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형! 국민의힘이 왜이래"…'넥타이·교복·청바지' 발길 세운 안철수

데일리안 수원(경기) =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5.07.24 00:10  수정 2025.07.24 00:17

23일 수원역 문화광장서 '철수형은 듣고 싶어서' 토크쇼

퇴근길 100명 가까운 인파 몰려…'정치' 중심 질문 세례

"국가 번영과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 다할 것"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3일 수원역 문화광장에서 '철수형은 듣고 싶어서'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실


"뭐야? '안철수'잖아! 가보자!"


폭염으로 푹푹 찌는 불편한 날씨에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지칠 만도 한 퇴근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를 발견하자 모두 걸음을 멈췄다.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과 가벼운 티셔츠 한 장과 청바지를 입은 청년들부터 앞치마를 두른 카페 아르바이트생, 보안요원 복장의 시큐리티, 교복을 입은 학생, 손수레를 끌고 온 아주머니까지 모두 '철수형'에게 듣고 싶어 수원역 광장은 금세 인파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23일 저녁 퇴근시간대 시끌벅적한 수원역 문화광장에서 '민심투어'는 마이크 하나 없이 진행됐지만, 안 후보는 단호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잡음을 누르고 시민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안 후보는 이날 '철수형은 듣고 싶어서' 일정에 나서며 "일종의 '버스킹' 아시지 않느냐. 지역을 다녀보니 그 지역마다 관심 있는 주제들이 굉장히 다양하더라"라며 "사실은 내가 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들으러 왔다. 여러 가지 지금 현재 문제들부터 해서 해결됐으면 좋은 것들 이런 것들이 지역마다 다른데,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돼 여러분의 말씀을 들으려고 왔다"는 뜻을 피력했다.


첫 질문으로는 '좋아하는 주류와 안주'였다. 안 후보는 "내가 사실 술을 잘 못한다. 옛날에는 많이 마셨다. 의대다닐 때 엄청 많이 마시다가 하필이면 장염에 걸려 고생했다"며 "정치를 하면서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니 술자리 같은게 많이 있지 않느냐. 그때 조금 먹기 시작했는데 주량이 포도주 3분의 1 그러니까 포도주를 한 병 사면 사흘은 먹는다. 얼마 많이 못먹지만 레드와인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미소를 띄우며 답했다.


안주에 대해서는 "다행히 못 먹는 게 없다. 미국 유학 갔을 때만 해도 김치 같은 것을 사먹기 어려웠는데 김치 없이 4년도 살았다"며 "특별히 선호하는 안주 없이 그냥 있는 거 다 먹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 대법관 증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당이 지금 대법관을 두 배로 늘리고 그 법관들을 대통령이 임명해버리면 조직 전체를 정부·여당이 장악할 수 있다"며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대법관에게는 고위직이라든지 복잡한 것들을 맡기고 일반적인 3심까지 올라간 사건들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기다리니 이를 빨리 해결하기 위한 법관은 필요한 것 같다"며 "일반인들의 사건을 맡는 법원을 따로 만들어 결론을 내게 한다면 일반인들의 불편을 겪는 것을 많이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3일 수원역 문화광장에서 '철수형은 듣고 싶어서'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실

이후 "궁금한 건 뭐든지 물어보라"며 시민들에게 발언권을 넘긴 안 후보 앞에서는 예상과 달리 정치가 중심 화두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대선 참패, 분열된 국민의힘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이 쏟아졌다. 그만큼 지금 시민들의 정치적 의식이 높아졌음을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엘리트 보수 국민의힘이 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 '맨날 싸우기만 하는 국민의힘의 비전' '부정선거 주장의 타당성' 등 시민들은 핵심을 찔렀고, 안 후보는 솔직하게 응답했다.


안 후보는 "지혜와 지성이 뭉친 엘리트 집단, 수준이 너무 높긴 하지만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소수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개념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며 "정치인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세 가지는 △국가의 번영 △국민의 행복 △국민의 안전이다. 여기에 도움이 되면 찬성표를 던진다. 내가 사실 굉장히 소심하다. 보기에 순해보이지 않느냐. 그런데도 다른 사람 다 나가도 나 혼자 투표를 하는 용기를 갖고 있다"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이 영 실망스럽단 한 시민의 비판에는 "그래서 이번 전당대회를 하는 것인데 어찌 보면 대선보다 더 중요한 전당대회"라며 "국민의힘이라는 야당이 제대로 된 야당 역할을 해야 여당을 견제하고 국민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이제 국민의힘을 보면 한쪽에 개혁 세력이 있고, 다른 한쪽에 비(非)개혁 세력이 있다"며 "개혁 세력은 어떻게든 대선에서 진 정당이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자. 그래서 인적 청산도 하고 인력 충원도, 시스템도 바꾸자고 주장하는 그 개혁파에 내가 속해 있다"고 규정했다.


이어 "비개혁적인 쪽은 어떤 분들은 동의하고 어떤 분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예를 들면 '계엄 옹호'가 있다. 계엄 옹호파가 있다. 그래서 만약 이것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내부에서) 많게 되면 계엄을 옹호하는 정당이 돼 나는 거기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3일 수원역 문화광장에서 '철수형은 듣고 싶어서'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부정선거론과 관련해서는 "만약 부정선거 증거가 발견됐다 하면 수사가 들어가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그런 식으로 가야 하는데 처음부터 투표 부실 관리를 뛰어 넘어 부정선거라 하니 수사기관의 공감을 얻지 못해 수사가 되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부정선거 믿는 분들 나름대로 부실 관리가 심하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수계표로 바꿔도 못 믿겠다는 얘기가 나올테니 근본적인 것은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며 '블록체인 시스템'을 제안했다.


안 후보는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으로 선거를 해 부정선거 가능성을 제로로 만든 나라가 있다. 유럽 에스토니아로, 인구는 130만이다. 수원시와 비슷하다"며 "내년 지방선거 때 시범 사업으로 이를 도입했을 때 완벽하다고 증명이 되면 나중에는 4000만명이 참여하는 대선에도 이 블록체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거다. 이 이론을 아는 분은 알텐데 블록체인으로 하면 절대 부정선거가 없다. 확실히 말씀드린다. 나 절대로 거짓말 안한다"고 힘줘 말했다.


최근 불거진 안 후보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도 한 시민의 질문을 통해 해명할 기회도 갖게 됐다.


안 후보는 "올해 동아마라톤을 뛰었고 지난해 말에는 JTBC마라톤, 재작년 말에는 춘천마라톤을 뛰었다"며 "어떤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내가 혀를 씹어 발음을 잘못한 것을 갖고 이렇게 막 (치매다) 계속 돌리더라. 치매 전조 증상 아닌가 하면서 나에 대한 음해를 많이 했다"고 허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안 후보는 "전혀 아니다. 솔직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면 그때 혀에 염증이 생겨 혀가 퉁퉁 부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을 못 다물 정도로 혀가 부어서 이빨 자국이 막 혀에 선명히 날 정도로 혀가 부었다"며 "이걸 악용해 치매 환자로 만들어 계속 돌렸다. 치매 초기라던데 내가 그 사람보다 백 배 천 배 치매를 더 잘 알지 않겠느냐. 한 시간 정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봤겠지만 내가 (여기서) 한 번이라도 발음을 씹은 적이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3일 수원역 문화광장에서 '철수형은 듣고 싶어서'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실

30분이 지나자, 퇴근 시간과 맞물려 현장엔 100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시민들은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안 후보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으며 현장 분위기를 함께했다.


안 후보는 "우리 당 역할에 대해서 여러 말씀 해주면서 나 나름대로 깨달은 바도 정말로 많아 감사드린다"며 "지금 현재 소수 야당의 한 사람이지만 소수 야당도 자기 나름대로 역할을 해야지 민주주의가 제대로 설 수 있지 않겠느냐"고 역설했다.


이어 "지금 현재 정부가 성공하길 바란다. 그래야지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기 때문에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며 "나중에 대선은 어떻게 하느냐. 대선은 그 당시 미래 비전을 제대로 설파하는 사람이 당선되기 마련이다. 정부는 성공해야 하고 대선은 별도"라고 했다.


아울러 "이 정부가 제대로 된 민주주의 원칙을 갖고 성공해서 아까 말씀드린 그 중요한 세 개의 가치, 국가가 번영하고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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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아삐라 마. 둥신, 븅신이 따로있나? 이게 그거지!
    2025.07.2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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