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정 대변인 "오독" 해명에도 수습 안돼
여당·대통령실 한목소리? '보조 맞추기' 촉각
李대통령 100일 기자회견 발언과도 맞물려
사퇴 요구 넘어 대법원장 탄핵 목소리 재등장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5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 논란이 격화하는 가운데, 대통령실의 '원칙적 공감' 발언이 파장을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것은 오독"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선출권력 우위' 발언과 맞물리며 사법부가 거센 정치 공세에 노출된 모습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여권에는 선출권력의 우위를 강조하는 기조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연이어 '선출권력의 정당성'을 부각한 데 이어, 대통령실이 동일한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압박이 노골화되고 있는 흐름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와 내란재판부 설치를 밀어붙이는 와중에, 삼권분립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집권여당은 사법개혁안에 대해 사법부가 우려를 제기하자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내란 관련 재판 지연 논란까지 겹쳤다면서 조 대법원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졌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준하고 "사법 독립을 위해서 자신이 먼저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추미애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이 헌법 수호를 핑계로 '사법 독립'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내란범을 재판 지연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또 "국민이 힘들게 민주 헌정을 회복해 놓으니 숟가락 얹듯이 '사법부 독립'을 외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직에서 물러나고 서울고법은 공판 기일을 변경해야 한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은 반이재명 정치 투쟁의 선봉장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희대 대법원장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을 우습게 보지 말라"며 "우리 국민들은 3·15 부정선거, 부정부패의 책임을 물어 이승만을 하야시켰고, 당시 내무부 장관은 사형당했다. 내란수괴, 부정부패 혐의 등으로 전두환·노태우 씨를 단죄했고 이명박도 감옥에 보냈고 박근혜·윤석열을 탄핵한 국민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사법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강성 서영교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공수처 수사와 탄핵 추진 가능성을 언급하며, 여권의 공세를 사퇴 요구에서 탄핵 국면으로 끌어올렸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에 대한 공세를 동시다발적으로 벌이는 가운데, 이날 대통령실의 '원칙적 공감' 발언은 여당의 행보와 보조를 맞춘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낳았다. 대통령실이 추가 브리핑으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여권 내부에선 선출 권력의 정당성을 부각하며 사법부를 압박하는 흐름이 더욱 선명해진 셈이다.
강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추미애 위원장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그런 시대적인, 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사퇴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서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가 숙고와 논의를 통해 헌법 정신과 국민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국민의 선출 권력"이라고 했다.
내란 전담 특별재판부 설치에 따른 부정 여론에 대해선 "내란 사태의 신속한 종결을 위해 법률을 제정한다거나, 이외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할지언정 국회가 숙고와 논의를 거쳐 갈 부분이고 정부는 (국회의) 최종 결정에 대해 존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발언에 대한 파장이 커지자 강유정 대변인은 공지를 통해 "추 위원장의 '대법원장 공개 사퇴' 요구와 관련해 밝힌 대통령실 입장은 국회는 숙고와 논의를 통해서 헌법정신과 국민의 뜻을 반영하며, 대통령실은 그러한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봐야 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고 밝혔다.
이어 강 대변인은 추가 브리핑을 통해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퇴 요구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의미는 오독이고 오보"라고 해명했지만, 삼권분립 훼손 논란과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동조한 것 아니냐는 논란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사법부 독립이라고 하는 것도 사법부 마음대로 하자는 뜻은 전혀 아니다. 행정·입법·사법 가릴 것 없이 국민의 주권 의지에 종속된 것"이라며 "모든 것은 국민의 뜻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고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권력들"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임명권력은 선출권력으로부터 2차적으로 권한을 다시 나눠받은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직접선출권력, 최고권력은 국민, 국민주권"이라며 "그리고 직접선출권력, 간접선출권력. 이걸 우리가 가끔씩 망각한다"고 했다. 특히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계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며 "사법부 구조는 사법부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 그게 일반적 원칙"이라고 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지난 5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당시에도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탄핵 필요성을 촉구한 바 있다.
아직까지 조 대법원장은 여권의 사퇴 요구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여권 수뇌부 등의 거센 압박 속에 향후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법원의날 기념식에서 "사법부가 헌신적인 사명을 온전히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 사법개혁 입법 과정에 대해선 "국회에 사법부의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고 소통과 설득을 통해 국민을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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