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 갑니다” 후폭풍, 누더기 된 53년 전 병역특례 손질?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10.06 08:49  수정 2026.10.0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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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야구 대표팀 일부 선수들, 금메달 후 경솔한 발언

여야 한목소리로 병역 특례 제도 손봐야 한다는 입장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고도 축하 대신 매서운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축구·야구 대표팀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이 국민적 공분을 사며, 반세기 넘게 유지되어 온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를 뿌리째 흔드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국위선양과 스포츠맨십이라는 숭고한 가치는 사라지고, 오직 '군 면제'라는 개인적 이익만을 도구화한 선수들의 태도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청년들의 '공정'이라는 역린을 건드렸다는 목소리도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그동안 제도 개선에 미온적이던 정치권마저 여야를 막론하고 한목소리로 제도 개편 및 폐지를 외치고 있다.


전역모 쓴 AG 축구대표팀 박승수. ⓒ 박승수 SNS


“군대 안 갑니다” 폭탄 발언에 개구리 모자 퍼포먼스


공정 역린 건드린 대표팀 논란의 시작은 금메달 직후 터져 나온 선수들의 언행이었다.


축구 대표팀 공격수 양민혁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우승의 원동력으로 "군 면제라는 보상 하나만 보고 뛰었다"는 솔직함을 넘어선 발언을 내뱉었다.


주장 이기혁 역시 메달의 무게를 묻는 말에 "군대 안 갑니다. 금메달을 못 땄으면 9일 뒤 입대할 예정이라 절실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대표팀 막내 박승수는 훈련소조차 다녀오지 않은 상태에서 전역모(일명 개구리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거수경례하는 영상을 SNS에 올려 예비군을 희화화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야구 대표팀 역시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야구는 전원 아마추어 사회인 선수로 구성된 일본에 0-5 완패를 당한 뒤 결승에서 겨우 3-1 승리를 거두며 16명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경기력 논란에 대해 주장 노시환은 "그런 말에 신경 안 쓴다. 어쨌든 금메달을 땄다"고 말해 불에 기름을 부었다.


가뜩이나 저출생 여파로 군 복무 인력이 급감하고 현역병 입영 기준이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태극마크의 무게를 잊은 채 ‘병역 면제’만을 전유물처럼 자랑하는 이들의 태도는 대중의 불만을 폭발시키고 말았다.


금메달 목에 걸고 애국가 부르는 축구대표팀. ⓒ 뉴시스

여야 정치권 모처럼 한목소리 “더 이상 낡은 제도 방치 못 해”


선수들의 언행이 불씨가 되자 정치권은 이번 국정감사 최대 쟁점으로 이 문제를 부각시키며 제도 폐지 및 점진적 축소 방햐으로 가닥을 잡는 모습이다. 여야가 모처럼 합심해 1973년 도입된 53년 역사의 병역특례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선언한 것.


현 정부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안규백 의원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하던 시절 국위선양을 위해 도입했던 제도"라며 "이제는 경제적 보상으로 전환하고 예술·체육 분야의 병역 특례 제도를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위 여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 역시 "53년 전 도입된 제도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며 단계적 축소를 통한 현실적 해법을 제시했다. 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기준과 형평성이 모호한 만큼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도 "국방위 내부에서도 이미 제도 정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식 의제로 다룰 뜻을 분명히 했다. 안철수 의원은 "군대 안 가는 것을 자랑하는 국가대표에게 특례는 가당치 않다"고 일침을 가했으며, 나경원 의원 또한 BTS의 솔선수범 입대 사례를 들며 "시대에 뒤처진 낡은 제도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5연패에 성공한 야구대표팀. ⓒ 연합뉴스

누더기 된 예술·체육요원 제도…합리적 대안은?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는 1973년 국위선양을 명목으로 신설됐고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레슬링 양정모가 첫 수혜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제도가 마련된 이후 실효성 및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방부는 인구 절벽으로 인한 현역병 자원 부족을 이유로 지속적인 축소를 요구해 온 반면, 체육·예술계는 타 분야와의 형평성을 들어 대상 확대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 왔다.


정부는 과거 2019년 국방위원회 TF 및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등을 통해 제도 개선을 추진했으나, 기존 틀을 유지하는 수준의 미봉책에 그쳤다. 이후 BTS 등 대중예술인의 특례 포함 여부를 두고 소모적 논란만 되풀이되다 2022년 멤버들의 순차적 입대로 논의가 동력을 잃고 유야무야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제도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전문가들과 정치권이 제시하는 현실적인 대안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마일리지(기여도 배점) 제도 도입이다. 단 한 번의 메달 획득으로 즉시 면제 혜택을 주는 대신, 성인 무대에서의 꾸준한 활약과 대표팀 기여도를 점수화하여 누적 달성 시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복무 연기 및 재능기부형 사회복무 전환이다. 선수 생활을 마치는 만 38~40세까지 입대를 연기해 준 뒤, 은퇴 후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재능기부 형태로 일정 기간 사회복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안이다.


▲국군체육부대(상무) 확대 및 체질 개선도 검토해볼 만하다. 현재 일부 종목에 국한되고 연령 제한(만 27세)이 엄격한 국군체육부대의 종목을 확대하여, 선수들이 운동을 중단하지 않고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이다.


수십억, 수백억 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프로 선수들에게 병역 특례는 단순히 '커리어의 연속'을 넘어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안겨주는 특혜다. 현역병으로 복무하면서도 훌륭한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들이 존재하는 만큼, 국위선양이라는 과거의 명분에 갇혀 특혜를 당연시하는 태도는 더 이상 용납되기 어렵다.


1973년 대한민국과 지금의 대한민국은 국제적 위상과 사회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뿐 아니라 대중문화와 기업, 기술 분야에서도 한국의 영향력은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동시에 병역자원은 줄어들고 있고, 병역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보상으로 내걸어야만 국위를 선양할 수 있다는 53년 전의 발상은 이제 케케묵은 제도가 돼버리고 말았다.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시대에 맞는 제도 개편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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