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사업 키우는 현대엔지니어링…정의선 승계 재원 커지나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5.06 18:25  수정 2026.05.06 18:25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인수합병 검토…그룹 지분 80.09% 확보

충전 사업 '보급 경쟁'서 '운영 품질 경쟁'으로 전환

정의선 지분 보유 비상장사…기업가치 제고 시 지배구조 개편 재원 주목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충전 사업 재편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인수합병 검토를 통해 충전 인프라 구축·운영 기능을 통합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정의선 회장의 지분 가치와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재원 측면에서도 의미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내에 파편화된 전기차 충전 사업을 하나로 묶기 위해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를 인수합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3월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지분 7.57%를 55억원에 취득하며 처음으로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의 대주주는 현대차 43.51%와 기아 29.01%로 구성돼 있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더하면 현대차그룹 측 지분율은 80.09%까지 높아진다.


인수합병 검토에는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의 수익성 악화와 그룹 내 충전 사업 재편 필요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6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충전업계 경쟁 심화 속에서 충전사업자의 수익성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충전 사업의 경쟁 축이 바뀐 점도 재편 필요성을 키웠다. 충전 시장이 초기 보급 경쟁을 지나 운영 품질 경쟁으로 진입함에 따라 가동률과 유지보수 체계가 소비자 만족도를 좌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간 현대차그룹 내 전기차 충전 사업도 인프라 확대라는 양적 성장에 치중하면서 운영 관리의 비효율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통합 관리 주체로 부상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0년 9월 전기차 충전 사업자 등록을 마친 뒤 2022년 10월 자산관리사업부 내 EVC 전담팀을 신설했다. 2023년에는 EVC 통합관제센터를 개소하며 충전시설 고장 접수, 고객 민원 대응, 전수 모니터링, 원격제어, 정기점검, 긴급출동까지 맡는 전국 단위 관리망을 구축했다. 2025년 말 기준으로는 전국 8839기의 충전시설을 운영해왔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의 충전망과 결합할 경우 설치와 운영, 유지보수를 한데 묶는 통합 관리 모델로 확장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미 그룹 내 충전 인프라 시공·설치 역할을 맡아왔다. 과거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공·설치 사업을 수주했고 현대차그룹의 초급속 충전 브랜드 'E-pit' 시공·설치 업무도 전담해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존 건설·자산관리 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아파트, 오피스, 공장, 주차장 등 충전시설 수요가 발생하는 공간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하거나 관리해온 사업장과 겹친다. 특히 아파트는 신규·기축 시설 모두 전기차 충전시설 의무 설치 대상이 확대되면서 안정적인 수요처로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힐스테이트 아파트 설계 단계부터 충전 솔루션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외에도 충전기 자산 추가 확보 기회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다.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단순히 특정 충전사업자 인수에 그치지 않고 충전 인프라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사업 기반을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계열사별 중복·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 중심으로 역할을 재배치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위아 공작기계 사업 매각과 방산 부문 현대로템 이관 검토, 현대모비스 램프·범퍼 사업 매각 추진 등 계열사별 중복·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며 사업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현대엔지니어링의 충전 사업 확대는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분 11.7%를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로, 2021년 상장 절차에 착수했으나 2022년 수요예측 부진으로 기업공개(IPO)를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정 회장의 지분 유동화와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재원 마련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등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다만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직접 지분율은 0.3%대에 그친다. 정몽구 명예회장 보유 지분 상속이나 계열사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 등이 거론되지만, 이 과정에서는 지분 매입 자금과 상속·증여세 부담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이 직접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향후 지배구조 개편 재원으로 주목받아 왔다.


건설업은 수주와 경기 변동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지만 충전 인프라 운영·유지보수는 장기적으로 반복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다. 충전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존 건설 중심 기업에서 에너지·인프라 운영 기업으로 평가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이는 향후 IPO 재추진이나 지분 유동화 과정에서 정 회장이 활용할 수 있는 자산 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 회장의 승계 구도와 관련해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면서도 "전기차 충전 사업은 아직 국내에서 캐시카우가 되는 사업은 아니고 지속적으로 돈을 투입해야 하는 미래 투자처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글로비스처럼 회사가 만들어진 뒤 바로 수백억, 수천억,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구조와는 다르다"며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의 미래 가치를 부여하면서 회사 전체의 밸류를 올리는 데에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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