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이어 北 군부 실세 박정천까지…무색해진 대북 유화책

이바름 기자 (right@dailian.co.kr)

입력 2026.10.22 05:00  수정 2026.10.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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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군 원수' 박정천, 20일 남부국경 요새화 현장 시찰

"설전 벌리고 앉아있을 때 아냐…적 도발 시 즉시 반격"

'김여정 담화'에서 국방성 고문 등장으로 대응 수위 높아져

박정천 북한 국방성 고문이 20일 리일환 노동당 비서, 김여정 당 부장, 인민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과 함께 남부 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의 주요 지점들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정부의 대북 유화책에도 북한이 연일 우리나라를 향해 날선 각을 세우고 있다. 연일 험한 말을 쏟아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에 이어 21일에는 군부 실세인 박정천 국방성 고문까지 등판해 '군사행동 대응'을 주문하는 등 대응 수위를 한 계단 끌어올렸다. 북한은 이달 중 대남 확성기 방송을 국경선 전역에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김여정 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발표하며 "10월 중으로 대한국 심리전 확성기들이 전 국경선에서 가동상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9일 '검토' 단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김 부장은 이틀 전 담화에서는 "우리 군사지도부는 전술적 타격수단들을 전 남부국경선 부근에 증강배치하는 문제와 대한국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었다.


북한은 우리나라를 향한 대응 수위를 높이는 분위기다. 이날 관영매체에는 북한군 핵심 인물인 박정천 고문이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박 고문이 지난 20일 남부국경 요새화 공사현장의 주요 지점들을 현지시찰했다고 보도했다. 현장에는 리일환 노동당 비서와 김여정 부장,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이 동행했다.


박 고문은 군사분계선(MDL) 기준선 설정을 논의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일축했다. 그는 "우리 국가의 국경선이 어디까지인지는 그 누구보다 우리 군대가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것들이 주장하고 있는 우리 군인들의 '월선'이라는 것은 불순한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정세악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넘겨씌워보려는 의도적이며 계획적인 억지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군이 MDL을 넘어 소위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하는 북한군을 향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한 데 대해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긴 것이다. 박 고문은 "정상적인 국경강화사업"이라고 표현했다.


박 고문은 "이제는 설전을 벌리고 앉아있을 때가 아니다"라며 무력 충돌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조선의 국경무력은 추악한 적의 망동질에 매우 능숙하고 전문적이며 압도적인 군사행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적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에 이어 앞으로 우리 군인들을 향해 실제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을 해올 때에는 절대로 용납하지 말고 즉시 반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시찰에 함께한 김 부장은 "우리 군사지도부는 저 불량배무리들이 우리의 새로운 화력구분대들이 사격진지를 차지한 것을 알게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같은 날 중부전선을 담당하는 군단 사령부를 방문한 진영승 합동참모의장이 "DMZ(비무장지대) 주도권 강화 작전을 시행해나갈 것"이라고 한 발언을 저격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고문의 등장은 북한의 대응 수위가 한 단계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달 DMZ 지뢰 폭발 이후 김여정 부장의 담화 형식을 빌려 우리나라를 비난하는 등 정치적인 대응을 해왔다. 이를 두고 국가정보원은 군부 담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북한이 '로우키(Low-key·절제 기조)'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날 '인민군 원수'인 박 고문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남북 갈등의 국면이 정치적 영역에서 군사적 영역으로 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향후 DMZ를 둘러싼 남북의 주도권 싸움의 여파로 MDL 인근에서 군사적 마찰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유지해온 유화책은 아직까지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가 폭발해 장병 3명이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대화"를 언급하며 몸을 낮춰 왔다.


하지만 김 부장의 계속된 비난 및 책임 전가 담화에 더해 군부 핵심 인사가 앞장서서 강경 대응을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와 평화적 관계를 맺을 의향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자신들이 진행하는 국경선 요새화 작업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부장은 "국가수반은 령토주권(영토주권)을 행사하는 데서 단 한 치의 양보도 없어야 하며 적대국가와의 국경선을 가장 영구적인 선으로 만들데 대하여 명령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적의 경고사격도발이 경고성을 넘어 실제적인 우리의 령토(영토) 안전, 장병들의 신변 안전에 위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 우리 국경장병들은 리성(이성)을 잃은 무장깡패들을 사정없이 처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정천 북한 국방성 고문이 지난 20일 남부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의 주요 지점들을 리일환 노동당 비서와 김여정 당 부장, 인민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과 함께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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