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생가에 모인 당원들 "장동혁" 연호
"근대화의 국부 박정희" 방명록에 남겨
낫 들고 콤바인까지…농민들과 민심 소통
연임 가능성 속 'TK 지지층 결집' 행보 주목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구미시 무을면 오가3리의 한 농촌 마을에서 벼베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성민 기자
"장동혁! 장동혁!"
30일 오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입구. 검은색 정장에 넥타이를 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차량에서 내리자 곳곳에서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장 대표는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추모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생가 주변에는 장 대표가 도착하기 전부터 구미갑·을을 비롯해 고령·성주·칠곡 지역 당원들과 유튜버 등 수십 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이 내건 현수막에는 '장동혁 왕자 구미 방문 대환영!', '장동혁 대표님의 직진! 구미 청년들이 백업!'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일부 당원들은 "장동혁 파이팅! 국민의힘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추모관 주변에도 박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입구에는 근조화환 19개와 박 전 대통령의 생전 활동을 담은 사진 11장이 전시됐다.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등신대 앞에서는 기념사진을 찍는 방문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경기 과천에서 생가를 찾은 이모(67·여)씨는 두 사람의 등신대를 바라보며 "아이고 우리 오빠야. 여사님이 더 키가 크시네"라고 말했다. 이어 "벌써 47주기구나. 기자분들 있는 걸 보니까 오늘 장 대표님이 오시는가 보다"라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예정보다 조금 늦은 오전 10시 23분께 추모관에 들어선 장 대표는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의 영정 앞에서 헌화와 분향을 한 뒤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참배를 마친 뒤에는 방명록 앞에 앉아 한 글자씩 메시지를 남겼다.
'중단하는 자는 승리하지 못한다. 잊혀지지 않는 이름, 흔들리지 않는 역사, 근대화의 국부 박정희.'
장 대표가 이날 남긴 글이다. 최근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 속에서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강조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어떤 의도를 가지고 역사를 왜곡하려 한다 하더라도 결국 근대화를 이룬 박정희 대통령의 이름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이 이룬 조국 근대화의 역사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앞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의 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데일리안 박성민 기자
그는 최근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한 사실도 언급했다. 일련의 행보를 통해 보수 진영의 역사적 상징성을 부각하는 모습이었다.
장 대표의 구미 방문은 최장수 당대표 기록을 세운 이후 첫 지역 방문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탄핵과 조기 대선 이후 무너져 가는 당 상황을 지금의 상황으로 끌고 오기까지 당대표 역할을 계속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믿고 응원해 주신 당원과 지지자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씨는 장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묻자 "그동안 야당에서 누가 이리 오래 잘 당을 이끌었노"라며 "지금 우리 당(국민의힘)이 국회에서 절대 열세 아니냐. 다음 선거에서 이기려면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거 아이가"라고 답했다.
오전 생가 방문을 마친 장 대표가 향한 곳은 구미시 무을면 오가3리의 한 농촌 마을이었다. 검은 정장 대신 농촌 일손돕기에 나선 장 대표는 주민들과 마주하자 한층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는 참석자 소개에 앞서 지역구 의원인 강명구 조직부총장을 향해 "와보니까 우리 강명구 용됐다, 용됐어"라고 농담을 건넸다. 강 의원도 "무을면 생긴 이래 최고위직 당대표가 우리 무을에 왔다"며 주민들에게 박수를 청했다.
장 대표는 "초등학교 때까지 벼베기를 하고 그 이후에는 해본 적이 없다"며 "어릴 때는 경운기에 탈곡기를 연결해서 사용했다. 오늘은 콤바인으로 하니까 긴장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옛날 실력을 발휘해서 낫질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말뿐인 체험은 아니었다. 장 대표는 직접 낫을 들고 벼를 베기 시작했고, 이후 콤바인에 올라 900평에 이르는 논을 한 바퀴 돌며 수확 작업을 이어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구미시 무을면 오가3리의 한 농촌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오찬을 함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성민 기자
일손을 거든 뒤에는 주민들이 아침부터 준비한 비빔밥과 수육, 겉절이, 두부 등으로 새참을 함께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경북도당위원장의 건배사 요청에 장 대표가 "농민의!"라고 선창하자 주민들이 "힘!"이라고 화답했다.
장 대표는 배추쌈과 수육을 먹으며 농지 전수조사를 비롯한 농촌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였다. 앞서 그는 "농촌의 현실을 전혀 무시한 농지 전수조사"라며 정부에 즉각적인 중단과 재설계를 촉구한 바 있다.
현장에서 만난 오가3리 마을이장 정성주(71·남·가명)씨는 농민들이 처한 현실을 토로했다. 정씨는 "농자재 가격은 배로 뛰었는데 쌀값은 이제야 15~20년 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비료와 기름값, 농약값이 다 올라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게 없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 대표님이 공장 하나 없는 시골까지 방문해 주셨으니 앞으로 이런 어려움들을 정부에 잘 반영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오후 1시 30분께 식사가 끝났지만, 장 대표의 일손돕기는 계속됐다. 아직 일이 남았다며 다시 콤바인에 올라 약 한 시간 동안 수확 작업을 이어간 것이다. 일정을 마치고 주민들과 기념사진을 찍던 장 대표는 촬영이 길어지자 "제가 기차 놓치면 업어서 데려다주셔야 됩니다"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구미시 무을면 오가3리에 위치한 한 농촌마을에서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성민 기자
이번 구미 방문은 장 대표의 향후 정치적 행보와도 맞물려 주목받는다. 박 전 대통령 생가 참배로 보수의 역사적 상징성을 강조하고, 농촌 일손돕기로 지역 주민들과 접촉면을 넓히면서 전통적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 지지층 결속을 다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미 최장수 당대표 타이틀을 획득한 장 대표의 연임 가능성과 함께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 등 다른 인사들의 향후 당권 도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시작해 농촌의 논바닥까지 이어진 장 대표의 구미 일정. 지지자들의 연호 속에 출발한 하루는 주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보수의 전통적 지지 기반에서 확인한 환대가 향후 장 대표의 당내 입지와 연임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장에서 만난 국민의힘 구미을 당원협의회 소속 김정숙(51·여·가명)씨는 지도부에 바라는 점을 묻자 "지금 지도부에 계신 분들이 연임까지 이대로 쭉 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어깨가 무겁겠지만 지금 하시는 대로 계속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날 "앞으로도 당원 중심 정당을 만들고 국민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사랑받는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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