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단가 하락과 할인 티켓의 일상화, 극장 상영 이후 플랫폼 공개까지 걸리는 시간인 홀드백 단축 등으로 대표되는 영화 유통 환경의 변화 속에서 배급사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
쇼박스, NEW, 영화사 빅, 영화특별시SMC, 이화배컴퍼니, 트리플 픽쳐스, SY코마드 등 7개 배급사는 최근 ‘배급사연대’ 출범을 공식화하며 현재의 영화 유통 구조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문제 의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뉴시스
이들은 객단가 붕괴, 배급사와 협의 없이 진행되는 극장 할인 티켓, OTT 경쟁 심화로 가속화된 홀드백 단축 등을 한국 영화 산업의 구조적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통신사·카드사 제휴 할인 구조는 배급사들이 가장 먼저 문제로 꼽은 대목이다. 관객 혜택을 앞세운 할인 정책이 결과적으로는 극장과 이동통신사의 수익 구조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반면, 제작·투자·배급 단계에는 비용 부담만 남긴다는 인식 때문이다. 매점과 광고라는 완충 장치가 있는 극장과 달리, 배급사는 티켓 정산 외에 손실을 흡수할 여지가 없어 할인 티켓의 확산이 곧바로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같은 문제 제기의 배경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욱 불안정해진 영화 유통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관객 수 감소를 보완하기 위한 방편으로 할인 티켓이 늘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객단가 하락을 고착화시키며 산업 전반의 체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 OTT 플랫폼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극장 상영 기간은 점점 짧아졌고, 배급사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시간 역시 줄어들었다.
문제는 이러한 할인 정책과 홀드백 조정 과정에서 배급사가 협상의 주체로 충분히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배급은 제작과 극장, 플랫폼을 잇는 유통의 핵심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결정 과정에서는 배제된 채 결과에 따른 책임과 부담만 떠안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이번 배급사연대 출범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통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는 그동안 포럼이나 협회, 세미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이를 배급사들이 연대체라는 공식 조직 형태로 묶어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배급사연대는 영화 흥행 성과를 관객 수 중심으로 집계해 온 기존 박스오피스 관행 역시 산업 왜곡의 한 축으로 지목하며, 2026년부터 매출액 기준의 박스오피스 집계와 통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할인 티켓과 무료 프로모션이 관객 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활용되면서 수익성과 흥행 지표 간 괴리가 커지고 있고, 이는 투자 판단과 산업 투명성 모두를 훼손하고 있다는 문제 인식이다.
다만 배급사연대의 문제 제기가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할인 정책과 유통 구조 개선은 배급사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극장과 제작사의 협조 없이는 현실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연대 출범은 영화 산업의 장기 침체 국면에서 배급이 감내해온 구조적 부담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배급사연대가 요구하는 것은 단기적인 지원이나 특정 제도의 수정이 아니라, 유통 구조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산업 주체들이 책임과 권한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이들의 문제 제기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유통 질서가 더 이상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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