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럽산車 '25% 관세' 재장전…현대차·기아엔 '불안한 호재'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5.06 14:03  수정 2026.05.06 14:03

EU 투자·합의 이행 불만 앞세워 15%→25% 인상 예고

벤츠·BMW·폭스바겐 등 독일차 수익성 압박 불가피

현대차 단기 반사이익 가능성…"관세 칼끝 돌아올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미 플로리다주 빌리지스의 빌리지 차터 스쿨에서 연설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칼날이 이번에는 유럽산 자동차를 겨눴다. 유럽연합(EU)산 승용차와 트럭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다시 끌어올리기로 하면서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는 단기적으로 미국 시장 내 반사이익이 기대되지만, 트럼프식 관세 압박이 언제든 한국을 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웃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소셜 미디어에서 EU가 미국과 맺은 무역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EU산 자동차와 트럭에 부과하는 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과 EU는 자동차를 포함한 품목 관세를 15%로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EU 측의 이행 지연을 문제 삼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EU 및 독일 측 관계자에게 관세 인상 방침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부담은 독일차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은 미국 프리미엄·수입차 시장에서 강한 입지를 갖고 있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다.


특히 아우디는 미국 내 완성차 생산 거점이 없어 유럽과 멕시코 등에서 생산한 차량을 미국에 공급하는 구조다. 이미 기존 15% 관세만으로도 폭스바겐그룹은 연간 약 40억유로(한화 약 6조8277억) 수준의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의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유럽 업체들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 인상을 피하기 위해선 제조사가 마진을 줄여 흡수하거나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서둘러야하는데,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고가 프리미엄 모델은 가격 인상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판매량 방어에는 한계가 있다.


이 틈은 현대차·기아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유럽산 수입차 가격이 오르거나 프로모션 여력이 줄면, 미국 시장에서 15%의 관세를 적용받는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있게 부각될 수 있어서다.


특히 SUV,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주요 수요가 겹치는 차급에서 독일 브랜드의 가격 부담이 커질 경우 소비자 선택지가 한국차 쪽으로 일부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비롯해 현지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는 없다'는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유럽 경쟁사 대비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협박'의 칼날이 언제든 한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에 주목해야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식 관세 정책의 핵심은 특정 국가나 지역을 겨냥한 단발성 조치가 아니라, 투자와 시장 개방을 압박하는 협상 수단에 가깝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한미 무역 협상 이후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지만, 올 초 한국의 투자 이행 속도를 문제 삼으며 다시 25% 관세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EU를 상대로 같은 논리를 꺼내 든 만큼, 한국의 대미 투자와 통상 합의 이행이 지연될 경우 관세 압박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산 자동차 관세 인상은 미국 현지에서 경쟁중인 국내 업체에는 분명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며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대미 투자 이행 속도가 앞으로 완성차의 통상 리스크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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