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리와인드⑧] 임성한 작가의 차원 다른 ‘막장’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07.20 15:17  수정 2021.07.20 15:17

‘결사곡2’ 70분 2인극으로 화제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TV조선

임성한 작가는 막장 외길을 걸어온 작가다. ‘보고 또 보고’부터‘ 하늘이시여’, ‘인어아가씨’에 이르기까지. 걸출한 막장 드라마들을 내놓으며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다. 불륜과 치밀한 복수 등 자극적인 소재를 내세우면서도, 황당한 사망과 유체이탈, 빙의 등 엉뚱한 면모로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임 작가의 작품를 향한 시청자들의 호불호는 확실하다. 지나치게 자극적이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현실과는 동 떨어진 엉뚱함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높은 화제성으로 이목만큼은 확실히 사로잡는다. 지난 1998년 방송된 ‘보고 또 보고’는 5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하늘이시여’와 ‘인어아가씨’ 등 40%가 넘는 인기작들을 다수 배출하며 ‘막장 대모’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지난 2014년 드라마 ‘압구정 백야’ 이후 은퇴를 선언했던 임 작가는 6년 만에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결사곡’) 시리즈로 복귀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작품 역시 불륜과 복수가 메인 줄거리인 막장 드라마다.


◆ 겹사돈 내세운 ‘보고 또 보고’→딸이 며느리 되는 ‘하늘이시여’ 파격의 연속


지금은 겹사돈 소재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지만, ‘보고 또 보고’가 방송되던 1998년에만 해도 파격적이었다. 특히 ‘보고 또 보고’에서는 형제, 자매간 서열을 바꿔 가족 간 갈등을 더욱 강조하기도 했다.


‘하늘이시여’를 통해서는 딸을 며느리로 들인다는 설정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아이를 낳자마자 버리고 떠났던 영선(한혜숙 분)이 긴 세월이 흐른 후에야 딸을 만나게 되자, 의붓아들 구왕모(이태곤 분)와 결혼을 시켜버리는 충격적인 선택을 했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막장 소재지만, 쉽게 상상할 수 없는 파격 소재들로 화제성만큼을 확실하다.


나름 치밀한 전개는 물론, 캐릭터들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포착하면서 감정 이입할 여지를 만들어두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일례로 ‘보고 또 보고’에서는 엄마에게 은근히 차별받는 둘째 딸 은주(김지수 분)의 이야기를 한 축으로 설정, 그의 속내를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었다. ‘하늘이시여’에서는 영선의 모성애를 절절하게 그려내며 그의 선택을 일정 부분 납득하게 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현재 방송 중인 ‘결사곡2’ 역시 각 커플들의 불륜과 갈등, 화해는 물론, 의붓아들을 짝사랑하는 엄마를 등장시켜 모두를 충격케 했다.


그럼에도 저마다의 이유로 외도를 저지르고, 또 싸우고 화해하는 다양한 커플들의 속내를 차근차근 쌓아가며 몰입의 계기를 만들었다. 불륜, 복수라는 막장 드라마 단골 소재는 여전하지만, 마치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법한 신랄한 현실 반영으로 눈 뗄 수 없는 재미를 만드는 것이다. 오랜만에 복귀한 작품에서도 ‘욕하면서도 본다’는 막장 드라마 공식을 제대로 실감케 하는 임 작가다.



ⓒSBS

◆ ‘웃찾사’ 시청하다 돌연사→70분 2인극, 평범함을 거부하는 전개


설정만 파격적인 것이 아니다. 전개 도중, 엉뚱하면서도 황당한 전개로 항상 ‘뻔함’을 거부한다.


‘하늘이시여’에서는 한 출연진이 코미디 프로그램 ‘웃찾사’를 보면서 웃다가 뇌졸중으로 돌연사했다. 유체이탈과 빙의, 죽은 사람이 환영으로 살아 돌아온 에피소드는 셀 수 없이 많다. ‘신기생뎐’에서는 신병을 앓는 주인공의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되는 웃지 못 할 장면이 담기기도 했다.


그만의 독특한 세계관은 이번 ‘결사곡2’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지난 18일 12회 분에서는 70분 내내 사피영(박주미 분), 신유신(이태곤 분), 둘 만의 대화를 내보내는 파격 행보를 보여줬다. 사피영을 어르고 달래면서 이혼을 막으려는 신유신과 감정을 토로하면서 이를 거부하는 사피영의 대화가 무려 1시간이 넘게 이어진 것이다.


신유신의 궤변과 격정적인 감정의 파고 끝에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는 사피영의 혼란을 긴 시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품에서도 죽어서 영혼으로 나타난 신기림(노주현 분)의 존재 등 특유의 독특함이 묻어난 전개들이 있었으나, 이번 70분 2인극은 그런 임 작가의 시도 중에서도 ‘전례 없다’는 평가를 끌어냈다.


<임성한 작가 작품>


MBC ‘보고 또 보고’(1998년)

MBC ‘온달왕자들’(2000년)

MBC ‘인어아가씨’(2002년)

MBC ‘왕꽃 선녀님’(2004년)

SBS ‘하늘이시여’(2005년)

MBC ‘아현동마님’(2007년)

MBC ‘보석비빔밥’(2009년)

SBS ‘신기생뎐’(2011년)

MBC ‘오로라 공주’(2013년)

MBC ‘압구정 백야’(2014년)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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