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흥행 돌풍…숙제 같던 '세계관 공부' 덜었다 [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8.05 15:14  수정 2026.08.05 15:14

퍼니셔·옐레나·엑스맨도 자연스럽게…완결성 높인 서사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전 세계 흥행을 휩쓸고 있다. 북미 개봉 첫 주말 3억60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어벤져스: 엔드게임'(3억5700만달러)을 넘어 역대 북미 오프닝 신기록을 세웠고, 해외에서도 5억7200만달러를 추가하며 전 세계 오프닝 수입 9억3200만달러를 기록했다. 프랑스와 인도, 브라질, 스페인, 페루, 콜롬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칠레, 튀르키예, 에콰도르, 벨기에에서도 역대 최고 개봉 성적을 새로 썼다.


무엇보다 수년째 이어졌던 슈퍼히어로 영화 부진을 끊어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톰 로스먼 소니픽처스 모션픽처그룹 회장도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지만 우리는 이 기록을 보유하는 동안 자부심을 가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컷ⓒ소니픽처스

'브랜드 뉴 데이'는 소니 픽처스가 배급을, 마블 스튜디오가 공동 제작을 맡은 작품이다. 2015년 에이미 파스칼 프로듀서와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사장이 맺은 협업 관계에 따라 스파이더맨은 소니가 판권을 보유하면서도 MCU 세계관에 정식으로 편입돼왔다.


흥행의 배경 중 하나로 변화한 MCU 관람 경험이 꼽힌다. 한때 MCU는 영화와 디즈니+ 시리즈를 촘촘히 연결하며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했지만, 그만큼 관객에게는 '공부해야 하는 프랜차이즈'라는 인식도 강해졌다. '완다비전'을 봐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이해할 수 있고, '미즈 마블'과 '로키' 등이 후속 영화의 사전 지식처럼 여겨지면서 이전 작품과 드라마를 모두 챙겨봐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마블 내부에서도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사장은 '브랜드 뉴 데이' 개봉 전인 지난해, MCU 영화와 드라마를 모두 따라가는 일이 더 이상 오락이 아니라 '숙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내부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마블은 콘텐츠 편수를 줄이고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연간 영화와 드라마 제작 편수를 줄이고, 개별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독립적인 서사를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올해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도 파이기는 "품질에 집중하는 전략을 오랫동안 추진해 왔다"고 재차 강조하며 영화와 드라마의 역할을 다시 정립하겠다는 기조를 확인했다.


'브랜드 뉴 데이'는 이러한 변화가 실제 작품에 녹아든 사례로 평가받는다. 퍼니셔, 옐레나 벨로바, 헐크, 뮤턴트와 엑스맨으로 이어질 복선 등 다양한 MCU 요소가 등장하지만, 이를 모두 알고 있어야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대신 영화를 본 뒤 퍼니셔는 어떤 인물인지, 옐레나는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 진 그레이를 비롯한 뮤턴트와 엑스맨 세계관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지면 관련 작품을 찾아보도록 설계됐다. 과거처럼 영화를 보기 위한 '예습'이 아니라, 영화를 본 뒤 세계관을 넓혀가는 '사후 확장형' 소비 방식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개봉 전에는 퍼니셔와 헐크, 옐레나, 뮤턴트 설정까지 한 작품에 담기면서 오히려 산만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공개 이후에는 대부분의 캐릭터가 스파이더맨 중심 서사를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로튼토마토에서도 평론가 신선도 90%, 관객 팝콘지수 98%를 기록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


물론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원래 MCU 안에서도 독립성이 비교적 강한 프랜차이즈라는 점에서 이번 성공을 MCU 전체의 변화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다만 마블이 스스로 멀티버스 세계관으로 인한 콘텐츠 확장 부담을 인정한 이후 등장한 첫 흥행 성공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는 분명하다. '브랜드 뉴 데이'는 작품 자체의 완결성을 높이고 관람 부담을 낮추려는 변화가 관객들에게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 향후 '어벤져스: 둠스데이', '어벤져스: 스크릿 워즈' 등 비롯한 차기 MCU 작품들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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