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한동훈·박민식 '3파전' 양상
화려한 라인업…보이지 않는 '지역'
왜 북갑 선택했는지 명쾌히 설명 못해
하정우 전 청와대 AI(인공지능)미래기획수석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연합뉴스
6·3 지방선거와 함께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부산 북갑'이 '별들의 전쟁터'로 떠올랐다. 이재명 정부 핵심 참모였던 하정우 전 청와대 AI(인공지능)미래기획수석이 사의를 표명하고 본격적으로 선거판에 뛰어들면서, 단순한 지역구 선거를 넘어 현 정권 실세와 차기 잠룡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야권에선 국민의힘 소속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과 무소속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선거판 열기는 달아오르고 있지만, 정작 선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각 후보들은 인지도를 극대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지만, 왜 본인이 '북갑'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선 아직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 14일 북구 만덕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전입신고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부산 시민, 북구 시민, 만덕 시민을 위해 몸 던질 각오로 왔다"고 했지만, 세간의 '정치공학적 해석'을 뒤집을 만한 대답으로는 역부족인 것은 물론 지역에 대한 고민은 찾기 어려웠다. 한 전 대표는 만덕동 전입신고 하기 몇 주 전만 하더라도 대구 수성갑도 북갑과 함께 출마 지역 선택지에 두고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그는 부산지검 검사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잠시 재직한 이력을 제외하면 부산과 직접적인 연고도 없다.
하정우 전 수석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부산 출생으로 사상초·중과 구덕고를 졸업한 것은 분명한 강점이지만, 국가 핵심 과제였던 AI 정책을 총괄하던 정부 핵심 인사가 임명 10개월 만에 자리를 내려놓고 선거에 나서는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정치 참여를 통한 역할 확대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지만, '정치적 차출'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여권 입장에선 부산 18석 중 유일한 민주당 의석인 '북갑'을 사수하기 위해 '청와대 수석' 출신이라는 상징성과 AI 분야 전문성을 갖춘 하 전 수석이 최적의 카드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여권의 수성 전략이 국가 핵심 과제의 공백보다 우선시되는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지역을 위한 진심보다는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적 동원'으로도 충분히 비쳐질 수 있다.
하 전 수석과 한 전 대표 사이에서 '진짜 북구 일꾼'을 자처하는 박민식 전 장관의 처지도 모순적이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구포초·중을 졸업하고 이 지역에서 재선을 지낸 박 전 장관은 지역 연고를 강력한 무기로 내세우고 있지만, 유권자들 기억 속에는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또다시 북구를 떠날 수 있는 정치인'으로 각인 돼 있다. 지난 2022년 경기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북구를 떠났었고, 지난 22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 영등포을 공천을 신청했다가 뒤늦게 강서을 후보가 되기도 하면서다.
지역 연고나 유명세가 곧 지역을 위해 일할 능력과 성과를 담보하는 '보증 수표'는 아니다. 유권자들 역시 더 이상 이름값만으로 표를 주지 않는다. 지역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현안을 해결할 의지와 실행력을 갖췄는지가 선택의 기준이다. 북갑을 정치적 체급을 키우기 위한 '정치 정거장'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후보들은 지역 경제를 어떻게 살리고, 주민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해법으로 답해야 한다. 아직 본격적인 승부는 시작되지 않았다. 북구 주민들은 지금, 지역의 미래를 설계할 '진짜 일꾼'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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