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정청래號' 출항…여야 당대표, 상견례도 '불투명' [정국 기상대]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08.04 00:10  수정 2025.08.04 00:51

鄭, 당대표 당선 일성으로 "내란당 해산"

여야 관계 설정 구상엔 "여야 개념 아냐"

위헌정당해산청구 등 野 공세 강해질 듯

국민의힘 "정청래의 與, 野 협박 멈춰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임시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꾸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이끌 차기 대표에 '개혁 당대표'를 표방한 정청래 의원(4선)이 당선됐다. 전당대회 기간 중 국민의힘을 향해 공세를 가해온 그가 첫 취임 일성으로 "내란은 진행 중이고 지금은 여야의 개념이 아니다"라고 못박으면서 향후 여야 관계의 난항이 예상된다.


정청래 신임 당대표는 4일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시작으로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한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예방할 가능성은 현재로썬 낮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정청래 대표의 그간 발언을 보면 여야 대표 회동 성사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지난 2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임시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총 득표율 61.74%를 기록하며 박찬대 의원(38.26%)을 큰 격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정 대표는 대의원 투표에서 박 의원에 근소하게 뒤졌지만, 권리당원(66.48%)과 여론조사(60.46%)에서 사실상 더블스코어에 달하는 지지를 얻었다.


특히 경선 기간 내내 "협치보다 내란 척결 우선" "내란당은 해산시키고 싹을 잘라야 한다"는 등 대야(對野) 공세의 고삐를 조여왔고, 당선 직후 곧바로 국민의힘을 협치와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한 태도를 밝히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정 대표는 수락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 관계 설정 구상 및 국민의힘 지도부 예방 계획'을 묻자 "(12·3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먼저"라며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다. 여야의 개념이 아니다"라고 대야 협치 가능성을 일축했다.


지난해 9월 1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담을 마치고 함께 이동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통상 신임 당대표로 선출되면 정당별 대표 간 상견례를 갖는 것이 관례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능한 빠른 시일 내 회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곤 한다. 하지만 정 대표는 원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정당으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8일 당대표에 연임한 직후 보름만인 9월 1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회동한 바 있다. 한 대표는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정치개혁의 비전에 전격 합의했으면 한다"고 했고, 이재명 당시 대표도 "대화와 타협이 일상이 되는 정상적 정치 복원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지난 6월 13일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된 김병기 민주당 의원(3선)도 당선 직후 나흘 만인 17일 김용태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초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상견례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 대표의 극단주의가 국민의 등을 돌리게 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안철수 의원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첫 일성부터 망언이었다. 거대 여당의 사령탑을 맡은 사람이 '야당과 손잡지 않겠다'는 것은 곧 선전포고"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을 향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에도 속도전을 낼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후보 시절 라디오에서 "(내란예비음모 연루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기준에서 보면 국민의힘은 위헌정당이 맞고, 정당을 해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원들이 대야 관계에서 협치와 중재를 앞세우던 경쟁자 박찬대 의원에 등을 돌리면서 정 대표도 자신의 강경론에 명분을 얻었다. 이에 따라 민주당도 '검찰·언론·사법개혁' 등 이른바 3대 개혁 법안 통과에 주력할 전망이다.


지난 7월 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장 4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부터 '정청래 민주당'의 강공 드라이브가 시작될 공산이 크다. 이날 본회의에는 앞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방송3법·노란봉투법·상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이 올라간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총력 저지하겠다고 했지만, 정 대표는 "전광석화처럼 해치우겠다"고 공언했다.


국민의힘은 '강성 정청래호'(號)의 출항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여당 대표는 집권 세력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야당과의 협치 능력을 동시에 발휘하는 막중한 역할과 책임감이 요구된다"며 "하지만 그동안 보인 언행들을 보면 정 대표의 목표가 '여야 협치'보다 '여당 독주', '입법 독재'에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오는 22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전당대회 대표 후보들이 대야 공세 일성이었던 점을 겨냥해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민주당처럼) 누가 더 정치보복을 잘하느냐, 누가 더 야당 파괴를 잘하느냐 막장극을 할 게 아니라, 비전과 아젠다로 미래를 경쟁하는 모습으로 치러지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정 대표에게 '원팀 정신'을 당부하며 "국민께 효능감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고 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박 의원과도 통화해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보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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