는 스트로급 펠릭스 헤릭전에서 경기 도중 옥타곤에서 실례를 했습니다. 상대방에게 포지션을 빼앗긴 키시는 초크 위기에서 벗어났죠. 실신 직전까지 갔지만 빠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엉덩이에 힘이 풀리면서 ‘이물질’이 곳곳에 흘렸습니다.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았죠. 경기 후에는 설사를 의미하는 ‘SHIT’ HAPPEN!이라는 트윗을 남기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쿨하게 넘겨 팬들에게 웃음과 감동 아닌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진짜 감동은 42.195km를 뛰는 마라톤에서 나왔습니다. 마라톤은 체력은 물론 고도의 정신력을 요하는 종목입니다. 하프 마라톤은 절반의 거리인 21.0975km를 뛰지만 그래도 1시간 넘게 달려야 합니다. 그곳에서도 덩과 얽힌 대박 사건이 있었죠.


주인공은 미카엘 에크발. 2008년 예테보리 하프마라톤에 참가한 에크발은 당시 19세였습니다. 출발 후 2km 정도 되는 지점까지는 이를 악물고 달렸지만 대장 압박에 시달렸습니다.


바지는 물론 다리, 운동화까지 설사가 흐르는 가운데서도 10km 이상 질주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른 마라토너들은 청년의 주변에서 떨어져서 달렸습니다. 덩 범벅이 된 채 달리는 청년을 바라보던 사람들도 코를 막으며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에크발은 21위로 들어왔습니다.


마라톤 중 대변, 소변을 처리하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지정된 장소에서만 달려야 하며, 이탈하면 실격처리가 됩니다. 심판에게 허락을 받고 일을 본다고 해도 기록이 망가집니다. 사실상 포기죠. 에크발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서 “한 번 멈추면 그 다음, 또 그 다음에도 멈추고 싶어진다. 습관이 될 수 있다”며 완주 배경을 밝혔습니다.


그런 자세를 견지한 에크발은 2014년 3월 덴마크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스웨덴 기록을 세웠습니다. 유럽육상선수권 대회에 스웨덴 국가대표로도 출전했습니다. 덩과 얽힌 최대의 감동을 안겼죠.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 AP=뉴시스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 AP=뉴시스

빈축을 산 스타도 있습니다. 유독 긴 타임아웃 시간으로 논란을 낳았던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 치치파스는 2021 US오픈 테니스 대회 1회전 앤디 머리(영국)와의 경기 도중 화장실을 가겠다며 사용한 '배스룸 브레이크(Bathroom Break)‘로 논란에 휩싸였죠.


머리에게 3세트를 내줘 1-2로 몰린 치치파스가 4세트에 들어가기 전까지 지나치게 화장실에서 오래 머물며 시간을 끌면서 흐름을 끊었다는 것입니다.


매너 좋은 머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고,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치치파스가 화장실에 다녀온 시간이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여행 시간의 두 배"라고 비꼬았죠. 알렉산더 츠베레프도 머리 편을 들며 “치치파스의 그런 행태가 상습적이며 심지어 화장실에서 코치로부터 휴대폰을 통해 경기 전략에 대한 지시까지 받는 것 같다”고 거들어 논란이 커졌다.


치치파스는 아드리안 만나리노와의 2회전에도 3세트 종료 후 화장실에 8분 이상 다녀와 팬들의 야유를 들었습니다. 3회전도 마찬가지. 신예 카를로스 알카라스에게 1-2로 몰린 가운데 화장실로 갔습니다. 상대적으로 짧은 5분 정도 뒤 돌아온 치치파스는 4세트를 6-0 따내며 화장실 효과를 보는 듯했지만, 5세트 알카라스의 패기에 밀려 졌습니다. 치치파스를 잡은 카를로스 알카라스는 2003년생으로 올해 18세 신예입니다. 짜증났던 관중들은 ‘정의구현’ 결과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죠.


같은 덩이라도 팬들의 반응과 평가는 달랐죠. 웃음을 주기도 하고 감동을 주기도 했고, 빈축을 사며 야유를 듣기도 했고. 같은 상황에서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립니다. 페어플레이합시다. 얍삽하게 굴지 말고.


유튜브 당몰야 영상 보러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GDaQ4V2UDRE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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