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매체 발행인 자격으로 전당대회 개입
'김근식 연설' 시작되자 강성당원 선동 나서
조경태 "확실히 정리" 안철수 "적절치 못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론을 내세우는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장에 나타나 혁신파 후보들을 향해 모멸적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전당대회장은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난장판이 됐다.
전한길 씨는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했다. 전 씨는 이날 당원이 아니라 군소 인터넷매체 발행인 자격으로 연설회장 기자석에 앉았다.
전 씨가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부터 각 후보들이 정견을 발표하는 동안 이미 당원들 사이에선 엇갈린 분위기가 감지됐다. 혁신파들은 윤어게인 세력을 향해 극단이라고 비판하는 선명한 목소리를 냈고, 강성파는 당의 인적쇄신을 주장하는 혁신파를 향해 "민주당으로 가라"고 폄훼했다.
신동욱 최고위원 후보는 연설발표에서 "우리가 내란세력이냐. 여러분들이 내란 본거지냐"라며 "그런데도 우리 안에도 민주당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있다. 엄동설한에 나갔던 여러분이 내란 세력이냐. 광장에 나갔던 그분들을 우리가 쫓아내야 하느냐"라고 발언했다.
문제는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의 연설이 시작되면서 터져나왔다. 김 후보가 연설에 나서기 직전 자신을 소개하기 위해 상영된 영상에서 전 씨를 비판한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를 보고 있는 전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당원들 쪽으로 향해 "전한길을 욕하고 있다, 가만히 못 있는다"면 두 손을 들어 "배신자"를 연호했다. 김 후보는 최고위원 후보 중 혁신파로 분류된다.
그러자 일부 당원들이 전 씨를 향해 거세게 항의했다. 아울러 김 후보는 연단에서 "저기 있는 전 씨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데 저런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심지어 조경태 당대표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혁신파 지지자들이 전 씨에게 몰려와 "누가 배신자냐"고 따지며 소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지지자들끼리, 또 전 씨를 향해 물병이 던져지기도 했다.
이에 당직자들이 한 차례 전 씨를 제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씨는 재차 조 후보의 연설이 시작되자 도중에도 의자에 올라가 연설을 방해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 같은 전 씨의 선동이 계속지자 대구·경북 지역 일부 의원과 당원들은 행사장을 도중에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당대표 후보들은 이런 전 씨의 행동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강성파로 분류되는 김문수 후보는 "외칠 수는 있는데 상대방이 연설할 때는 잘 경청하면 좋겠다. 그런 모양이 좀 더 좋기는 하다"고만 말했다.
역시 강성파로 분류되는 장동혁 후보도 "상황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전당대회를 통해 최대한 컨벤션 효과를 내고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전당대회는 다 같이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만 답했다.
반면 혁신파인 조경태 후보는 "반헌법적인, 불법적인 행위를 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세력은 내란 동조 세력"이라며 "그분들은 내가 당대표가 돼서 확실하게 정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파인 안철수 후보는 "전당대회에서 자기와 의견이 달라도 다른 후보의 말을 경청하고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이렇게 전당대회에서 다른 사람들을 선동하고 다른 후보의 이야기를 방해하는 행위 자체는 정말 적절치 못하다고 말씀드린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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