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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사람’도 영상 하나로 2억 버는 시대…버추얼 휴먼이 뜬다


입력 2021.07.23 14:41 수정 2021.07.23 14:4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버추얼 유튜브·버추얼 인플루언서 영향력 급상승

부캐 놀이 열풍과 같은 맥락...Z세대 열광

ⓒ세아스토리, 신유야 유튜브 ⓒ세아스토리, 신유야 유튜브

“와, 이게 사람이 아니라고?”


실제 사람이 아닌, ‘가상인간’이 여행을 하는 모습을 담은 브이로그, 신곡을 발매하고 릴레이 댄스 영상을 담은 콘텐츠 들이 유튜브에서 빠르게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이들은 가상의 유튜버, 즉 ‘버추얼(virtual) 유튜버’다. 줄여서 ‘브이튜버’(V tuber)라고로 불리는 버추얼 유튜버는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버추얼 유튜버의 시작은 지난 2016년 11월 일본에서 만들어진 ‘키즈나 아이’였다. 키즈나 아이가 크게 흥행하면서 유사한 버추얼 유튜버들이 급증했고, 대부분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의 형태를 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 무대는 보통 유튜브인데, 인기를 끌자 가상공간에서 콘서트를 열거나 방송 출연을 하기도 하며, 일본에서는 코스프레 소재로도 활용되기도 하는 등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활동 반경도 확장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유튜브 시장에서 가장 많은 생방송 후원금(슈퍼챗)을 받은 영상 주인공은 일본의 니지산지 그룹이 개발한 버추얼 유튜버 ‘신유야’(Yuya Shin)다. 신유야는 버추얼 서울에 거주 중인 핸드폰 중독의 20세 대학생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고, 일본어에도 능숙하다. 주변에 일명 ‘오타쿠’와 소통하고 싶어 방송을 시작했다는 가상의 설정이 적용돼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신유야가 3시간 동안 진행한 라이브 방송으로 무려 160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2위를 기록한 유튜버의 라이브 영상과 비교해서 무려 2배 이상의 수익이기도 하다. 기존에 슈퍼챗 상위권은 보통 정치, 경제 관련 유튜버가 차지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글로벌로 무대를 넓히면 버추얼 유튜버의 영향력은 더 명확히 드러난다. 유튜브 통계 분석 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 6월 전 세계 유튜브 생방송 후원금 순위 1위부터 10위를 모두 버추얼 유튜버가 차지했다. 1위에 이름을 올린 주인공은 일본의 버추얼 유튜버 ‘후와 미나토’로, 그의 라이브 영상 한 편의 후원금 수입은 약 1억7000만원에 달한다. 나머지 9명의 버추얼 유튜버들 수익도 1억원 이상이다.


국내에서도 버추얼 유튜버를 연이어 탄생시키고 있고, 콘텐츠 사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난 2018년 게임사 스마일게이트는 국내 첫 버추얼 유튜버 ‘세아’를 탄생시켰다. 세아는 유튜버 활동을 통해 현재까지 총 7만4800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로지,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로지,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SNS를 통한 ‘버추얼 인플루언서’도 인기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가상인간은 미국의 릴 미켈라다. 그녀는 19살의 브라질계 미국인으로 바이섹슈얼이라는 성소수자 특징을 가졌다. 이성 친구와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모두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며, 각종 사회 문제에도 목소리를 낸다. 특히 그녀는 케이팝 그룹 블랙핑크의 팬이다. 현재 릴 미켈라가 보유한 인스타그램램 채널의 팔로워는 300만명에 달하고, 이에 따른 영향력이 커지면서 고가의 브랜드가 상품을 협찬하기도 한다. 영국 전자상거래 기업 온바이는 2019년 미켈라가 벌어들인 수익이 약 13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국내 가상 인간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중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전문기업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지난해 8월 탄생시킨 ‘로지’의 활약이 눈에 띈다. 로지가 출연한 한 보험사의 광고 영상은 유튜브에서 140만 조최수를 기록했고, 그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3만명을 뛰어넘었다. 로지는 환경에 관심이 많은 20대 여성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로 웨이스트’ ‘업사이클링’ 등 친환경 이슈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버추얼 유튜버,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연이어 높은 수익을 거두고 그 영향력이 커진 것은 최근 방송가는 물론 유통업계 등 다방면으로 퍼진 ‘부캐 놀이’(부캐릭터 놀이)와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현실의 캐릭터들이 아닌,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캐릭터 놀이’를 하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지만, 버추얼 유튜버와 인플루언서가 성공하려면 가상의 세계 역시 현실감 있는 ‘몰입’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을 얼마나 몰입시킬 수 있느냐가 성공의 핵심이다. 성공을 거둔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시청자의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지 캐릭터를 수정할 수 있는 등 시청자의 취향에 맞게 공급할 수 있는 것도 버추얼 유튜버의 큰 강점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사람 같은 외모에 저마다의 가치관이 뚜렷한 디지털 인간, 가상 인간들이 SNS 인플루언서, 유튜버 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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