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초반 프로축구에서는 터키에서 불어온 ‘귀네슈 열풍’이 K리그를 흔들었다.
‘팬을 위한 공격축구’를 표방하며, K리그의 관행과 선수들의 프로의식에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던 귀네슈 감독의 거침없는 직설화법은 초반부터 리그에 신선한 변화를 몰고 왔다.
그가 이끄는 서울 역시 정규리그와 컵대회 포함 6연승의 상승세를 달리며 실력과 스타성을 고루 갖춘 새로운 스타 감독의 탄생을 만나는 듯 했다.
그러나 어느덧 정규시즌 종료도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지금, 귀네슈호의 전망은 시즌 초반과 큰 차이가 있다. FC서울은 25일 현재 6승12무 4패(승점 30)로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선인 6강에 간신이 턱걸이하고 있다.
5위 전북, 7위 포항과 승점차 없이 골득실과 다득점으로 순위가 나누어져 있으며, 8위 인천(승점 29), 9위 전남(승점 28), 10위 제주(승점 26)등이 모두 박빙의 격차로 촘촘하게 늘어서 있다.
올 시즌 4경기를 남겨두고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이 약 36~38점 정도라고 예상했을 때 1~4위인 성남, 수원(이상 승점 47), 울산(승점 39), 경남(승점 37)까지는 이미 6강 PO행을 사실상 확정지은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남은 2장의 티켓을 놓고 아직도 5~7개 팀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상황.
서울은 지난 컵대회에서 결승전까지 진출했으나 울산에 무릎을 꿇으며 준우승에 그쳤다. 내년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려있는 FA컵에서도 4강에서 인천에 덜미를 잡혔다. 이제 귀네슈 감독으로서는 마지막 남은 정규리그에서 6강 PO 티켓마저 놓칠 경우 시즌을 빈손으로 마감할 수밖에 없는 다급한 상황.
갈 길 바쁜 서울은 22일 전북전에서 또다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서울은 정규리그에서 무려 12차례나 무승부를 기록하며 K리그 14개 구단 중 최다이자 올 시즌 유일한 두 자릿수 무승부를 기록했다. 특히 12번의 무승부 중 득점이 아예 없는 0-0 승부만 8번이었다.
여기에 컵대회까지 포함하면 올시즌 서울은 34경기에서 무려 절반에 가까운 16경기에서 90분 이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는 지독한 ‘무승부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 올 시즌 서울이 내용상 우세한 모습을 보이고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한 경기가 부지기수다.
또한 서울은 올시즌 정규리그 22경기에서 득점은 17골(경기당 0.77골), 실점은 14골(0.63골)에 그쳤다. 실점은 K리그 14개 구단을 통틀어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지만, 득점은 광주(12골)에 이어 13위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은 정규리그 3월 31일 광주전에서 5월 26일 성남전까지 9경기에서 단 1골에 그치는 최악의 빈공에 시달렸고, 이중에는 6경기 연속 무득점 기록(3/31 광주 ~ 5/5 전북전)도 포함되어 있다.
최다 무승부 기록까지 감안할 때, 결과만 놓고 보면 영락없이 ‘못 넣고 안 먹는’ 전형적인 수비축구다. 박주영, 정조국, 김은중 등 내로라하는 특급 골게터들을 보유한 서울의 전력이나, 시즌 초반 ‘팬들을 즐겁게 하는 공격축구’로 돌풍을 일으키겠다던 귀네슈 감독의 호언장담과도 거리가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부상이 귀네슈호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시즌 초반이던 3월 한 달간 서울은 컵대회와 정규리그 포함 6경기에서 14골(2.3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4월부터 이민성, 이을용, 박주영, 정조국, 김은중, 이청용 등 주력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공격력이 곤두박질쳤다.
최상의 전력은 고사하고 베스트 11조차 꾸리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이 후반기까지 이어졌다. 8월 중순까지의 서울은 그야말로 1.5~2군으로 경기를 치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귀네슈 감독 본인도 ‘내 지도자 인생이 이렇게 많은 부상선수가 속출하기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
한편으로 서울은 올해 정규시즌 총 11번의 무득점 경기를 기록했지만 패배는 단 3회(8무3패)에 그치며 비교적 선방했다. 반면 서울이 최소한 1골 이상을 득점한 경기에서 성적은 6승4무 1패. 패배는 지난 8월15일 수원전(1-2)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사실상 2군급 전력으로도 이 정도의 성적을 낸 서울이 공격력만 갖춰지면 더욱 강력한 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오히려 서울은 주전들이 대거 빠진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당히 공격적인 축구를 펼쳤다. 결과적으로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거나 무승부인 경기라도 내용면에서 볼 점유율이나 유효 슈팅 면에서 우세했던 경기가 적지 않았다. 골을 넣지 못한 것과 아예 골을 넣을 찬스도 만들지 못한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또한 귀네슈 감독은 기대에 못 미치는 올시즌 성적에도 불구하고 구단과 팬들로부터 변함없는 신뢰를 얻고 있다. 성적부담에 시달리는 외국인 감독으로서, 주전들의 전력누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선수 보강보다는 팀내 유망주들을 키우겠다는 그의 장기적인 안목에서 서울의 미래를 내다보는 팀 운영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4경기를 남겨놓은 지금 서울은 부산-성남-인천-대구와의 격돌을 앞두고 있다. 부산-인천은 홈경기이고 성남-대구와는 원정경기다. 남은 경기에서 최소한 승점 8점 이상을 추가해야 PO행을 낙관할 수 있다. 부상에서 복귀한 박주영, 정조국의 빠른 부활이 귀네슈호의 올 시즌 운명을 판가름할 열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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