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오리온스는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전국적인 인기구단이다.
성적은 둘째 치더라도 팬들을 흡입시키는 마력이 오리온스 농구에는 있었다. 그러나 인기와 변화가 비례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오리온스는 변화가 적은 팀이었다. 언제나 ‘3김’이 팀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 ‘3김’이란, 김진 감독·김승현·김병철을 일컫는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지난 시즌을 마치자마자 3김의 우두머리격인 김진 감독과 작별했다.
오리온스호의 바통은 이제 이충희 감독에게 넘어갔다. 조용하지만, 거대한 변화를 알리는 순간이었다.
▲ 유일한, 거대한 변화
코칭스태프가 바뀐 것을 빼면 오리온스는 달라진 것이 없다. 내부 FA 추철민·이흥배·문혁주와 모두 재계약했다. 이흥배는 계약 후 창원 LG로 보냈다. 외부 FA 영입설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설에 불과했다. FA 기간 후 연봉협상도 큰 문제가 없었다.
팀의 절대적인 중심, 김승현이 지난 시즌 4억3000만원에서 44.7%가 인상된 6억3000만원에 계약한 것이 눈에 띈다. 김주성(동부·6억8000만원)에 이어 다음 시즌 프로농구 연봉랭킹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고액. 오리온스는 샐러리캡(17억원) 소진율 100%를 기록했다.
다음 시즌 가세하는 신인 선수가 3명이나 되고 그 중에는 메가톤급 임팩트를 지닌 이동준이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7년 만에 프로농구로 복귀한 이충희 감독이다. 11년간 오리온스에 몸담은 김진 감독이 서울 SK로 떠난 가운데 오리온스는 대외적으로 그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물로 이 감독을 낙점했다.
현역 시절 전설적인 슈터 출신인 이 감독은 존재만으로도 홍보 효과가 뚜렷하다. 선수들에 대한 파악을 끝낸 후 이 감독이 여름내 얼마나 팀에 내실을 기하느냐가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이동준과 스몰포워드
김진 감독이 오리온스에 마지막으로 남긴 유산은 바로 귀화한 혼혈선수 이동준이다. 오리온스는 효율적인 트레이드를 통해 올 초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권으로 이동준을 손에 넣는 기염을 토했다.
28일부터 일본 도쿠시마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 발탁됐지만, 아직 이동준은 미지의 선수다. 체격이나 운동능력은 외국인선수를 능가하는 수준이지만 국내 리그에 대한 적응도나 소프트웨어가 검증되지 않았다. 때문에 그의 프로적응을 잘 이끌어줄 코칭스태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동준은 반드시 키워야 할 재목이다. 더욱이 이동준의 성장 여부는 전희철 이적 후 오리온스의 고질적인 문제가 된 스몰포워드 포지션 강화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동준이 외국인선수와 동급에 가까운 기량이라면 외국인선수 선발에 있어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그러나 이동준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면 외국인선수 선발에 있어서도 딜레마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충희 감독이 이동준의 기량을 확인하고 점검할 시간이 촉박했다는 점. 2007-08시즌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7월19~21일)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 칠종칠금(七縱七擒)
‘칠종칠금’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맹획을 7번 사로잡고 7번 풀어준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핵심은 ‘시간을 갖고 상대에게 감복을 주고 마음으로 따르게 한다’는 뜻.
공교롭게도 7년 만에 프로로 돌아온 이충희 감독에게 필요한 것도 칠종칠금의 마음가짐이다. 김진 감독 체제에 모든 선수단이 익숙해진 상황에서 이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과 함께 기존 팀의 토대도 안고 나가야 한다. 코칭스태프 교체로 분위기는 쇄신했지만, 그것이 또 다른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급격한 변화는 언제나 불필요한 잡음을 야기한다. 다행히 이 감독은 기존의 공격농구를 지킬 것을 선언했다. 김승현·김병철·정재호·오용준 등 기존 핵심멤버들은 공격농구에 적합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당장의 성적만큼이나 유망주 조련도 이 감독에게는 중요한 과제.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동준·주태수 등 토종 빅맨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부여하고, 성장할 수 있게끔 밀어주는 굳은 심지를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물론 이 감독이 칠종칠금의 유연성을 갖고 팀을 지휘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 [프로농구] 창원 LG ´정중동´ 비행
데일리안 스포츠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