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는 지키고IP는 키우고…디즈니,오픈AI와 콘텐츠 동맹 [D:이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2.21 09:48  수정 2025.12.21 09:49

월트디즈니가 오픈AI와 대규모 투자·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생성형 AI 활용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디즈니는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는 동시에 ‘겨울왕국’, ‘스타워즈’, 마블·픽사 작품 등 자사 캐릭터를 텍스트 프롬프트 기반 영상 생성 플랫폼 소라에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한 단편 영상을 직접 제작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계약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AI 기업 간 협업 가운데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3년간의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소라 이용자들은 ‘캡틴 아메리카’, ‘요다’, ‘모아나’ 등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해 맞춤형 팬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선별 과정을 거쳐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팬 창작물을 외부 영역에 두지 않고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다시 연결하는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다만 디즈니는 이번 협업에서 명확한 제한선을 함께 제시했다. 배우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사용하는 방식, 그리고 디즈니 IP를 AI 모델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내용은 계약 범위에서 제외됐다. 캐릭터를 활용한 영상 제작은 허용하되, 실제 배우의 초상권이나 음성을 연상시키는 사용은 차단한 셈이다. 생성형 AI 활용을 둘러싼 권리 침해와 노동 이슈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접근은 무조건적인 개방과는 거리가 있다. 디즈니는 AI를 통해 팬 참여형 콘텐츠를 늘리면서도, 권리 관리와 통제권은 기존의 틀 안에서 유지하려는 방식을 택했다.


여기서 말하는 IP 확장은 생성된 일부 영상이 디즈니플러스로 유통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동안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해온 2차 창작 영역을 소라를 통해 제한적으로 열어 팬들이 직접 캐릭터를 활용·소비하도록 함으로써 IP 접점을 넓히려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동시에 디즈니는 오픈AI의 주요 고객사로 참여해 디즈니플러스를 포함한 신규 서비스와 도구, 내부 업무 환경에 챗GPT와 API를 도입할 계획이다. 생성형 AI를 일회성 실험이 아닌,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운영 전반에 활용 가능한 도구로 받아들이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러한 결정을 디즈니가 경쟁 스튜디오들보다 먼저 내렸다는 점이다. 오픈AI는 최근 유니버설 픽처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등과도 협업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다수 스튜디오는 IP 보호와 노동조합 반발을 의식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그런 가운데 디즈니는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협업을 선택하며, AI 활용의 범위와 방식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정했다.


이번 계약은 디즈니가 생성형 AI를 콘텐츠 제작의 대체 수단으로 보기보다, IP 소비 방식을 확장하는 하나의 장치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팬 참여는 열어두되 권리 침해 가능성이 있는 영역은 통제하고, 창작 결과물은 다시 자사 플랫폼 안에서 관리하는 구조다. 생성형 AI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디즈니의 이 같은 ‘조건부 협업’이 향후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참고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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