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통일교 특검' 1주새 "절대 불가"→"전격 수용"…입장 선회 배경은 [정국 기상대]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12.23 04:05  수정 2025.12.23 04:05

22일 민주당 "한 번 해보자" 되치기

지지층서 '찬성' 여론 영향 미친 듯

향후 추천권한 두고 여야 공방 예상

일각선 '김경수 드루킹 특검' 회자도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통일교 특검' '민생법안 처리' 등 현안 관련 원내대표 회동에서 손을 잡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송 원내대표, 김 원내대표,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뉴시스

통일교가 정치권에 금품을 지원했다는 이른바 '통일교 게이트'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특검 제안을 전격 수용하며 논의를 위한 회동을 역제안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논의할 가치가 없다'는 강경 입장에서 어디 한번 해보자라며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이는 최근 통일교 특검 도입 여론조사에 민주당 지지층 과반이 '찬성'을 답하면서 민주당이 여론 동향을 의식했단 관측이다. 다만 여야 전·현직 의원들이 켜켜이 얽힌 만큼 특검 추천권한을 두고서도 공방이 예상된다. 나아가 이번 특검 여야 합의를 거쳐 실행될 경우, 과거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유죄를 선고받고 파면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전례를 회자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힘·개혁신당, 특검 합의에 與 '수용' 역공


여야 원내지도부는 22일 국회에서 통일교 특검법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가졌다. 회동에 배석한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각자 통일교 특검법안을 제출한 다음 협의해 신속히 실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검 추천 방식에 대해서는 이런 것들은 우선 각 정당이 발의한 다음 추후 협상을 통해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통일교 특검법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이 제안한 내용을 이날 전격 수용했고, 김 원내대표가 곧장 실무 회의에 나서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교 특검은 불가하다고 내가 말한 바 있는데, 못 받을 것도 없다. 국민의힘 연루자 모두를 포함해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도 좋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15일 통일교 특검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 물타기 하며 내란 책임에서 벗어날 생각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일주일 만에 전격 수용으로 선회한 것은 관련 사안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당내 의혹 당사자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사실이 입증될 경우 특검을 수용해 역풍을 차단하기 위한 퇴로를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교 특검 도입에 찬성 여론이 높다는 점도 민주당이 관련 논의에 전향적으로 나선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갤럽이 지난 19일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2%가 찬성을,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만 67%가 찬성을 응답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와 관련,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의 통일교 특검 제안을 받아들인 건) 민심 수용 측면"이라며 "지난 15일 국민의힘 요구에 '언감생심'이라고 했던 건 경찰 수사가 먼저란 원칙과 정치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원론적인 당의 전략이었다. 그간 정 대표와 당은 민심 흐름을 면밀하게 살펴왔으며 당대표와 원내대표 간 긴밀하게 조율해 왔고 대통령실과도 공유, 조율돼 왔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도 같은날 민주당의 특검 수용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엄정하게 수사하기 위한 특검이라면 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실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여야는 물론 지위 고하를 막론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또 일부만 도려내는 게 아니라 정치와 종교의 유착 의혹 진상이 밝혀지고 처벌이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통일교 게이트 특검' 추진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특검 추천권한' 놓고 여야 대립 불가피


이처럼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통일교 특검 제안을 수용했지만, 당내 전·현직 의원이 얽혀있는 만큼 추후 특검 추천권한을 놓고선 대립이 예상된다. 전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대법원·법원행정처' 등을 포함한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에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추진 과정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원천 배제'를 공식화함에 따라, 특검 추천권을 대법원에 부여하는 특검법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야당과의 협의에서 특검법 도입에 대한 조건이 있느냐'는 질문에 "(특검 대상으로) 국민의힘 인사를 총망라하는 것은 당연한 조건 같다"며 "우리가 통일교 특검을 조건 없이 전격 수용한 것이기 때문에 민생 법안 처리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지만, 그런 것조차도 사전에 카드로 쓸지 고려하지 않은 전격적 수용"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수용한 배경은 특검을 실시하더라도 당이 정치적으로 손해를 볼 일이 없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해석도 있다. 진행 중인 경찰 수사에서 구체적 혐의가 입증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반등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호남권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우리 당 인사들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다수가 무혐의로 종결될 경우 오히려 국민의힘이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에서의 통일교가 정치에 어떻게 개입했는지도 한번 밝혀보자. 헌법 위배의 정교유착 의혹, 불법 정치자금 로비와 영향력 행사까지 모두 특검 대상에 포함해서 철저히 한 번 밝혀볼 것을 제안한다"며 "정교유착은 헌법 질서와 직결된 중대 사안으로, 위반한 정당은 해산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관련자는 중형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경수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경수 드루킹' 특검 회자도


정치권 일각에선 통일교 게이트 사태로 정치권 내 특검법 도입이 급물살을 탄 것을 두고, 과거 문재인정권 당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現 대통령실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를 둘러싼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을 회자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018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당시 민주당은 김성태 국민의힘 당시 원내대표의 열흘 간 단식으로 끝내 특검을 받아들였다가, 결과적으로 김경수 전 지사가 구속된 전례 탓이다.


다만 이번 통일교 사태는 다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박원석 전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민주당의 셈법은)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우리가 득이면 득이지 손해 아니라는 판단, 드루킹 상황이 거꾸로 되는 것"이라며 "통일교 게이트를 열면 국민의힘이 당혹스러울 일이 훨씬 많을 것이고, 민주당 쪽 데미지가 있어도 지난 정권 사람이라는 판단이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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