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수원역 문화광장서 '철수형은 듣고 싶어서' 토크쇼
퇴근길 100명 가까운 인파 몰려…'정치' 중심 질문 세례
"국가 번영과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 다할 것"
"뭐야? '안철수'잖아! 가보자!"
폭염으로 푹푹 찌는 불편한 날씨에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지칠 만도 한 퇴근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를 발견하자 모두 걸음을 멈췄다.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과 가벼운 티셔츠 한 장과 청바지를 입은 청년들부터 앞치마를 두른 카페 아르바이트생, 보안요원 복장의 시큐리티, 교복을 입은 학생, 손수레를 끌고 온 아주머니까지 모두 '철수형'에게 듣고 싶어 수원역 광장은 금세 인파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23일 저녁 퇴근시간대 시끌벅적한 수원역 문화광장에서 '민심투어'는 마이크 하나 없이 진행됐지만, 안 후보는 단호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잡음을 누르고 시민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안 후보는 이날 '철수형은 듣고 싶어서' 일정에 나서며 "일종의 '버스킹' 아시지 않느냐. 지역을 다녀보니 그 지역마다 관심 있는 주제들이 굉장히 다양하더라"라며 "사실은 내가 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들으러 왔다. 여러 가지 지금 현재 문제들부터 해서 해결됐으면 좋은 것들 이런 것들이 지역마다 다른데,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돼 여러분의 말씀을 들으려고 왔다"는 뜻을 피력했다.
첫 질문으로는 '좋아하는 주류와 안주'였다. 안 후보는 "내가 사실 술을 잘 못한다. 옛날에는 많이 마셨다. 의대다닐 때 엄청 많이 마시다가 하필이면 장염에 걸려 고생했다"며 "정치를 하면서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니 술자리 같은게 많이 있지 않느냐. 그때 조금 먹기 시작했는데 주량이 포도주 3분의 1 그러니까 포도주를 한 병 사면 사흘은 먹는다. 얼마 많이 못먹지만 레드와인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미소를 띄우며 답했다.
안주에 대해서는 "다행히 못 먹는 게 없다. 미국 유학 갔을 때만 해도 김치 같은 것을 사먹기 어려웠는데 김치 없이 4년도 살았다"며 "특별히 선호하는 안주 없이 그냥 있는 거 다 먹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 대법관 증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당이 지금 대법관을 두 배로 늘리고 그 법관들을 대통령이 임명해버리면 조직 전체를 정부·여당이 장악할 수 있다"며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대법관에게는 고위직이라든지 복잡한 것들을 맡기고 일반적인 3심까지 올라간 사건들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기다리니 이를 빨리 해결하기 위한 법관은 필요한 것 같다"며 "일반인들의 사건을 맡는 법원을 따로 만들어 결론을 내게 한다면 일반인들의 불편을 겪는 것을 많이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궁금한 건 뭐든지 물어보라"며 시민들에게 발언권을 넘긴 안 후보 앞에서는 예상과 달리 정치가 중심 화두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대선 참패, 분열된 국민의힘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이 쏟아졌다. 그만큼 지금 시민들의 정치적 의식이 높아졌음을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엘리트 보수 국민의힘이 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 '맨날 싸우기만 하는 국민의힘의 비전' '부정선거 주장의 타당성' 등 시민들은 핵심을 찔렀고, 안 후보는 솔직하게 응답했다.
안 후보는 "지혜와 지성이 뭉친 엘리트 집단, 수준이 너무 높긴 하지만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소수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개념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며 "정치인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세 가지는 △국가의 번영 △국민의 행복 △국민의 안전이다. 여기에 도움이 되면 찬성표를 던진다. 내가 사실 굉장히 소심하다. 보기에 순해보이지 않느냐. 그런데도 다른 사람 다 나가도 나 혼자 투표를 하는 용기를 갖고 있다"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이 영 실망스럽단 한 시민의 비판에는 "그래서 이번 전당대회를 하는 것인데 어찌 보면 대선보다 더 중요한 전당대회"라며 "국민의힘이라는 야당이 제대로 된 야당 역할을 해야 여당을 견제하고 국민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이제 국민의힘을 보면 한쪽에 개혁 세력이 있고, 다른 한쪽에 비(非)개혁 세력이 있다"며 "개혁 세력은 어떻게든 대선에서 진 정당이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자. 그래서 인적 청산도 하고 인력 충원도, 시스템도 바꾸자고 주장하는 그 개혁파에 내가 속해 있다"고 규정했다.
이어 "비개혁적인 쪽은 어떤 분들은 동의하고 어떤 분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예를 들면 '계엄 옹호'가 있다. 계엄 옹호파가 있다. 그래서 만약 이것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내부에서) 많게 되면 계엄을 옹호하는 정당이 돼 나는 거기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부정선거론과 관련해서는 "만약 부정선거 증거가 발견됐다 하면 수사가 들어가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그런 식으로 가야 하는데 처음부터 투표 부실 관리를 뛰어 넘어 부정선거라 하니 수사기관의 공감을 얻지 못해 수사가 되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부정선거 믿는 분들 나름대로 부실 관리가 심하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수계표로 바꿔도 못 믿겠다는 얘기가 나올테니 근본적인 것은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며 '블록체인 시스템'을 제안했다.
안 후보는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으로 선거를 해 부정선거 가능성을 제로로 만든 나라가 있다. 유럽 에스토니아로, 인구는 130만이다. 수원시와 비슷하다"며 "내년 지방선거 때 시범 사업으로 이를 도입했을 때 완벽하다고 증명이 되면 나중에는 4000만명이 참여하는 대선에도 이 블록체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거다. 이 이론을 아는 분은 알텐데 블록체인으로 하면 절대 부정선거가 없다. 확실히 말씀드린다. 나 절대로 거짓말 안한다"고 힘줘 말했다.
최근 불거진 안 후보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도 한 시민의 질문을 통해 해명할 기회도 갖게 됐다.
안 후보는 "올해 동아마라톤을 뛰었고 지난해 말에는 JTBC마라톤, 재작년 말에는 춘천마라톤을 뛰었다"며 "어떤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내가 혀를 씹어 발음을 잘못한 것을 갖고 이렇게 막 (치매다) 계속 돌리더라. 치매 전조 증상 아닌가 하면서 나에 대한 음해를 많이 했다"고 허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안 후보는 "전혀 아니다. 솔직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면 그때 혀에 염증이 생겨 혀가 퉁퉁 부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을 못 다물 정도로 혀가 부어서 이빨 자국이 막 혀에 선명히 날 정도로 혀가 부었다"며 "이걸 악용해 치매 환자로 만들어 계속 돌렸다. 치매 초기라던데 내가 그 사람보다 백 배 천 배 치매를 더 잘 알지 않겠느냐. 한 시간 정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봤겠지만 내가 (여기서) 한 번이라도 발음을 씹은 적이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30분이 지나자, 퇴근 시간과 맞물려 현장엔 100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시민들은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안 후보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으며 현장 분위기를 함께했다.
안 후보는 "우리 당 역할에 대해서 여러 말씀 해주면서 나 나름대로 깨달은 바도 정말로 많아 감사드린다"며 "지금 현재 소수 야당의 한 사람이지만 소수 야당도 자기 나름대로 역할을 해야지 민주주의가 제대로 설 수 있지 않겠느냐"고 역설했다.
이어 "지금 현재 정부가 성공하길 바란다. 그래야지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기 때문에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며 "나중에 대선은 어떻게 하느냐. 대선은 그 당시 미래 비전을 제대로 설파하는 사람이 당선되기 마련이다. 정부는 성공해야 하고 대선은 별도"라고 했다.
아울러 "이 정부가 제대로 된 민주주의 원칙을 갖고 성공해서 아까 말씀드린 그 중요한 세 개의 가치, 국가가 번영하고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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