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로 날아든 여섯 개 청구서…대통령이 답하라 [기자수첩-정치]

대구 = 김상현 기자 (scoop@dailian.co.kr)

입력 2026.10.30 06:40  수정 2026.10.3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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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국가주도, 대구 지원 공백

광주 반도체에 대구 변압기 전용

치의학연구원 공모 평가 기준 논란

통합법 지연에 공공기관 유치 불안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이 이번 가을 받아 든 청구서는 한 장이 아니다.


광주 반도체를 서두르느라 대구 변압기가 빠져나갈 처지이고, 광주 군공항 일부는 예천으로 온다. 같은 군공항 이전 사업인데 광주는 국가가 나서고 대구는 한푼도 받지 못했다. 여기에 국립치의학연구원 평가표 논란, 8개월째 국회에 묶인 행정통합 특별법, '서울대 10개 만들기'에서 빠진 경북대까지 겹쳤다.


하나씩 들여다보면 저마다 곡절이 있다. 하지만 이런 사안이 쌓이면 지역민은 우연이 아니라 방향을 읽는다.


시작은 광주 반도체다. 지난 26일 국정감사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정부 자료에는 광주 반도체 산단의 전력 공급을 앞당기려고 다른 지역 변전소에 들어갈 변압기를 돌려쓰는 방안이 담겼다.


대상에는 대구국가산단 등에 전기를 댈 345kV 신달성변전소가 들어 있다. 2024년 4월 준공 예정이던 이 변전소는 이미 2028년 12월로 밀렸다. 변압기를 내주면 2030년 10월까지 늦춰질 수 있다. 정부는 다른 지역에 차질이 없도록 살피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대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광주 군공항 부지에 반도체를 앉히려면 그곳부터 비워야 한다. 공군은 광주 제1전투비행단의 훈련기 2개 교육대대를 예천기지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예천은 반세기 가까이 소음을 견뎌온 데다 복수활주로 건설까지 앞두고 있다. 그런데도 주민과 충분한 협의는 없었다.


돈 문제는 더 선명하다. 대구와 광주의 군공항 이전은 똑같이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광주 종전부지가 반도체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되면서 LH가 개발을 맡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입주 수요로 들어왔다. 공장 부지는 주거·상업지보다 싸게 팔려 개발이익만으로는 이전비를 다 댈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그 차액을 국가가 메울 수 있도록 특별법을 고치려 한다. 국가전략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광주군공항 이전은 사실상 국가가 주도하는 사업이 됐다.


반면 대구에는 기부대양여 원칙이 그대로 남아 사업비 조달과 종전부지 개발 부담을 시가 홀로 진다. 대구시가 요청한 융자와 이자 지원조차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빠졌다. 추경호 시장이 "군공항 이전은 국가가 책임질 사업"이라고 거듭 호소하는 이유다.


변압기 전용에는 부산과 경남 거제가, 군용기 분산 배치에는 충남 서산과 충북 충주가 함께 걸려 있다. 이는 지역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특정 지역 발전 속도를 위해 다른 지역의 시간을 뺐고 일상에 지장을 주는 것을 균형발전이라 부를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반도체만의 일도 아니다. 대구는 2014년부터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에 나서 첨단의료복합단지에 부지까지 마련해 뒀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의 평가지표에서 치과 산업 지표는 빠지고 교통접근성 등에 큰 비중이 실렸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때 천안 유치 지원을 지역공약에 담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대구 타운홀미팅에서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통령 앞에서 공모로 입지를 정하겠다고 했다. 정 장관은 지난 27일 국감에서 "연구용역은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논란이 된 지표부터 공개 검증대에 올려야 한다. 공약과 공모 가운데 정부가 어느 쪽에 서 있는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행정통합 특별법은 지난 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같은 달 24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전남광주 법안만 처리되면서 발이 묶였다. 추미애 당시 법사위원장이 대구시의회의 반대 성명을 빌미로 관련법 처리를 보류한 탓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대구시와 경북도, 시·도의회까지 나서 다시 손을 잡고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그사이 광주·전남은 7월 통합특별시로 출범했다.


이 대통령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두고 "이번에는 몰아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통합 지자체가 우대받는 구도다. 이철우 지사도 광주·전남이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합이 늦어진 대가를 공공기관 유치에서 한 번 더 치를 판이다. 정기국회는 40여일 남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은 연내 나온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에서는 부산대·전남대·충남대가 뽑혀 올해 대학당 약 700억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집중 지원을 받는다. 경북대는 '2027 THE 세계대학평가'에서 거점국립대 1위'에 올랐다. 'TK 차별' 의구심이 드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렇지 않다면 교육부가 평가 점수를 공개하면 된다.


여섯 사안을 꿰뚫는 것은 설명 없는 결정이다. 설명이 빈 자리는 '차별'이라는 해석이 채운다. 변압기는 기후부, 군공항은 국방부, 연구원은 복지부, 대학은 교육부, 공공기관 이전은 국토교통부 소관이다. 흩어진 사안을 한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구 타운홀미팅을 앞두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고 했다. 변압기 전용 철회, 예천 주민에 대한 설명과 보상, 대구 군공항 국비 투입, 치의학연구원 공정 공모, 경북대 평가 공개, 통합법 처리 협조가 바로 그 목소리다.


TK가 바라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같은 잣대다. 광주에 쓴 기준을 대구에도 똑같이 써 달라는 것이다. 이제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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