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자면서 웬 소란? [정상환의 시대읽기]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11.05 06:00  수정 2026.1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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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집값 발언, 해명이 더 길었다

대통령 말하고 참모가 해설

김민석 '울먹인 사과'…책임 어디에

"시끄러운 소통은 소란"

성기홍 홍보소통수석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유튜브 소통 채널 '대통령의 Y'가 신설된다고 밝혔다. 성 수석은 "오늘 오전 1회차 녹화를 마쳤다"면서 5일 밤 9시 유튜브 채널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대통령의 Y' 촬영 모습 ⓒ뉴시스

우리 정치, 조용한 날이 없다.


역동적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국민을 쉴 틈 없이 피곤하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


아시다시피 이 칼럼은 목요일에 게재된다. 그런데 나는 일필휘지의 재주가 없어 월요일에는 글감을 정하고 초안을 잡는다. 화요일에는 논지를 세워 문장을 다듬고, 수요일에는 마지막 퇴고를 하여 원고를 보낸다. 이 졸고도 수십 번 고쳐 쓴다. 그런데도 질책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글이 거의 완성되어 가는 화요일 오후나 수요일 오전, 새로운 정치 이슈가 터지면 난감해진다. 며칠 동안 붙들고 있던 원고를 접고 시의성 있는 새 주제로 갈아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번 주도 그랬다. 2027년 정부예산안을 다룬 「닭의 비행」이라는 묵직한(?) 원고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또 다른 논란이 터졌다. 정치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으니 글 쓰는 사람도 참 피곤하다. 국민은 오죽하겠는가.


이번 주 정치판을 달군 두 가지 장면이 있다.


하나는 대통령의 부동산 발언이고, 다른 하나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의 전당대회 당시 의혹 제기와 사과다. 얼핏 별개의 사안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공통된 문제가 있다. 권력자의 말과 그 말에 따르는 책임이다.


말한 사람 따로, 해석하는 사람 따로


이재명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에서 "주요 지역의 실제 거래 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 날에는 자신의 발언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자신이 말한 주요 지역은 강남·서초·송파였으며, '집값 폭락 중'이라고 말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적처럼 실제 발언과 다른 표현을 직접 인용했다면 언론은 바로잡아야 한다. 언론에도 정확하게 보도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 역시 처음부터 정확하고 분명해야 했다.


'주요 지역'이 어디인지, 어느 시점과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인지 처음부터 명확히 설명했다면 다음 날 해명할 일도, 언론과 공방을 벌일 일도 줄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필부의 의견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은 물론 국민의 재산과 심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시장을 넘어 국가 전반에 파장을 미친다.


언어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모호성이다. 같은 말을 해도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의미는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말하는 사람의 속뜻을 헤아리고 행간을 읽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좋은 글이 각주와 해설을 달아야만 이해되는 글이 아니듯, 좋은 소통도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추측해야 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설명이 길어지고 해석이 따라붙어야 비로소 이해되는 말이라면 이미 소통의 기능을 잃은 것이다. 직관적으로 이해되고 직독직해가 가능한 언어가 좋은 소통이라는 생각이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종 정리자다.


쟁점을 정리하고 혼란을 가라앉혀야 할 사람이 새로운 논란거리를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대통령이 먼저 말하고 참모들이 엄호하며 그 뜻을 해설하는 것은 국가 의사결정 시스템의 물구나무서기다.


이순신 장군이 노를 젓고 있으면 되겠나?


사과는 했지만, 책임은 어디에


집권 여당 대표의 말도 대통령의 말 못지않게 무겁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 과정에서 경쟁 후보였던 정청래 당시 후보 측을 겨냥해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 의혹을 제기했다. 당대표에 당선된 뒤에는 박선원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당원정비 TF까지 꾸려 관련 의혹을 조사했다. 지난 10월에는 신천지 교인의 상당한 집단 가입 정황과 관련 증언을 확보했다는 취지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일 김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자체 조사 결과 3자 비밀연합의 증거는 없었다며 사과했다. 사과 과정에서 울컥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당초 예정됐던 조사 결과 보고도 취소됐다. 정청래 전 대표는 비공개 의총에서 사과할 일이 아니라 피해를 입은 당원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은 3자 비밀연합의 증거가 없었다는 것과 신천지 교인의 집단 입당 의혹 전체가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조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이상의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전당대회에서 경쟁 후보와 당원들에게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의혹을 제기한 근거는 무엇이었는가. 조사 결과 증거를 찾지 못했다면 그 과정과 결과를 당원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하지 않겠는가.


울먹인 사과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 문제인가.


정당의 대표를 뽑는 경선은 당내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후보를 둘러싼 의혹은 당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그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면 제기한 사람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이 따른다. 단순히 사과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근거로 그런 말을 했고, 그 말로 누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설명하는 것이 먼저다. 정치적 책임과 별개로 법적 책임의 소지가 있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입에는 자물쇠가 있어야 하고, 귀에는 열쇠가 있어야 한다.


보통 사람에게도 필요한 덕목이지만, 권력자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지도자의 말은 논란의 시작이 아니라 논란의 끝이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정치는 입은 열려 있고 귀는 닫혀 있는 듯하다.


말은 본인이 하고 해석은 참모가 하며, 오해는 언론 탓으로 돌린다. 그러고도 소통을 말한다.


시끄러운 소통은 소란이다.


ⓒ

글/ 정상환 자유시장연구소 연구위원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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