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실거주’ 외치더니 최대 3년3개월 유예…꼬이는 부동산 정책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6.09.22 07:00  수정 2026.09.22 07:00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세제로 매물 유도하면서 토허제로 거래 제약

한시적 유예 넉 달 만에 연장…갱신계약까지 인정

규제 충돌에 또 예외…부동산 정책 정합성 시험대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의 실거주 의무에 또 다시 예외를 뒀다.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을 무주택자가 매수할 경우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을 올해 말에서 2027년 말까지 1년 연장한다. 기존 임대차계약의 남은 기간뿐 아니라 한 차례에 한해 최대 2년의 갱신계약도 인정한다.


조건에 따라 매수자는 집을 사고도 최대 3년3개월 뒤 입주할 수 있다. 입주 이후 2년 거주 의무는 유지된다.


불과 몇 달 전 정부 설명과 비교하면 묘한 장면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세입자가 있는 주택 전체로 실거주 유예 대상을 확대하면서도 올해 말 신청분까지만 적용하는 ‘한시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특히 “갭투자 불허 원칙을 유지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넉 달 만에 신청 기한을 1년 더 늘리고 갱신계약까지 인정하면서 실거주 유예 범위는 더 넓어졌다.


정부가 실거주 원칙을 폐기한 것은 아니다.


매수자는 지난 5월 12일부터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실제 입주 후 2년간 거주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도 “토지거래허가제의 실거주 원칙은 유지한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질문은 남는다. 실거주를 핵심 원칙으로 세워놓고 왜 계속 예외를 넓혀야 하는가.


답은 정부 설명에도 담겨 있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가 임대 중인 주택의 거래 여건을 보완하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와 등록임대주택 세제 개편에 따른 거래상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바로 이 대목이다.


한쪽에서는 다주택자와 등록임대사업자가 주택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한다. 정부는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면서도 매도 의지가 있는 다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작동한다. 실거주 가능한 매수자를 중심으로 거래하도록 하다 보니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은 상대적으로 거래하기 까다롭다.


집을 팔도록 유도하는 정책과 세입자가 낀 집을 사기 어렵게 만드는 정책이 한 시장에서 동시에 작동하는 셈이다.


결국 정부가 택한 방법은 또 다른 예외다. 실거주 유예 대상을 넓힌 데 이어 이번에는 신청 기간을 연장하고 갱신계약까지 인정했다.


물론 각각의 조치에는 이유가 있다.


임차인의 계약기간을 보호해야 하고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기회도 열어줘야 한다. 세제 개편으로 매물을 내놓으려는 집주인이 토허제 때문에 거래하지 못하는 상황도 줄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책은 각각의 명분보다 서로 맞물렸을 때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


실거주를 강화하니 세입자가 낀 집의 거래가 어려워지고, 거래를 살리기 위해 실거주 예외를 만든다. 세제로 매도를 유도하니 다른 규제와 충돌하고 다시 보완책을 내놓는다.


규제가 다른 규제의 발목을 잡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예외를 추가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정책 신뢰는 규제의 강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장 참여자가 정책의 방향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제도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예외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은 처음 만든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부동산 정책에서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세금과 대출, 토지거래허가, 임대차 제도가 서로 맞물려 움직이는 만큼 한쪽의 규제가 다른 쪽의 부작용을 키우지 않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예외 하나가 아니라, 이미 만들어 놓은 정책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지에 대한 정합성 점검일 것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