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수 부각하고 원내엔 '러브콜'
대표 권한 축소 '원내 중심 정당' 승부수
세력 부재 과제 풀고 있지만 아직 '험난'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제9차 세미나에서 '6.3지방선거 진단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장동혁 대표 리더십 문제를 고리로 원내에 눈도장 찍기에 나선 모양새다. 오세훈표 보수 방향성을 설명하거나 당대표 영향력 축소에 초점을 맞춘 '원내 중심 정당' 필요성 등 메시지를 부각했기 때문이다. 당내 세력 부재가 여전히 과제인 상황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오 시장이 보수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 시장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주최로 열린 '보수 가치의 회복과 미래' 세미나에 참석해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 승리 배경과 보수 가치 회복 방향에 대해 강연했다.
'미래혁신포럼'은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회장으로 이끌고 있는 단체다. 옛 친윤(친윤석열)계 30여명이 소속된 국회의원 연구모임이지만, 친한(친한동훈)계 등 다른 계파 의원의 참여도 늘면서 색채가 옅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곳에 최근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합류했다.
이날 포럼에는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정재·윤한홍·임이자·구자근·권영진·엄태영·고동진·김예지·유용원·이달희·한지아 의원 등 다수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당 소속 110명 가운데 4분의 1이 넘는 28명이 참석한 만큼, 오 시장의 영향력이 일부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욱이 한 의원이 개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면서, 오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결과로 이어졌다.
오 시장은 강연에서 그동안 당내에서 받았던 평가나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 등 소신을 집중적으로 밝혔다. 나아가 당내 핵심 쟁점인 장 대표 거취에 대한 해결 방안도 제시하면서, 당내 일부에선 "대선 주자로서 역량을 홍보해 지지해 달라는 느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오 시장은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세력 부재를 겨냥해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독자 노선으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여의도를 떠난 지 꽤 오래됐기 때문에 국회와 당내 사정에 관여하지 못한 기간이 매우 길었다"며 "당내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근원적인 바탕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치보다는 정책으로 승부하는 영역에 있었고 사력을 다한 전달이 이번 선거 승리에 바탕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보수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선 '진심·포용·유능·신뢰'를 제시했는데, 이는 오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강조한 어젠다와 맞닿아있다. 그는 "진심과 약자 동행을 중심으로 하는 포용, 유능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신뢰를 국민에게 얻지 못하면 다음 총선도 대선도 우리가 다시 집권을 향해 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결과를 받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자신의 어젠다가 총선·대선에 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선거라는 불리한 환경에도 '5선' 서울시장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지도부의 도움을 받지 않은 채 '후보 브랜드'라는 독자 노선으로 선거를 치렀을 뿐 아니라, 지지율 격차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 개표 당일 대역전극을 만들어 내면서 대권 주자로서 '서사'까지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오랫동안 원외에 있던 탓에 당내 지지 세력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제9차 세미나에서 '6.3지방선거 진단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강연을 하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오 시장 입장에선 대권을 바라보려면 당내 지지 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여기서 꺼내 든 것이 '원내 중심 정당'이다. 그는 "세계적인 정치 현상을 정리해 보면 미국 같은 경우 원내 정당이지 않나. 당대표가 별도로 없다"며 "모든 사회 현상에 당대표가 관여하는, 정쟁이 일상화돼 있다. 건전한 정책 경쟁으로 가면 좋은데 모든 게 다 이념화 정치화돼 불필요한 왜곡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굳이 당대표가 필요한가, 원내대표면 충분히 당이 운영되고 법 개정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초선 의원 오세훈 때 했었다"며 "원내 중심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갈등이 최소화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장 대표를 겨냥한 견제성 발언으로 볼 수 있지만, 당대표가 아닌 개별 의원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원내 중심 정당'이라는 점에서 원내에 러브콜을 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장 대표와 각이 세워지고 있는 정 원내대표의 입장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주목할 점이다.
오 시장은 "정 원내대표는 변화에 대한 의지는 강하지만, 지나치게 서두르면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저는 대체로 정 원내대표 입장에 동의하며, 서둘러서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 강압적인 모습이 연출될 경우 여론의 반발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당내 일부 중진 여론을 지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이날 강연에서 "결국 결정적 순간에 선거에서 이겨주는 놈이 효자다"라면서 서울 사수 성과를 치켜세우면서도, 원내 의원들의 마음을 확보하기 위해 '원내 중심 정당'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의 리더십 문제로 당내가 혼란스러운 틈을 노려 안정성을 갖춘 보수 대안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당내 일부에선 오 시장이 원내 의원들과 스킨십에 나선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벌써부터 행보를 본격화한 배경엔 조급함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대외적으론 대권 주자로서 올라섰지만, 여전히 당내에선 지지 세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정 계파와 거리를 둔 채 '중도·보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었지만, 당내 세력과는 멀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오 시장 입장에선 대선 주자로 거듭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 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날 포럼은 사실상 오 시장이 대선 후보로서 발돋움하기 위한 자리로 보였다"면서도 "20여명 넘게 참석했지만 이후엔 절반만 남았다. 아직 당내에선 대선 주자로 확실하게 인정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가 사퇴에 선을 그으면서 전당대회가 언제 열릴지는 미지수지만, 향후 오 시장이 누구한테 힘을 싣냐가 중요할 것 같다"며 "특히 서울시에 요직을 어떻게 배분하는지도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당내 일부에선 아직 오 시장에 대한 신뢰 구축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은 "오 시장이 강연 도중 언급한 당대표 거취 문제나 보수 방향성에 대해선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면서도 "선거 과정에서 홀로 뛰어서 승리한 것은 존중하지만, 당과 거리를 둔 모습으로도 비치면서 상호 신뢰 형성이 성숙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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