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2만원 시대…닭값 내려도 외식가는 그대로
복날 외식, 더는 ‘이벤트’ 아냐…MZ세대는 ‘취향’ 택해
대형마트 할인 이벤트 전개…“삼계탕, 집에서 간편하게”
식품업계 ‘집밥 특수’ 정조준…간편 보양식 경쟁 본격화
‘초복’을 앞두고 삼계탕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하는 등 부담이 커진 가운데, 외식 대신 집밥이나 간편식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외식업계는 식자재비와 물가 상승, 변화한 소비 패턴이 맞물리며 올해 초복 특수가 예년보다 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서울 도심의 삼계탕 가게들의 삼계탕 가격은 2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지역 삼계탕 한 그릇(서울 기준) 평균 가격은 1만7654원이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5월(1만6885원)보다 4.6% 상승했다.
다만 육계 가격은 비교적 안정세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당 닭고기 평균 소매가격은 5764원으로 전년 동기(6073원) 대비 5.1%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도매가는 ㎏당 3966원으로, 전년 동월 평균가 4694원보다 728원(15.5%) 내렸다.
닭고기 원가가 내려도 외식 가격이 그대로인 건 산지 가격 인하가 유통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는 반면, 인건비·임대료 등 부대 비용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식 물가는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닭고기 산지가격이 내려도 유통비용과 부대비용이 계속 올라 메뉴 가격을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삼계탕에 쓰이는 황기, 대추, 인삼 등 한약재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음식점 입장에선 이를 메뉴 가격에 반영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외식업계는 올해 초복 특수가 예년 같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가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보양식 소비가 일상화 되면서 굳이 ‘복날’에 맞춰 외식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강해져서다. 쉽게 말해, 복날 소비의 ‘이벤트성’이 희미해진 것이다.
특히 MZ세대의 소비 패턴 변화가 업계에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복날에 정형화된 메뉴를 찾기보다는 자신 만의 취향을 반영한 외식이나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졌고, SNS에 공유할 수 있는 ‘비주얼’과 ‘스토리’가 있는 공간에 더 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HMR(가정간편식)과 편의점, 마트 등 유통채널에서 복날 마케팅을 강화하며 수요가 외식에서 간편식으로 분산된 것도 업계 변화를 불러왔다. 1~2인 가구 비중이 늘며 ‘집에서 간편하게’ 복날을 보내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강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50대)씨는 “예전엔 복날이면 가게 밖까지 줄이 길었는데, 요즘은 평일하고 다를 게 없다”며 “손님들이 복날이라고 꼭 외식하러 나오는 분위기가 아니라 매출 기대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혼자 오는 손님도 많고, 집에서 HMR로 간단히 해결하는 경우가 늘어 삼계탕 같은 전통 보양식이 설 자리가 줄고 있다”며 “이제는 복날 특수를 기대하기보다는 연중 꾸준한 수요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는 올해 집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대형마트 업계는 앞다퉈 대규모 할인을 하고 있다. 이달 초 마트들이 치킨을 3000~5000원대에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엔 삼계탕용 생닭 가격을 단 10원이라도 더 낮추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마트의 ‘생닭 전쟁’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곳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행사 카드로 결제할 경우 17~20일 ‘국내산 무항생제 두마리 영계’(500g)를 3580원, 마리당 1790원에 판매한다.
당초 이마트는 영계 두 마리를 3980원에 판매하기로 했지만, 이튿날 홈플러스가 더 저렴한 가격을 선보이자 곧바로 홈플러스보다 마리당 41.5원 가격을 내려 최저가 자리를 사수했다.
식품업계도 위기를 기회로 바라보고 대응에 나섰다. 각 업체들은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무더위와 외식비 상승 부담으로 인해 올해 보양간편식을 찾는 소비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관련 제품을 쏟아내는 중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보양식을 집에서 직접 만들거나 외식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간편식도 품질이나 맛 면에서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1인 가구나 맞벌이 가정처럼 조리 시간을 줄이려는 소비층을 중심으로 보양 간편식이 여름철 필수템처럼 자리잡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엔 간편식으로 구현하기 어려웠던 보양식들도 이제는 기술력과 레시피가 좋아지면서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며 “이제는 간편식이 단순한 대체제가 아니라, 여름철 보양식 트렌드를 이끄는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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