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프레스 프렌들리도 좋지만 ´과잉 친절´
´´프레스 프렌들리´ 청와대의 필연적(?) 사고인가.´
지난 5일 현 정부 고위인사가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회견 내용에 대한 청와대의 반박 성명을 놓고 다시금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YTN <돌발영상>을 통해 청와대의 해명 내용이 사제단의 회견 1시간 전에 미리 나온 사실이 일반에 공개됐기 때문.
당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해당 방송사 등의 요청에 따라 “사제단의 회견 예정 시각인 오후 4시 이후에 보도해줄 것”을 전제로 출입기자들의 동의를 얻어, 김용철 변호사의 이른바 ‘삼성 떡값’ 명단과 관련한 사제단 측의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물론 사제단의 회견이 있기 전에도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이 해당 명단에 포함돼 있을 것이란 풍문이 청와대 주변에서 나돌기는 했으나, 사제단 측이 당사자를 지목하기도 전에 서둘러 반박 성명을 낸데 대해선 “좀 ‘오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당시 브리핑에 참석했던 기자들 사이에서 제기됐었다.
이와 관련, 청와대 측도 ‘몇 명에 대해 얼마나 조사했냐’는 등 기자들의 잇단 물음에 “아직 발표가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조사 경위 등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아울러 청와대 측은 “사제단이 명단을 발표하지 않으면 이날 브리핑도 없던 것으로 해달라”고까지 했다.
김 변호사의 주장이 제기된 이후 “일부 명단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왔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었지만, 구체적인 금품 수수 일시와 액수 등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강도 조사´가 진행됐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청와대 측은 이 같은 사실이 모두 방송을 통해 공개되자 적잖이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프레스 프렌들리(press-friendly, 언론 친화)’를 강조해온 이명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취재진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키 위한 시도가 결국 또 다른 오해를 낳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앞서 ‘다음 달 방미 예정인 이명박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란 <동아일보> 보도와 인선 결과 발표 등 새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엠바고(보도 유예)’ 및 ‘오프더레코드(비보도)’ 요청 파기 사례 등을 거론하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언론과의 ‘신뢰’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사제단이 회견에 앞서 ´청와대의 사전 브리핑 내용을 알고 있다´고 밝힌 것은 누군가 이 같은 사실을 전달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청와대 측은 ´속보 경쟁´ ´특종 경쟁´에 목 멘 일부 기자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청와대의 섣부른 대응도 문제지만, 주요 언론사들의 과잉 취재 경쟁도 ´한 몫´ 했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
한 언론사 기자는 “결국 ‘엠바고’나 ‘오프더레코드’를 깨는 건 ‘메이저’들이지 않나. 우린 깨고 싶어도 (출입기자단에서) 잘릴까봐 함부로 못 쓴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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