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두고 드러난 韓美 이견…쟁점은

이바름 기자 (right@dailian.co.kr)

입력 2026.10.21 06:30  수정 2026.10.2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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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브런슨 "조건 변했고, 새로운 기준 생겼다"

한미 FOC 검증 필요한 조건 충족 여부 입장차

李대통령 "군사주권, 국가로서의 최소한 요건"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9월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51대·52대 국방부장관 이·취임식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협상을 앞두고 한국과 미국의 이견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조건 변화' 발언과 이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견해는 양국간의 입장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우리 정부는 여전히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조기 환수'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발단은 브런슨 사령관의 입에서 나왔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싱크탱크 '골드 국제전략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우리 중 누구도 조건(conditions)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을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조건이 확실히 변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조건이 변했고 우리가 우리의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우리가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new standards)이 생겼다"고 부연했다.


한미는 지난 2015년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에 합의했다. 전작권 전환시기를 특정하지 않는 대신 양국이 상호 합의한 조건이 충족되는 시기에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했다. COTP에는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등 3가지 조건이 명시됐다.


COTP에는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임무수행능력 구비를 위한 평가절차도 나타나 있다. 총 3단계로 이뤄진 평가절차는 기본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으로 나뉜다. 한미는 2단계인 FOC 평가를 지난 2022년 마쳤다. 우리 정부는 올해 양국 국방장관의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FOC 검증까지 완료하면서 양국 군 통수권자에게 전작권 전환 목표연도를 건의할 계획이었으나, FOC 검증에 필요한 조건 충족 여부를 두고 미국과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런슨 사령관이 언급한 '조건 변화'는 당연히 북한의 군사력을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핵·미사일에 더해 투발수단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는 북한은 우리나라를 넘어 미국에게도 위협요인이다. 한반도를 넘어 주일미군기지까지 닿을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 춘추관을 방문해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은 탄도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만큼 북한의 핵위협이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미국까지도 사정권에 두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사실상 방어가 불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탐지가 어려운 잠수함 발사 전략순항미사일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획득한 드론 운용 능력은 큰 변수다.


이러한 북한의 무기체계 다변화는 한미에게 '새로운 위협'이며, 전작권 전환을 위한 평가 과정에서 대응 역량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는 게 결국 브런슨 사령관의 논리다. 신다윗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2015년 당시 설정했던 '조건(condition)이 바뀐 게 아닌, 그 조건을 달성하는 기준과 이에 필요한 '요건(condition)'이 현재의 안보환경과 작전계획에 맞춰 다시 봐야 한다는 문제 제기"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 역시 한반도의 안보 환경이 변화했음은 인정하는 부분이다. 다만 그런 부분들을 계속해서 조건으로 인식해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개발되는 무기체계를 조건 변화로 인식하고 평가 대상에 하나둘씩 포함시키게 되면 전작권 전환이라는 종착지에는 결코 다다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최근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이 사견을 전제로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 역시 이러한 정부의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의 위협을 전작권과 1:1로 대칭해 연결짓는 것 역시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전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수많은 나라들은 적의 모든 위협에 완벽하게 대처할 수 없다. 현실적 인식 없이 전작권에 완전성을 요구하는 정치권을 향해 군 내부에서 비판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기점으로 새로운 안보 환경에 대응하는 훈련들을 지속해 나가면서 대응력을 키워가면 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는 군사주권 측면에서 전작권이라는 국가의 기본 구성요소를 되돌려받아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작권에 대해 '전환' 대신 '환수'나 '환원'이라는 표현을 강조하는 것 역시 대한민국 소유의 것임을 분명하게 나타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군사주권은 국가로서의 최소한의 요건"이라며 "이걸 갖추기 위해서 반드시 신속하게 (전작권을) 돌려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에) 부족한 게 있으면 채워야 한다"면서 "국방 역량 강화를 위한 여러 조치들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작권은) 반드시 조기에 환수해야 되고,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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