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KBS2를 통해 방송되는 '2025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 인 재팬'(이하 '뮤뱅 글로벌')을 앞두고 걸그룹 아일릿(ILLIT)의 무대가 다시 한 번 '뉴진스 닮은꼴' 논란에 휩싸였다.
'2025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 인 재팬' 아일릿 무대. ⓒ유튜브 'coldnadongie' 채널
ⓒ뉴진스 공식 인스타그램
19일 X(구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13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진행된 아일릿의 '뮤뱅 글로벌' 공연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아일릿이 '젤리어스'(Jellyous) 무대 중 별도의 댄스 브레이크를 선보였는데 팬들이 찍은 영상들을 통해 공개된 현장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뉴진스의 '뉴진스'(New Jeans) 무대 등과 분위기가 지나치게 비슷하다는 반응 떄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젤리어스' 본래의 곡 분위기와는 다른, 힙합 무드의 댄스 브레이크다. 멤버별로 형광 톤이 강조된 투피스와 양말·헤어핀 등 포인트 컬러를 맞춘 스타일링, 비트가 바뀌며 들어가는 로킹·웨이브 계열 안무 구성, 스트릿 힙합 연출이 뉴진스 '어텐션'(Attention), '하우 스윗'(How Sweet)의 무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부 팬들은 '젤리어스' 무대 뒤편 VCR에 노출되는 멤버 이름 로고와 그래픽 연출도 지적하며 뉴진스 팬 소통 앱 '포닝'(Phoning)의 톤을 떠올린다고도 비판했다. 곡 자체를 베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뉴진스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이 너무 겹쳐 있다는 것이 논란의 요지다.
이번 논란이 특히 민감하게 받아 들여지는 이유는 아일릿이 데뷔 때부터 뉴진스와의 유사성 문제로 줄곧 도마 위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뉴진스의 Y2K 감성 스타일링, 10대 소녀들의 자연스러운 일상 콘셉트 등이 아일릿의 데뷔 프로모션과 각종 화보, 광고 이미지와 겹친다는 지적에 더해, 안무 역시 여러 곡에서 '뉴진스가 생각난다'는 비판이 반복돼 왔다. 일례로 아일릿 '마이 월드'(My World)의 일부 동작이 뉴진스 '어텐션'(Attention)의 혜인 시그니처 포즈 등을 연상케 해 논란이 일었고 데뷔곡 '마그네틱'(Magnetic)의 포인트 동작은 뉴진스 '디토'(Ditto)·'오엠지'(OMG) 안무 구간과 구성이 겹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여기에 후속곡 '럭키 걸 신드롬'(Lucky Girl Syndrome)에서 양팔을 위로 뻗은 뒤 손목을 교차해 비비는 동작이 뉴진스의 맥도날드 CM송 안무와 유사하다는 비교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고, 뉴진스 퍼포먼스 디렉터 김은주·블랙큐가 개인 SNS를 통해 '보통 참고하면 예의상 조금씩 변형이라도 하는데 이건 뭐 죄다 복붙'이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뉴진스는 2024년 11월 어도어와의 신뢰가 깨졌다며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하이브·빌리프랩이 뉴진스와 유사한 콘셉트의 걸그룹 아일릿을 론칭했는데도 어도어가 충분한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계약 해지 사유로 주장했다. 어도어는 한 달 뒤인 12월 뉴진스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올해 10월 법원은 1심에서 '어도어와 뉴진스 사이에 2022년 4월 체결된 전속계약은 유효하다'며 어도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뉴진스 측의 카피 주장에 대해 '뉴진스와 아일릿의 기획안·화보에서 일부 유사성이 확인되지만 아일릿이 뉴진스 콘텐츠를 복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 '아이돌 콘셉트는 상표권·퍼블리시티권·지식재산권 등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즉, 법원의 시각에서 비슷해 보이는 콘셉트와 법적으로 금지되는 복제·표절 사이에는 여전히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이번 아일릿 무대 역시 '뉴진스를 연상시킨다'는 팬들의 정서적 반감과 '법적으로 문제 될 수준이냐'는 문제를 두고 결론이 나지 않는 상황이다. 표절 공방은 이제 팬덤 간 감정 싸움을 넘어 법정으로 번지고 있다. 아일릿 소속사 빌리프랩은 지난 11일 뉴진스 팬덤 ‘팀 버니즈' 운영자 A씨와 부모를 상대로 1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팀 버니즈가 X 등에서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두 그룹의 기획안을 비교 공개하면서 빌리프랩과 아일릿의 명예를 훼손했고, 그 과정에서 영업상 손실도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법적으로 표절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콘셉트 유사성을 넘어 안무·곡·영상 등 개별 요소에서 창작성 있는 표현이 실질적으로 동일해야 한다. 문제는 팬들이 느끼는 '유사성'의 기준이 법정에서 요구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촘촘하다는 점이다. 콘셉트 색감, 스타일링, 카메라 워크, 무대 세트, 브랜드 톤까지 축적된 이미지를 통해 그룹의 브랜딩을 기억하는 시대에 '법적으로는 문제 없다'는 말만으로 팬덤의 감정적 피로와 불신을 해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케이팝(K-POP) 산업에서 레퍼런스 사용 자체는 피할 수 없다. 전 세계 트렌드를 참고하면서도 각 그룹의 색을 만들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아일릿 '뮤뱅 글로벌' 무대처럼 이미 유사성 논란으로 뉴진스와 아일릿 모두가 아픔을 겪고 관련 소송까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무대가 등장한다면 팬덤이 느끼는 피로감과 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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